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의 문명 5, 기자가 문명하느라 리뷰를 안 써요
2010.10.06 17:45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악마의 중독성을 가진 게임’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지만 이런 칭호를 받은 게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계속해서 다양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인공지능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것이 주를 이루는 1인 플레이 게임에서는 이러한 칭호가 더욱 귀하다.
그 희귀한 명예의 전당(?) 멤버들 속에서 유달리 위엄 넘치는 게임을 뽑으라면 바로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하 문명)’ 시리즈가 떠오른다. 인류 문명의 탄생과 발전, 현재와 미래까지 완벽하게(물론 역사 고증과 문명 선택에서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구현한 ‘문명’ 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욱 세밀한 묘사와 다양한 시스템의 추가로 마치 역사 시뮬레이션을 방불케 하는 완성도를 보여주며 전 세계 수 많은 유저들의 밤잠을 빼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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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 자겠어..
그리고 지난 9월 24일, 전작으로부터 5년 만에 최신작 ‘문명 5’ 가 발매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문명 5’ 의 중독성을 ‘악마’ 에 비유하며 각종 어록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명 5’ 의 아마추어 한글화 팀이 게임 분석을 위해 ‘문명 5’ 를 설치한 후 단체로 연락이 끊겼다거나, ‘문명 5’ 를 가동 중 프로그램 오류가 나며 게임이 종료되자 ‘주인을 구한 은혜로운 컴퓨터’ 라고 칭송하는 등의 얘기는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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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갚은 까치' 의 21세기 버전 '은혜갚은 컴퓨터'
이에 필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지 그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행방불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문명 5’ 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벌집이 육각형인 이유가 문명 5 때문인가요?
‘문명 5’ 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육각형의 타일로 이루어진 맵이다.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맵은 주변과의 상호 작용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영토나 국경선 등을 각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국경선의 경우 정육면체 자체의 딱딱한 직선이 아닌 부드러운 곡선 묘사 기법이 사용되면서 마치 블록 개념이 없는 아날로그 지도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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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사 타일이라 복잡할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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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게임 내에선 이렇게 부드럽게 묘사된다
사실인 국경선 묘사 외에도 ‘문명 5’ 의 영토 개념은 상당히 발전했다. 대표적 특징으로는 도시의 영역을 돈으로 구입하여 영토를 확장하는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전작에서는 도시의 발전 정도에 따라 자동으로 영토가 넓어졌으나, 이제는 원하는 블록을 골라 구입하는 방식을 통해 원하는 지형을 자신의 영토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멀리 있는 도시끼리 빠르게 연결하거나, 근접해 있는 국가와 경쟁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등의 능동적인 땅따먹기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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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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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영토를 차차 늘려가자
영토 구입 시스템 또한 게임 전략을 더욱 다양화시켰다. 이전에는 도시의 성장에 따라 자동으로 도시 영역이 확장되었지만, ‘문명 5’ 에서는 그 외에도 돈을 주고 주변의 영토를 구입할 수 있다. 영토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철이나 말, 오일 등이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영토를 확장시킬 수 있고, 시민이 적어서 굳이 영토를 확장시킬 필요를 못 느낀다면 그대로 놔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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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저 코끼리 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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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니?
▲ 와~ 코끼리다~
실제로 필자는 대륙 한복판을 가로막고 있는 산맥 중간의 길을 영토 확장으로 막아 버려 주변 문명들로부터의 영토 개방 요청을 계속해서 받으며 흐뭇해 한 적도 있다. 마치 1, 2차 대전 때 알프스 통로를 무기로 삼은 중립국 스위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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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으로
막혀 있는 대륙, 유일한 길을 영토로 막아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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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길 터주면서 돈까지 받을 수 있다
너희 시민들은 일하기 위해 태어났을 뿐이지! 피라미드! 피라미드를 세워라!
열심히 영토를 넓혔다면 효율적으로 도시를 관리하고 유닛을 생산, 문명을 발전시켜야 한다. ‘문명 5’ 에서 도시를 관리할 때 신경써야 할 것은 시민 배치, 자원 채취, 건물 건설, 원더 건설, 유닛 생산 등이다.
