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코난, 어른에게만 허락된 하드코어 액션의 진수!
2010.05.03 21:24게임메카 김지희 기자
국내 시장에 도전한 서양 MMORPG들의 소식은 간간히 들려왔지만, 성공적인 선례를 남긴 것은 사실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유일하다. 에버퀘스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은 서비스가 종료된지 오래고, 사루만을 무찌르러 떠나자던 반지의 제왕 온라인 역시 조만간 안녕을 고할 예정이다.
외산 온라인 게임의 부진 요인에는 주로 거론되는 항목들이 있다. 국내 유저들의 취향과 동떨어진 스토리, 난해한 시스템, 엉성한 한글화, 왠지 ‘뽀대’가 부족한 캐릭터. 외산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이런 선입관은 국내에 진출을 시도하는 모든 외산 게임들이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지상과제와도 같았다.
이번 4월 29일부터 맥시멈 테스트를 진행중인 에이지 오브 코난 역시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롭지 않은 처지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유저들의 질문에 코난이 내놓은 답변은 무엇일까?
21기가짜리 부담스러운 덩치와의 조우
최근에는
10기가가 넘는 대용량 온라인 게임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지 오브 코난의 약 21기가에 달하는 용량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한번 설치하는 데만 3시간 이상이 걸리는데다, 피시방과
같은 곳에서의 개인 설치는 더더욱 꺼릴 수 밖에 없는 이 무시무시한
덩치라니!
▲북미
서버의 클라이언트 용량도 충분히 부담스러웠지만
확장팩이 추가되며
덩치가 더 커져버렸다
이는 에이지 오브 코난을 플레이 해보려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기도 했다. 아마도 클라이언트를 통째로 외장하드 및 다른 저장매체에 파일 복사로 옮겨둘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회사 내에서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는 데만 한참 전쟁을 치뤘을 터였다. 그나마 과거 CBT시절 유저들의 요청으로 ‘하드카피’가 가능해졌기에 혼란이 조금 덜했을 뿐, 게임 설치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본격 성인 MMORPG란 이런 것?
에이지
오브 코난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18세 미만 이용불가를 받은 `성인용
MMORPG`이다. 다만 그 수위가 기존의 다른 MMORPG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퀘스트 진행 중 선택지에 심심찮게 보이는
육두문자를 비롯, 다소 성적인 표현도 종종 나타나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영어로 봤을 때는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그냥 넘겼었지만,
한글화된 텍스트들 막상 제대로 읽어보니 PC방에서 플레이 하기엔 주변의
눈치가 신경쓰이겠다 싶을 정도였다.
▲와일드한
그녀의 깜찍한(?) 말투
▲여자
캐릭터의 XX가 노출된다는 점 만으로도
`심의삭제'스러운 게임임은 분명하다
직업별 기술 사용시 일종의 `피니쉬 기술`로 발동되는 `페이탈리티` 역시 에이지 오브 코난의 18금 판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부분일 것이다. 저레벨 시절의 페이탈리티는 "그냥 좀 피가 튀네" 싶은 연출이 전부이지만, 점점 레벨이 올라갈 수록 페이탈리티의 연출 수위 역시 더 과감하고 잔인하게 변해간다. 궁극적으로는 신체 일부분을 토막내는, 게임 인트로 영상 속의 장면 같은 연출까지 가능한 것이 코난의 `페이탈리티` 시스템이다. 단, 어디까지나 이는 적대적 플레이어를 비롯한?`인간형` 대상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바바리안의
`페이탈리티` 연출 스크린샷
연출도 잔인하지만, 화면에 피가 튀기는 효과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잔인할
수록 더욱 강해진다!"
18금 판정을 감수하면서 지켜낸 리얼한 잔혹 액션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동양을 모티브로 태어난 신규종족 `키타이`
맥시멈
테스트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확장팩 콘텐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마도 신규종족 ‘키타이’일 것이다. 동양적인 외모와 고대 한자를
활용한 문신이 눈에 띄는 ‘키타이’의 커스터마이징은 코난 특유의
매력과 세계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개발사인 펀컴이 ‘미형 캐릭터’를 선호하는 한국 및 기타 아시아 시장을
의식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이 ‘키타이’였기에,
이를 한국에서 진행된 테스트에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상]
키타이 종족 커스터마이징 소개
▲코난의
다른 종족들과 비교했을 때
이정도면 정말 아름다운 수준이다
다만, 아직 해외에서도 개발 중인 확장팩 내용이었던 만큼 지역 자체에 대한완성도는 다른 3가지 종족에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했다. 키타이를 선택한 테스터들은 대부분 20레벨 이후 넘어가게 되는 자신의 ‘고향’에서 한글화가 아직 진행이 덜되었거나, 몇몇 NPC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플레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상 1~20레벨 이후의 ‘키타이’는 맥시멈 테스트가 치뤄진 현시점에서는 미완성인 상태다.
