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튼 교수와 악마의 상자, 충실한 한글화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2011.09.21 18:06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레벨5의 대표작 ‘레이튼 교수와 악마의 상자(이하 악마의 상자)’가 일본 현지 발매 4년 만에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동화 같은 디자인과 그에 걸맞은 서정적인 스토리, 그리고 두뇌를 자극하는 수수께끼를 조합한 ‘레이튼 교수’는 국내에도 다수의 팬이 자리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비록 시기는 많이 늦어졌으나 ‘악마의 상자’ 정식 발매 소식에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된 것만 봐도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특히 ‘악마의 상자’ 한글판은 전작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이하 이상한 마을)’과 달리 국내 전문성우들의 작업 하에 음성까지 완전 한글화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수께끼를 풀며 스토리를 전개한다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화가 없으나, ‘이상한 마을’ 한 곳만 순회하던 전작과 달리 기차와 마을 2곳을 탐험하는 등, 전체적인 볼륨이 확장되었다. 시리즈의 밑바탕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즐거움을 알리는 2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것이다.
메인 수수께끼에 부가적으로 붙는 콘텐츠 역시 소소한 손맛을 살린다. 수수께끼를 풀며 입수한 재료로 허브티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을 만족시키거나, 건강이 위험할 정도로 뚱뚱한 햄스터의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등, 수수께기 풀이에 지친 머리를 잠시 쉴만한 요소도 충분하다. 부가 콘텐츠와 메인 수수께끼의 연계도 자연스러워 전체적인 게임 구성이 깔끔하고 짜임새 있다.
다만 스토리와 수수께끼 문제 등, 내부 콘텐츠는 모두 바뀌었으나 전체적인 진행 방식이 동일하여 신선한 맛이 부족한 점이 살짝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루해지기 쉬운 퍼즐 장르에 스토리를 더하여 감칠맛을 살린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을 살리는 데 강조한 ‘악마의 상자’에 대해 아래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반짝코인과 함께라면 올 클리어도 문제 없다! - 적절한 난이도
‘악마의 상자’는 수수께끼 문제와 스토리 전개가 서로 맞물려 있다. 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수께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개중에 일부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해답이 생각이 안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 때를 대비하여 마련된 요소가 바로 ‘반짝코인’이다. ‘악마의 상자’는 전작 ‘이상한 마을’과 같이 힌트를 열람할 수 있는 ‘반짝코인’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 수수께기 풀이와 스토리 전개를 연계한 기본 게임성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유형상 끈기 있는 태도로 스스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퍼즐형 수수께기(블록 맞추기 등)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제는 ‘반짝코인’을 사용하여 얻은 힌트로 대부분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답답함이 해소된다. 게임에서 제공되는 ‘반짝코인’의 개수는 213개, ‘악마의 상자’의 전체 수수께끼의 수는 153개에 이른다. 한 문제 당 하나씩 사용한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는 충분한 수의 ‘반짝코인’이 제공된다.
▲ 풀이 도중, 벽에 부딪쳤다면 '반짝코인'을 사용하자!
여기에 이미 풀어낸 수수께기는 별도의 ‘수수께끼 사전’에 저장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 후에도 언제든지 다시 풀 수 있다. 전작과 달리 힌트를 보지 않고 해결에 성공하면 이에 관한 별도의 메시지가 제공된다. 이 점이 플레이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 점은 없으나, 문구를 대하는 플레이어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비로소 이 문제를 내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냈다는 뿌듯한 감정이 샘솟기 때문이다.
▲ 한 번 푼 문제도 다시 할 수 있으니 '반짝코인' 사용 없는 진정한 클리어에 도전해보길!