일단 도시를 세웠다면 도시 주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채취하기 위해 농장, 광산 등 각종 시설을 세워야 한다. 시설을 세운 후에는 도시 관리 메뉴에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시민을 시설에 배치해 주면 금이나 망치, 식량, 과학기술 등의 생산량이 바뀐다. 필자는 초반에 시설만 지어 놓으면 자동으로 자원이 채취되는 줄 알고 게임을 진행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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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 시민을 배치하지 않은 모습, 이대로는 효율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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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구입 창 오른쪽 위에 있는 창에서 돈 위주로 시민을 배치하면 돈 수입이 훨씬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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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만들어 놓은 농장과 상가에 시민이 들어차 있지 않으면 그 얼마나 서러운가!
시민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빠르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시설만 너무 많이 건설해 놓으면 시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는 경우가 생기고, 결국 기껏 만들어 놓은 시설이 놀고 있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시민과 시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효율적으로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도시의 시민을 식량 생산(농장, 어장 등) 시설에 많이 놓아 두면 식량 생산량이 오르고, 시민 증가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자원 획득이 쉬워지지만, 시민이 너무 많으면 행복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여러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반대로, 식량을 최소로 생산해가며 돈이나 망치(개발속도), 과학이나 문화 개발에만 힘을 쓰게 되면 시민이 늘어나지 않아 영토 내 시설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도시 영토 상태에 맞춰 시민이 놀지 않으면서 시설도 풀 가동되도록 시민 배치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명 5' 의 내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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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놀지 않게 하면서 시설도 놀지 않게끔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건물은 도시의 자원 생산량이나 방어력, 유닛 보조 등의 효과를 가지며, 원더의 경우 문명 전체에 큰 효과를 부여하는 특수 건물이다. 특히 몇몇 원더는 다른 문명에서 선점할 시 더 이상 짓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특수한 원더는 놓치지 않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돈이 많은 문명의 경우엔(중국이나 아라비아 문명의 경우 돈을 벌기가 쉬우며, 그 외의 문명도 외교 편법을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유닛이나 건물을 개발 시간을 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구매’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는 효과 좋은 원더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건물과 유닛은 즉각 구매를 통해 마련하는 것도 전략의 하나이다. (물론 원더 중에는 쓰레기 같은 것들도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적절히 운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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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원더 건물들, 도시 전체에 걸쳐 효과를 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선점할 것은
선점하자
살아 숨쉬고 성장하는 유닛들
‘문명 5’ 의 유닛은 말 그대로 살아 숨쉰다. 공격을 받았을 때 단순히 체력(?)이 줄어들거나 숫자로 표시된 병력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병사들이 전투를 치르고 전사하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체력이 10% 남은 창병과 10명 중 한 명만이 살아남은 창병 군단은 한눈에 봐도 느낌 자체가 다르다. 실제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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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있는 두 유닛의 차이는? 바로 체력!
‘문명 5’ 의 유닛은 기본적으로 군단 단위로 구성되며,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거기에 이전 시리즈에서 가능했던 ‘한 블록에 다수의 유닛 겹쳐놓기’ 가 없어져 유닛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전투 유닛과 비전투 유닛은 한 블록에 겹쳐질 수 있다.
특히, 유닛이 전투를 통해 얻은 경험치로 각종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의 관리에 따라 영웅급의 유닛을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격력과 기동성, 이동 거리, 회복력 등 기본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다 보면 상위 스킬인 더블 공격, 전격전, 매복 등도 익힐 수 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 된 유닛은 일반 유닛을 쌈싸먹을 정도로 강해지기 때문에 때로는 한 두 유닛으로 도시 하나를 점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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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숙련된 유닛이 도시 점령 시범을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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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건 없고, 도시 공격 어빌리티가 높으니까 이대로 쏴 주면...