▲지금은
심청이의 아버지, 심학규와 면담중
키타이의 추가와 함께 한국적인
콘텐츠들도 함께 선보였다
(심청이의 미모는 묻지 말라... 알면 다친다)
키타이 지역을 이루는 대부분의 건물들은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아시아권의 문화가 모두 혼합된듯한 모습이 더욱 강했다. 그 세부적인 콘텐츠가 무엇으로 채워질 지는 아직 전부 공개된 상태가 아니지만, ‘키타이’=’한국인’으로 인식하기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더 많았던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한국+중국+일본+및
기타 아시아 계열의 특징들이
한데 비벼진 것이 바로 `키타이`
안녕하세요, 저는
기억을 잃은 노예입니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과 ‘기억상실’은 막장 드라마 속의 ‘불륜’, 신데렐라형
주인공의 ‘왕자님’만큼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
키워드이긴 하지만, 국적불문 문화불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친숙한 대상이라는 점에서 친근감을 이끌어 내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졌다 할 수 있다.
▲[영상]
캐릭터 생성 후 `토타지 섬(튜토리얼)` 시작 영상
난파한 노예선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기억 잃은 노예가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의 비밀과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한 여정은 ‘에이지 오브 코난’ 속 플레이의 기본 뼈대가 되어주었다. 무리한 비약이나 무작정 “넌 선택 받았다!” 식의 억지를 부리지 않고, 20레벨까지 초보 지역 ‘토타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라 차근차근 설득해나가는 과정 역시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소재선택의 탁월함 뿐만 아니라, 기본 뼈대에 덧붙여진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런 이유도,
공감도 없는 퀘스트란 없다
에이지
오브 코난의 퀘스트 진행은 철저한 ‘대화형 이벤트’로 진행된다. 단순히
‘퀘스트 받기 창’을 열어 [수락]만 누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NPC와의
대화를 통해 그 대답을 자신이 직접 선택해야 한다. PC나 콘솔게임에서
더 익숙한 이러한 진행방식은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사소한 내용이라도
더 많은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개발진의 ‘고집’처럼 느껴졌다.
▲퀘스트
지문과 어우러진 성우의 열연도 일품!
▲퀘스트
추적 기능이 향상되어
10개 이상의 퀘스트를 동시 추적할 수 있게 된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지문 중 어떤 것을 선택한다 해도 퀘스트의 내용까지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NPC의 상황 설명이 보다 자세해지거나 말투가 조금씩 바뀔 뿐,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못했다. 또한, 빠른 진행을 선호하는 국내 유저들의 대부분은 대화를 제대로 듣거나 보지 않고 무조건 스킵하는 경향이 더 강했고, 그러다 보니 대화 마지막에 NPC가 주는 힌트를 놓쳐 진행 도중 헤매는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퀘스트
정답: 무조건 1번만 누르세요
방대한 양의 퀘스트 진행 대화이벤트들을 번역한 것으로 모자라, 모두 성우들의 목소리로 더빙까지 한 네오위즈와 펀컴의 현지화 노력은 분명 칭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산물들이 ‘빠른 플레이’를 선호하는 국내 유저들에게 ‘귀찮음’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초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고민
외산
게임이 국내에 제대로 뿌리박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자주 손꼽히는
요인에는 “게임 플레이가 너무 난해하다”는 점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단순한, 혹은 익숙한 시스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플레이를
해왔던 국내 유저들에게 ‘독창성’을 앞세운 외산 게임들의 새로운
시스템들은 적응하기 힘든 장벽이었다. 그리고 에이지 오브 코난 역시
이러한 위험성을 동일하게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 수준이었다.
