배터리 1차 CBT, 인습을 버린 과감한 FPS가 떴다!
2010.03.30 18:39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유저들은 총 한번 쏴보고 재미없으면 다신 안 해요.”
맞는 말이다. NHN 게임즈의 박정석 PD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일전에 진행된 게임메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했다. 어떤 장르가 그렇지 않겠냐 만은 확실히 FPS는 불과 몇 분 만에 ‘재미’가 있고/없고가 판단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장르다. 특별한 콘텐츠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닌, 전투라는 요소 하나가 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FPS가 대부분 비슷한 것에는 분명 이런 이유도 포함됐을 것이다.
NHN 게임즈가 개발하고 웹젠이 서비스하는 ‘배터리’는 이렇게 `재미`를 언급한 채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에 걸쳐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존에 출시된 FPS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건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비주얼은 그렇다 쳐도 전반적인 ‘느낌’만큼은 확실히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제 막 1차 테스트를 마친 상태라 굳이 그 ‘재미’까지 들먹이며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플레이했던 느낌을 기반으로 ‘배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만큼은 확실하게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배터리’는 기존 FPS와 같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길을 열어 새로운 형태의 FPS로 발돋움할 것인가. 판단은 리뷰를 보고 여러분이 직접 내려주길 바란다.
▲ 이번 테스트를 진행하며 정말 많이 본 화면!
킬 수가 데스 수를 넘기기 힘들었던 사연
‘배터리’를 처음 해보면 먼저 ‘어렵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스며들어 온다.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를 어느 정도 해봤다면 웬만한 국내 FPS는 금방 적응할 터인데 ‘배터리’는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맞아 죽었는지도 모르겠고, ‘왜’ 죽었는지조차 의문이다.
확실히 그랬다. 공중에서는 갑자기 헬기가 등장해 무차별 난사를 하는가 하면, 가끔 의문의 폭격 미사일이 날아와 굉음과 함께 아바타의 사지를 찢어 놓는다. 그것뿐이랴, 상점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로켓포나 화염방사기를 쥔 적군을 만나면 눈을 질끈 감아야 했고, 수류탄은 어디선가 계속 굴러들어와 꽁꽁 숨어있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 맵 중간 중간에는 거치형 무기가 있어 이를 피해 숨으려다 보면 어느새 스나이퍼의 총알이 엉덩이에 박힌다. 헉헉, 달리고 또 달리고 죽고 또 죽고. 이것 참 적응하기 힘들다.
▲ 헬기가 뜨면 숨든가, 다같이 빠르게 폭파시키든가
이는 먼저 ‘배터리’가 구현한 드랍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아바타가 사망하면 그 자리에 ‘보급품’이 드랍되는데 이것이 헬스팩이 될 수도, 헬기팩/폭격팩이 될 수도 있다. 헬스펙을 습득하면 즉시 25%의 체력이 회복되고, 두 종류의 팩을 획득하면 원하는 위치에 헬기나 폭격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지원 요청을 하면 “아군(적군) 헬기가 접근했다.” 혹은 “적군이 폭격을 가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폭격이 시작되는데, 이때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멋모르고 뛰어다니면 그대로 폭사 당한다. 아군의 폭격에는 피해를 입지 않으며, 적군 헬기는 폭파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폭격 시스템은 ‘배터리’의 전략과 전술에 크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좁은 맵의 경우 타이밍과 위치를 맞추면 적들을 한방에 몰살시킬 수도 있고, 실내로 몰아 그 사이 거점을 점령하거나, 유인 몰살을 노려보는 등 다양한 전술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템 드랍이 너무 랜덤이라 예측할 수 없고, 한쪽에서만 계속 습득하면 밸런스에 너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해 보였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 시스템을 모르는 유저들이 많아 “폭격 너무 짜증난다.”라고 하소연하는 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 헬스펙이 있어 항상 높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으나, 워낙 순식간에 죽는다-,-
다음으로는 특수 무기의 활용. 맵에 정해진 몇몇 공간에는 거치형 무기나 로켓포, 화염방사기가 존재하는데 이것의 활용도가 승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로켓포는 기본적으로 두 발을 가지고 있고 사용하기도 쉬운 편이라 쉽게 적을 사살하거나 수비라인이 탄탄한 곳을 뚫는데 용이하며, 화염방사기는 그 위력이 어마어마해 근접전에서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 이 특수무기는 특정 장소에 주기적으로 계속 리젠되며, 누구나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활용해줄 필요가 있었다.