문제의 유형은 전작에 비하여 좀 더 다양화되었다. 특히 발상의 전환만 이루어지면 짧은 시간 안에 풀이가 가능한 넌센스형 수수께끼의 비중이 줄어들고, 구슬 없애기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추가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일부 문제에 한해서만 제공된 ‘메모장’을 모든 문제에 제공하여 편의성을 더한 점 역시 눈에 뜨인다. 문제 위에 불투명한 형태로 생성되는 ‘메모장’은 수수께끼를 풀면서 이용할 수 있어 특히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수수께끼를 풀 때 유용했다.
스토리와 비주얼의 훌륭한 조화, 한글음성이 흥을 돋운다!
‘이상한 마을’의 스토리에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을 딸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스며 있다. ‘악마의 상자’ 역시 전작에 못지 않은 서정적인 스토리로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한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자세하게 이야기는 하지 않겠으나, 여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무서운 소문에 휩싸인 ‘악마의 상자’ 안에는 평생 동안 한 여자만을 기다린 한 남자의 진실된 사랑이 서려 있다.
▲
나의 젊음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악마의 상자'의 핵심인물 안톤
▲
다 큰 나이에 문득 가출을 결심한 '카티아', 과연 둘의 관계는?
‘악마의 상자’의 추가 메뉴 중 하나인 ‘오래된 일기’는 메인 스토리를 따로 모아 플레이어에게 소개하며 중간에 흐름을 놓친 플레이어라도 빠르게 이야기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진행에 따라 하나씩 개방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오래된 일기’는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요소로도 자극한다.
‘레이튼 교수’ 특유의 동화적인 비주얼은 스토리의 서정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화사함이 강조된 ‘이상한 마을’과 달리 ‘악마의 상자’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다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손으로 그린 그림과 같은 느낌이 강한 아기자기함이 남성은 물론 여성 게이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친근함을 전달한다. 즉, ‘레이튼 교수’의 스토리와 비주얼은 매끄러운 조화를 이룬다.
▲
'레이튼 교수' 특유의 비주얼이 스토리의 맛을 살린다
특히 한글판 ‘악마의 상자’는 한글 자막에 영어 음성을 지원했던 전작과 달리 텍스트는 물론 음성까지 한글화하여 보다 완벽한 감동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게임 도중에 제공되는 대사는 물론 애니메이션까지 한글음성이 지원되기 때문에 보고 듣는 맛이 배가되었다. 한글화 작업에 참여한 성우들의 연기력도 안정적이라 게임의 완성도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쉽게 말해 ‘악마의 상자’의 한글화는 게임의 완성도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
완벽한 한글화가 보고 듣는 재미를 살린다
주인공 ‘레이튼’과 ‘루크’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성은 게임에 대한 애정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여성에게 늘 친절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머리에 쓴 기다란 중절모를 벗지 않는 독특한 습관을 지닌 ‘레이튼 교수’와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한 꼬마 조수 ‘루크’의 존재감은 어려운 수수께기를 눈앞에 둔 플레이어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
은근히 독특한 성격을 자랑하는 '레이튼'과 '루크'
전작을 즐긴 플레이어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도 게임 곳곳에 숨어 있어 흥미를 돋운다. ‘이상한 마을’에서 선보인 어색한 어른 분장으로 ‘레이튼’과 ‘루크’의 눈을 속이고 일행에 합류한 ‘플로라’와 ‘레이튼’의 숙명적인 라이벌 ‘돈 파울로’, 언제나 까칠하지만 아내에게만큼은 친절한 ‘체르미 경감’, 게임에 대한 팁을 주고 사라지는 수수께끼의 사나이 ‘머플러’ 등 익숙한 인물이 주위를 환기한다.
▲
바베트 부인의 강아지 '톰'을 안고 가는 의문의 여인...그런데 우리 전에
만나지 않았니?
엔딩 마지막에 제시된 커다란 벽시계는 차기작 ‘레이튼 교수와 최후의 시간여행’에 대한 기대심을 자극한다. 레벨5는 전작 ‘이상한 마을’에도 ‘악마의 상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몰렌트리 특급열차에 승차하는 ‘레이튼’과 ‘루크’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현재 해외에 먼저 출시된 ‘레이튼 교수와 최후의 시간여행’은 그 이름처럼 ‘타임머신’을 소재로 다루며 몰라보게 성장한 청년 ‘루크’가 등장한다.