이처럼 개별 유닛의 중요성이 강조된데다, 도시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이 생기면서 도시마다 주둔군을 둘 필요가 없게 되면서 전작처럼 대량의 유닛을 뽑지 않아도 얼마든지 게임을 잘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물량에만 의존했던 전작까지의 전투 양상이 상당히 바뀐 것이다. (물론 물량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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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레벨 높은 유닛 두 기 만으로 도시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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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주둔 병력이 없더라도 자체 방어 기능이 있다
유닛들의 특성도 더욱 세분화되어 SRPG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전략적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활, 총 등 원거리 유닛은 한 두칸 떨어진 곳에서도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문화 특성에 따라 공격 후에도 이동을 할 수 있거나, 두 번씩 공격하는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유닛 사이 상성 관계도 뚜렷하기 때문에 다양한 유닛들을 잘 조합, 배치하는 것이 쉽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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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유닛은 도시를 공격할 때 반격을 받지 않지만 공격력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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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차이가 나면 상성따윈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AI의 전투능력이다. ‘문명’ 의 매력은 전투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컴퓨터의 전투 센스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전략을 사용하기는커녕 무턱대고 들이대는 식의 공격성향은 마치 당나라 군대를 연상시킨다. 이는 컴퓨터 레벨을 최고로 해 놓아도 변하지 않는다. (물론 유닛 생산량 등은 차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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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공격 유닛도 없이 요새 지대로 쳐들어오는 컴퓨터
폭력주의자 간디? 다양한 문명들과의 상호작용
‘문명 5’ 는 세계 각지의 문명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충실하다. 각 부족 대표자들의 언어나 표정, 복색 등은 얼핏 봐도 매우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문명’ 특유의 부족 별 도시의 특색과 문화적 성향 또한 잘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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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과 나폴레옹 등 위대한 역사적 지도자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이라면 누가
나올까?
국가 별 특수 건물과 유닛 또한 문명 특유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은 펜저 탱크를, 아라비아는 낙타병, 일본은 사무라이 같은 특유의 유닛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는 말, 철, 우라늄 등의 자원을 기존의 2배 효율로 채취할 수 있고, 아즈텍은 적군 유닛을 죽일 시 문화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 등 문명의 성향에 따른 특유의 능력을 갖는다. 다양한 특수 능력을 체험해 보는 것도 ‘문명 5’ 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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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의 독일, 펜저 탱크를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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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특수 유닛 '추코누', 한 턴에 두 번 공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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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특수 유닛 사무라이가 존재한다
한편, 문명 별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AI들의 생각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간디가 이끄는 인도 문명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외교를 펼치는가 하면(무리한 요구를 한 뒤 거절하면 선전포고 등), 한 없이 무서워 보이는 아즈텍 문명이 의외로 잠잠하게 지내는 등 재미있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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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무저항을 주장한 간디가 나폴레옹을 함께 쳐부수자고 제안을 한다
필자가
거절하자 간디는 다짜고짜 선전 포고를 하는데...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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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당장이라도 사람 심장을 뽑을 것 같은 아즈텍 지도자는 의외로 순했다
다양한 문명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만큼 ‘문명 5’ 의 외교 시스템도 전작에 비해 훨씬 사실적으로 진화했다. 일단 외교 시 협상할 수 있는 항목 수가 상당히 많아졌고, AI가 발전해서 컴퓨터가 터무니없는 대답이나 요청을 하는 행위 또한 줄어들었다.(아직 많긴 하지만) 특히, 외교 시 사실적으로 묘사된 문명 대표자의 표정과 반응을 보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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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평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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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표정이 이렇게 바뀐다. 알기 쉬운 성격이군!
세계정복, 무식하게 힘으로만 해결하시렵니까?
‘문명 5’ 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문명을 전 세계에서 일등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실제로 간단하진 않음) 방법으로는 위에서 계속 언급한 전투유닛을 통해 전쟁을 일으켜 이웃 문명들을 차례차례 함락시켜 나가는 것이다.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 칸, 고대 로마 제국이 이루었던 대제국과 같다.
그러나 현재 세계 최대 국가(정치적인 판단은 보류하고)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 전쟁으로 세계를 정복해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문명 5’ 에도 전쟁 외 다양한 승리 조건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외교와 과학, 문화로 일류 국가가 되는 것이다.