이와 같은 폭격 시스템과 특수 무기로 인해 기존 FPS 유저들에게 익숙한 ‘총 아니면 칼, 혹은 수류탄’이라는 공식은 ‘배터리’에서 찾을 수 없게 됐다. 걷기 키를 누른 채 은밀히 이동해 일격에 적을 궤멸시키는 방식을 고수할 필요도 없다. `배터리`는 유저들에게 더 빠르고 신속한 움직임을 권유하고 있는 듯했다. 전장이 고요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총소리와 폭격 소리 아군/적군이 죽어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전진, 또 전진하는 `정신없는 리얼 전장`을 느껴보라는 그런 의미로 들렸다.
▲ 이거 정말 쏘는 입장에서는 통쾌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 외에 몇몇 시각적인 요인도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시야각도가 다른 게임에 비해 좁은 편이라 적군을 미리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또, 아바타의 복장은 배경과 건축물의 색감과 비슷해 단번에 구분해 내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적군을 표시해주는 시각적 장치가 특별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순간적으로 적군을 만났을 때 ‘쏴야 해!’라는 판단이 늦어지는 현상이 있었다.
확실히 이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다. 엔진을 잘못 썼다, 비주얼을 너무 강화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등?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으나, 개발 측에서 ‘리얼’을 추구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해 놓았을 가능성도 있어 아직까지 그 의도는 알 수 없다. `리얼`이라면 위장은 기본이니까. 다만 이 문제는 꼭 하드코어 유저들이 아닌 초보 유저들의 유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번쯤은 되짚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 바로 앞에 적군이 있다는 사실! 높은 곳에 올라가 있으면 더 찾기 힘들죠~
마지막으로 총을 쏘고 맞추는 과정의 변화다. 줌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을 난사하면 조준점이 워낙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감소한다. 때문에 근접이 아닌 이상 줌을 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 역시 적응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졌다. 이 총기 다루는 법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존 FPS에서 아무리 잘 나갔다고 한들, ‘배터리’에서는 초보일 수밖에 없다.
총기는 게임의 콘셉이 현대전이긴 하나 AK47이나 MP7 등 유저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든 주무기류는 줌이 가능하다. 특이한 것은 총기의 밸런스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니 불가능하다기 보다 혼란스러웠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배터리`의 총기는 총 3단계의 등급으로 나눠지는데,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조금 더` 다른 능력치를 갖추고 있다. 등급이 높은 무기는 게임이 끝난 뒤 스코어를 보는 자리에서 뽑기 형태로 운 좋게 한 명만 획득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상당했다. 같은 AK47이라도 고유명사가 붙어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등급에 차이가 있고, 이게 능력치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다른 총기와 비교해서 밸런스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뽑기 방식으로 증정하는 방식도 나름 신선하고 한판을 마칠 때마다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유저들이 총기에서 불공평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FPS 게임에서 매우 치명적인 것이다. 다음 테스트에도 이 방식을 그대로 가져갈지 모르겠지만 총기는 워낙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적을 발견하기도 다른 게임에 비해 힘겹지만, 조준 사격을 해야 유리하다
▲ 한판이 끝나면 즐거운(?) 전리품 습득 시간이... 아 제발 나좀
폭파 미션은 가라! 점령전이 뜬다
`배터리`에서는 폭파 미션을 찾을 수 없다. 대신 특정 위치를 점령해 점수를 획득하고 일정 목표을 먼저 채우면 승리하는 방식인 `점령전`이 존재한다.
이 `점령전`은 개인적으로 참 괜찮은 모드였다. 아니 `배터리`가 추구하려는 스피드한 게임 템포와 참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맵에는 총 3개의 점령지(깃발)가 있는데, 이 곳에서 몇 초 동안 자리를 지키면 해당 지역이 점령된다. 점령된 수에 따라 점수가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식이며,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빠르게 점수를 확보해 나갈 수 있다.