‘주문’, ‘콤보’ 등으로 세분화된 캐릭터의 전투기술과 ‘스킬’, ‘피트’로 나뉘는 성장요소는 그 용어와 단어 자체로도 생소한 요소였다. 특히 게임 플레이 도중 ‘등반’과 ‘은신’같은 요소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진행 중 이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진행 자체가 막히는 순간이 발생하는 문제는 국내 서비스사인 네오위즈가 해쳐나가야 할 장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캐릭터
육성을 위해 신경써야 할 것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
대신 교복형 캐릭터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네오위즈는 공식 홈페이지에 영상을 첨부한 다양한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유저들에게 선보였고, 게임플레이 도중 지역 로딩을 기다리는 동안 나타나는 ‘로딩창’에도 한국 유저들을 위한 초반플레이용 팁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게임 상의 세부 시스템까지는 손댈 수 없는 퍼블리셔의 입장에서 로딩 화면의 활용과 공식 홈페이지의 가이드 제공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 셈이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이었을까? 게임 내 채팅창에서 길찾기, 물체 찾기와 같은 퀘스트 진행 자체의 난해함을 제외한 시스템에 대한 질문은 생각 외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로딩창에서의
도움말은 한국 클라이언트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
5% 부족한 `리얼컴뱃 시스템`에 대하여
에이지
오브 코난의 애매한 ‘리얼컴뱃 시스템’은 해외 지역에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 단점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직접 방향을 정해서 적을 공격하는
‘공격 매커니즘’에 대한 부분은 호평 받았지만, ‘방어 매커니즘’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공격은 그때그때
타이밍에 맞춰 방향을 설정할 수 있지만, 방어는 조작법대로 단축키를
눌러도 그 방어방향이 직관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대부분의 유저들은 중립 상태의 방어를 유지할 뿐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상태다.
▲방어는
항상 `중립`으로 고정된 채 거의 바꿀 일이 없었다
PvE 외의 부분에서
거의 쓸 일이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
또한, 북미와 유럽 서비스 시절부터 지적되던 직업별 밸런스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네크로맨서, 레인저, 바바리안 등 소위 ‘추천직업’들이 가진 사냥 및 PvP에서의 우월함은 타 직업이 감히 그 효율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강력했다. 이는 앞으로도 그래왔듯이 추후 에이지 오브 코난이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 나
외의 모든 타인은 적이다
에이지
오브 코난의 PvP는 차라리 PK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수준일 정도로
자비가 없다. PvE 서버라면 길드전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일반 온라인 게임들과 동일한 수준의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PvP 서버에서는
필드에 나가는 순간부터 사방의 모든 플레이어가 다 ‘적’이 된다.
게다가 배우는 레벨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직업이 ‘은신’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내가 몬스터를 잡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단순하게 끝나버릴 수도 있는 한 순간의 사냥에도 엄청난 집중을 필요하게
만들었다.
초반 유저들이 몰리는 ‘흰모래 섬’의 PvP서버 풍경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죽고 죽이는 순환 속에서 섬의 하얀 모래 위는 유저들이 남긴 묘비로 가득 채워져 진풍경을 이뤘다. PvP를 피해 ‘토타지(밤)’의 싱글 플레이로 1~20레벨은 어느 정도 키우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는 정말 안전지대라곤 ‘마을’ 외엔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순간 순간의 위협을 이겨내야 했다.
▲북미서버
PvP 롤플레잉 서버 시절의 플레이 스크린샷
어떤 것이 사람이고 누가 몬스터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
물론 PvE 서버라면 위와 같은 부담 없이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PvP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더 스릴있는 플레이를 원한다면 PvP서버를 선택해보길 추천한다. 어렵지만 그만큼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코난의 PvP이기 때문이다.
▲코난의
PvP속 핵심이자 종착역은 결국 `길드전`이다
필드 위에 자신의
길드 소유 영토를 확보하고, 요새까지 건설할 수 있다
코난의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외산
게임답게 스토리 및 세계관의 탄탄함은 다른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월등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 자체가 1930년대
출간된 ‘코난 시리즈’라는 소설 속 ‘하이보리아’라는 세계를 기반으로
제작된 탓도 있겠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들의
특징을 복식, 외형, 퀘스트 등에서 실체화시킨 부분들은 꼼꼼함을 넘어
집요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에이지 오브 코난은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서비스를 진행해온 온라인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 서비스를 시작했던 2005년 당시 지적 받았었던 ‘중간 레벨대의 콘텐츠 부족’과 같은 부분들은 꾸준한 던전 추가와 콘텐츠 패치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 거기다 확장팩까지 추가된 코난의 콘텐츠는 가히 그 설치용량(약 21기가)만큼이나 무시무시한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콘텐츠의 양이 많다는 점이 무조건적인 장점이 되지는 못한다. 과거 외산 온라인 게임들이 남긴 선례가 그렇듯, 현지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결국 소수의 매니아들을 위한 게임으로 남을 뿐이다.
▲맥시멈
테스트 1주차를 끝낸 유저들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점점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국내 유저들에게 코난은 충분히 ‘완성형 온라인 게임’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코난’이라는 이름 자체가 국내 유저들에게 다소 생소한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단순하고 뻔한 퀘스트가 지루해진 게이머라면, 게임 속에서의 두근거리는 모험이 그리운 성인 유저라면 ‘에이지 오브 코난’이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두자. 지금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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