외교로 세계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UN의 대표자로 선출되어야 한다. UN은 문명기술 테크트리 막바지에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 를 개발하면 만들 수 있으며, UN에서 대표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도 상에 퍼져 있는 도시 국가들의 표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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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트리 거의 끝쪽에 있는 '세계화' 기술을 개발하면 UN을 설립할 수 있다
도시 국가는 영토를 확장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하나의 문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도시를 건설하고 살아가는 약소국가이다. 이 도시국가들의 요구사항(야만인 퇴치, 원더 건설 등)을 들어주거나, 간단하게 돈을 쥐어 주면 도시 국가와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친밀도는 UN에서의 ‘표’ 가 되며, 8~9개의 도시 국가에서 표를 얻으면 UN의 대표자가 되며 승리하게 된다. 필자는 도시 국가들의 요청을 일일이 들어주기 벅찼기 때문에(서로 간의 전쟁 청부나 다른 문명과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함) 외교 승리는 해 보지 못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과학 승리이다. 말 그대로 문명기술 테크트리를 끝까지 진행하여 우주선을 건설하면 승리하게 되며, 과학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영토를 지키면 승리한다. 지리적으로 영토가 다른 국가들과 떨어져 있다면 4~5시간 만에 손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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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트리를 끝까지 올린 후 우주선을 개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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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미래로! 과학 엔딩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문화 승리이다. 각종 건물과 원더 등으로 얻을 수 있는 ‘문화’ 수치를 올리다 보면 문명의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 ‘문명 5’ 의 ‘정책’ 시스템은 스킬 트리 형태로 되어 있는데, 전통(Tradition), 문화 후원(Patronage), 이성주의(Rationalism), 독재 국가(Autocracy) 등 총 10종의 정책 이 있으며, 각 정책 속에는 5개씩의 문화 특성을 개발할 수 있다. 5종의 정책을 완전 개발하게 되면 유토피아 프로젝트 원더를 건설할 수 있으며, 유토피아 건설이 완료되면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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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문화 테크 5개를 완성시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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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가 찾아온다!
이러한 승리 조건은 자신의 문명 특성과 주변 환경,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선택해야 한다. 괜히 문화로 승리하겠다고 도시 전체를 문화 개발만 하고 있다가 주변 문명에게 침공당할 수도 있으며,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로 병력을 뽑아내다 보면 결국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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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이 이렇게 많은데 괜히 과학 개발하다가 쪽박 찼다
(잘 보이진 않지만 제일
위 왼쪽을 보면 돈 획득량이 마이너스)
언어의 압박은 보통, 특유의 중독성은 여전
사실 ‘문명 5’ 를 플레이하기 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언어 장벽이었다. 외교나 문화 등에서 생소한 단어가 나오기도 하고,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 해 보니 ‘문명 5’ 의 언어 압박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물론 한국어처럼 슬쩍 봐도 바로 이해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림 위주의 아이콘으로 이루어진 직관적이고 깔끔한 인터페이스 덕택에 일단 게임 시스템을 대충 이해하고 나니 이후에는 언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도 손쉽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게임 중 등장하는 단어들도 쉬운 수준이기 때문에 초반에 몇몇 단어의 뜻만 알고 나면 일사천리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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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쉬운 인터페이스, 오른쪽 아이콘을 보아하니 만들 것 하나, 개발할 것 하나,
시민 한 명이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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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쉬운 영어, "나는 기쁩니다 그 얘기를 들어서요"
게다가 소식이 끊겼다고 알려진(;;) 아마추어 한글화팀의 한글화 작업이 거의 완료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쁜 소식이지만 이로 인해 낮아진 진입 장벽으로 ‘안타깝지만 문명하셨습니다’ 판정을 들을 분들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마음 편히 기뻐할 수는 없겠다.
‘문명 5’ 의 세계는 매우 방대하고 깊으며 중독성이 강하다. ‘한 턴만 더’ 하다 보면 어느 새 날이 밝아온다는 특유의 중독성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힘들다. 그러나 게임의 볼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게임 시스템을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충분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이런 말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경우도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버리는 사고(?)가 아니었다면 현실세계로 탈출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전작에 비해 훨씬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변한 ‘문명 5’ 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2010년 하반기를 빼앗아갈지 모두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아, 그 전에 한 턴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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