▲ 점령전은 `죽음`조차 의미가 있는 그런 모드다
이 모드가 `재미`를 주는 이유는 랜덤이지만 규칙적인 리스폰에 그 힘이 실려 있다. 아군이 A를 점령하면 적군은 A 근처가 아닌 B나 C 근처에서만 리스폰된다. B에서 리스폰된 적은 또 점령을 하기 위해 A나 C로 달려가고, A를 점령한 아군은 다시 B나 C로 달려간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리스폰이 되니 어디 구석에서 이른바 `뻘짓`을 하는 아군도 찾기 힘들고, 항상 `목표`라는 촉매제가 있어 죽고 또 죽어도 의미가 있어 흥미까지 소진되진 않았다. 다만 리스폰된 이후 무적 시간이 없어 몰래 잠입한 적군에게 바로 죽어버릴때나,?해당 지역이 폭격 상태일 때는 슬쩍 짜증이 나기도 했다.
다시 한번 평가하지만 이 `점령전`은 참 괜찮은 모드였다. 다만 이 안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어려움(폭격, 특수무기, 총기활용 등)만 밸런스 조절을 통해 극복해낸다면, 꼭 FPS 마니아가 아닌 일반 유저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스킬 시스템 등은 더 손을 봐야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스프린트 스킬이 주어진다. 게임내에서 Shit키를 누르면 게이지가 다 소모되기 전까지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이 스프린트는 `배터리`의 게임 템포가 빨라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안전지대라는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스프린트를 이용해 빠르게 치고, 빠지기를 반복해야 더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스프린트 외에도 `배터리`에는 여러 스킬이 존재한다. 체력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50%까지 채워주는 '위기 극복' 스킬이나, 탄창 교체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빠른 장전' 스킬 등이 그것이다. 아직 1차 테스트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공개된 거 같고 추후에 더 다양한 스킬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체력은 아무리 떨어져도 50% 까지는 저절로 채워진다
게임 인터페이스 부분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으나 몇 가지는 수정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특히 미니맵은 그 중요도가 높은 만큼, 해당 지역이 폭격 상태이거나 기타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보다 직관적으로 보이게 디자인하는 것도 게임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FPS 게임 치고 사용해야 하는 키가 너무 많다. 이런 저런 키를 요구하는 것보다 차라리 몇 개의 키를 `요술 버튼`으로 만들어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개선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신체 훼손(고어 표현) 대해서만 짚고 넘어갈까 한다. 개발진은 머리부터 팔, 다리가 통째로 잘려나가는 신체 훼손을 도입한 이유가 `타격감과 연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원래 기획했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적군의 다리를 쐈을 때 그 순간 떨어져 나가는 것이 보이면 모를까, 죽을 때 단순히 고어 표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타격감이나 연출을 느끼기 힘들다. 차라리 `블랙샷`처럼 총으로 쏴 적을 가격했을 때 순간적으로 타격감이나 연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 나아보인다.
▲ 이번 테스트에서 이런 고어적 표현은 별 의미가 없었다
독창성은 부족하지만 신선함은 분명 있다
종합해보면 `배터리`는 기존 FPS와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인습처럼 내려오던 여러 시스템에 변화를 시도했고,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방향을 꺽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물론 `울페슈타인` 시리즈나 `모던 워페어`, `배틀필드2` 등 해외 FPS 게임에서 이미 구현된 시스템을 차용해 '조선 워페어'란 다소 불명예스런 별칭을 얻기도 했지만, 위험성은 감수한 채 새로운 시도를 한 부분이나 정해진 틀을 깨고 이를 국내 FPS에 적용시키려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점수를 줘도 괜찮지 않나 싶다.
요컨대, 독창성은 부족하다. 하지만 신선함은 분명히 있다. 이는 해외 FPS가 아닌 국내 FPS만을 접해본 게이머들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제 뚜껑은 열렸다. '조선 워페어'가 아닌 '배터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