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촌 온라인 2차 CBT,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들였다
2012.03.13 17:20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좋은 목수는 가구의 뒤에도 좋은 나무를 쓴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항상 기억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마계촌 온라인’은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히 준비한 태가 나서 즐기는 사람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 준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총 5일간 ‘마계촌 온라인’ 2차 CBT에 참가한 기자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이와 같다.
2012년에는 유난히 대작이 많다. 이번 주 첫 비공개 테스트를 앞둔 ‘리프트’부터 엔씨소프트의 강력한 무기 ‘블레이드&소울’, 완성도에 마지막 힘을 기울이고 있는 ‘디아블로3’, 얼마 전 약 3달 여 간의 테스트를 마감한 ‘아키에이지’까지 즐길 거리가 풍성한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는 ‘마계촌 온라인’이야 말로 국내 게임업계 복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공개 테스트 단계지만 ‘마계촌 온라인’은 게임을 직접 한 유저에게 강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아케이드 플랫폼으로 출시된 캡콤의 ‘마계촌’을 기반으로 제작된 ‘마계촌 온라인’은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횡스크롤 액션 RPG이며, 게임 진행에 따라 레벨에 맞는 던전을 클리어하여 플레이에 따라 별도의 판정을 받는 방식 역시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 디테일을 확실하게 살려 ‘마계촌’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타 게임과 확연히 구분되는 색이 ‘마계촌 온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징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콘솔 패키지 게임계에서 뼈가 굵은 원작 ‘마계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원작의 묘미를 성격이 다른 플랫폼인 온라인게임으로 무리 없이 소화한 개발사의 고민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마계촌 온라인’은 그저 그런 액션 횡스크롤 RPG 신작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가볍게 접속했다가, 의외의 완성도에 놀라다
‘마계촌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완성도이다. 실제로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접속한 기자는 기대를 뛰어넘는 재미에 깜짝 놀랐다. 공주의 납치 장면을 담은 프롤로그 동영상부터 본격적인 진행을 연결하는 부분도 자연스러웠으며, NPC 역시 생동감이 넘쳤다. 플레이어와 대화를 할 때나 처음 방문했을 때, 그리고 대화를 마치고 나갈 때 특유의 모션을 보여 주어 실제로 사람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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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살아있는 NPC
마을의 디자인에 있어서도 여타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복층으로 구성된 ‘네메본 성’ 안에는 필요한 건물은 물론, 여러 가지 볼거리가 속속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사이에 걸린 빨랫줄이나 부상을 당해 치료 중인 기사, 짚더미를 정리하는 소년 등, 중요하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살리는 장치가 몰입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알고 보면 GM도 외롭습니다’ 등 재치 있는 멘트가 섞인 독특한 로딩 화면 역시 잔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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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본 성에 있는 부상 입은 기사...절망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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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그림과 적절한 멘트
이러한 특징은 인스턴스 던전으로 진입해도 이어진다. 각 던전의 배경에 맞게 ‘설원’ 지역에는 얼어붙은 해골이나 눈사람을, ‘농장’ 지역에서는 농기구와 짚더미, 농가 등 시각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배치되어 있다. 이와 같은 장치는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동시에,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가미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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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디테일이 던전의 분위기를 살린다
아이템 수집에도 별도의 플레이 요소를 넣었다는 점 역시 눈에 뜨인다. 마치 ‘팡야’의 타격 시스템처럼 입력 포인트가 설정된 바를 제시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스페이스키를 눌러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수집 시스템을 통해 쏠쏠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법사의 저주 때문에 ‘할아버지’, ‘아줌마’ 등으로 잠시 동안 변신하는 요소 역시 코믹한 분위기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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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캐릭터 세트...이 상태로도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
이처럼 게임 자체에 집중력을 높이는 요소가 많아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가 덩달아 상승한다는 것이 ‘마계촌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제로 게임 속 마을에 방문한 것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에 얽힌 이야기에도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게이머에게 스토리 이해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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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촌'의 대표적인 악당 '레드 아리마'와 도도한 공주
사실 ‘마계촌 온라인’은 앞서 소개했듯이 캡콤의 ‘극마계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원작을 아는 플레이어라면 향수에 젖어, 전혀 모르는 유저라면 타 온라인게임에서 경험할 수 없던 색다른 맛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어간다. 랜덤으로 출현하는 ‘황금갑옷’이나 땅 속 비밀공간에 숨은 아이템을 찾아내는 재미, 인스턴스 던전에 장치된 각종 트랩 등의 요소가 온라인게임만 즐겨 하던 플레이어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밸런스를 지키는 선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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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전투 속...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사다리
마계촌의 간판, 나이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PVP
‘마계촌’을 상징하는 플레이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당근팬티를 입은 ‘나이트’다. 검 한 자루와 팬티차림으로 겁 없이 필드를 누비던 ‘나이트’는 PVP 시스템에서 예기치 못한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마법사 ‘컨저러’와 원거리 공격 클래스 ‘아처’ 사이에 끼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계촌 온라인’의 자유게시판에는 ‘나이트’를 약체로 손꼽는 의견이 많이 개재되었다. ‘컨저러’로 플레이 한 기자도, ‘아처’와 같은 ‘컨저러’에게 패배한 횟수가 ‘나이트’에게 진 것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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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패배자라니! '나이트'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사실 ‘나이트’가 타 캐릭터에 비해 다소 불리하다는 지적은 지난 1차 CBT 때에도 언급되었으나, PVP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비공개 테스트이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밸런스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할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 개발진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도 ‘나이트’의 미래는 점점 암울해질 징조가 보인다. ‘마계촌’의 간판스타, ‘나이트’가 과연 어떠한 운명에 처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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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아래를 오고가는 치열한 탐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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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그대로 내리꽂는 공격
이번 2차 CBT를 통해 첫 선을 보인 PVP는 특징 없이 무난하다. 1 대 1과 3 대 3 대전을 제공하며, 두 모드 모두 자동매치 시스템을 제공한다. 타 캐릭터와의 대결을 진행하면 승패 결과에 따라 ‘전장의 증표’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퀘스트도 마련하여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 역시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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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의 대결 이벤트...GM은 나에게 굴욕을 주었다...