수수께끼로 복잡한 머리, 재미있는 미니게임으로 풀자!
‘레이튼 교수’에는 메인 수수께끼 외에도 수집 요소에 집중된 추가 요소가 등장한다. 전작 ‘이상한 마을’은 ‘플로라’의 초상화를 완성하는 직소퍼즐과 수수께끼를 해결한 보상으로 획득한 가구를 이리저리 잘 배치하여 ‘레이튼 교수’와 ‘루크’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방꾸미기’, 여러 부품을 조합하여 ‘로봇 강아지’를 완성시키는 미니게임이 존재했다. ‘악마의 상자’에도 이와 유사한 미니게임이 수록되어 골치 아픈 수수께끼 해결에 시달린 머리를 식힐 여유를 제공했다.
▲
루크: 선생님 이제 집에 가나요?
레이튼: 아니,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남았단다
‘악마의 상자’의 미니게임은 전작 ‘이상한 마을’과 비교하여 보다 다채로운 재미와 이득을 동시에 제공한다. 부품을 모아 망가진 ‘카메라’를 조립해야 하는 ‘이상한 카메라’는 완성되면 필드의 특정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다른 그림 찾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마저 해결하면 마을 안에 꽁꽁 숨은 수수께기 문제가 등장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식당차 안의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여 뚱뚱해진 햄스터를 일정 걸음 이상 움직이게 하여 다이어트를 도와야 하는 ‘햄스터’ 모드와 마을 사람 26명을 만족시켜야 하는 ‘허브티’ 모드가 제공되며 각 모드를 해결하면 ‘레이튼 교수의 도전장’에 위치한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에 ‘햄스터’는 반짝코인의 위치를 알려주어 플레이어의 진행을 돕는 부가적인 기능까지 수행한다.
▲
'악마의 상자'의 미니게임, 좌부터 '이상한 카메라', '햄스터', '허브티'
메인 수수께끼와 각 추가 요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햄스터’를 걷게 하는 장치와 ‘허브티’의 재료, ‘카메라’의 부품 모두가 수수께끼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다. 즉, 메인 문제와 미니게임이 서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부가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상한 카메라’는 숨겨진 수수께기, ‘햄스터’는 ‘반짝코인’의 위치를 안내하여 수수께끼 풀이에 도움을 제공하며 모든 플레이 요소가 메인 진행으로 귀결되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게임으로 엮어낸 개발사 ‘레벨5’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레이튼의 도전장’ 코너 중 한 곳의 잠금을 해제하는 ‘허브티’는 완성된 차에 대한 사전설명은 물론 차를 마신 ‘레이튼’과 ‘루크’의 반응을 자세하게 실어 플레이어가 차의 특징을 미리 알 수 있도록 도왔다. 마을 사람마다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미리 차의 효능 및 특징을 알아두면 한번에 원하는 차를 대접할 수 있기 때문에 진행속도가 빨라진다. 차 포트에 터치펜으로 재료를 끌어넣어 차를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손맛이 살아있다.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완성도 하나는 수준급!
▲
세상은 넓고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아직 가득하다
수수께끼를 풀며 스토리를 진행한다는 기본적인 게임성에 큰 변화가 없어 전작과 다른 신선함을 맛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악마의 상자’ 자체의 완성도는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명성을 깨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특히 ‘이상한 마을’에서 다소 헐겁게 설정된 세계관이 ‘악마의 상자’를 거치며 보다 체계적으로 완성되어 ‘레이튼 교수’ 시리즈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인다. 수수께끼와 스토리텔링의 조합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사랑받은 ‘레이튼 교수’, 지금 플레이어들은 차기작 ‘최후의 시간여행’의 국내 정식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