다만 자동매치 외에 다른 방식으로 PVP를 진행하는 방도가 없어, 특정 유저와 함께 대결을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즉, 자동매치 외에도 원하는 사람을 지목하여 대결을 즐기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계촌 온라인’이 편해졌습니다 - 편의 시스템
2차 CBT를 통해 추가된 또 다른 기능은 각종 편의 시스템이다. 경매장, 유저 간 거래를 돕는 우편함, 은행 등 주로 게임 내 경제에 관련한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각 시스템은 일정 정도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경매장에서 구입한 물품은 자동으로 메일에 첨부되어 우편함을 통해 받을 수 있다. 또한 은행에 입금한 골드를 활용하여 경매장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다. 특히 ‘마계촌’의 경우 아이템 제작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매장을 통한 재료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리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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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인 탓인지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이 많이 올라온 '경매장'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창고에 저장한 물품이 같은 품목대로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유저가 ‘철광석’을 창고에 저장할 경우, 이전에 넣어놓은 ‘철광석’과 합쳐지지 않아 정리하기 위해서는 두 물품을 꺼내 인벤토리 내에서 합친 뒤에 다시 넣어놔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 것이다. 이 외에도 인벤토리 내에 자동 정리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약간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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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걱정 끝! 은행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2차 CBT를 통해 추가된 ‘기상’과 ‘자세잡기’ 스킬은 이번 2차 CBT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기자가 플레이한 ‘컨저러’의 경우 공중에서 마법을 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피격에 이해 멀리 날아간 이후에도 빠르게 자세를 잡아 연속으로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즉, 전투에서 콤보 플레이의 재미가 상향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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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공격의 재미가 한층 살아났다
이대로도 좋지만, 새로운 매력도 보고 싶어!
사실 ‘마계촌 온라인’은 작년 11월에 이미 1차 CBT를 진행한 상태다. 당시 만족을 느낀 플레이어라면 해가 바뀐 이후 열린 2차 CBT에 큰 기대를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2차 CBT에서는 신규 던전과 PVP 시스템 이외의 메인 콘텐츠가 공개된 것이 없어, 기존에 게임을 즐긴 유저가 신선하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이번 2차 CBT가 첫 경험이었던 유저라면 이 부분에 큰 불만이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1차 CBT 경험자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뭔가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아도, ‘옛날하고 크게 달라진 점이 없네’라는 심정으로 테스트를 마감했을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사람도 맨날 똑같은 방식으로만 만나면 지겹지 않은가, 다음 테스트 때에는 뭔가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유저들이 대표적인 대안으로 지목하는 것은 ‘마계촌’ 특유의 극악한 난이도를 맛볼 수 있는 별도의 콘텐츠로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스턴스 던전 자체에 현재의 ‘어려움’ 이상의 난이도를 추가하여 전작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유저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것이다. ‘던전앤파이터’의 ‘절망의 탑’과 같은 도전형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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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아리마'...언젠가는 잡고 말거야!
현재까지 진행된 테스트를 통해 ‘마계촌 온라인’의 재미는 증명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여기에 좀 더 살을 붙여 ‘마계촌 온라인’을 롱런하는 타이틀로 만드는 것이다. 몇 군데 단점을 지적한 부분도 있지만 오랜만에 수준급의 완성도를 선보이는 신작 온라인게임을 만나 반가운 기분이 든다. 부디 그대로만 자라주어 멋진 모습으로 시장에 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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