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정식 서비스, 싱글은 완벽! 멀티는 글쎄요
2012.05.23 18:41게임메카 최혁식 기자
네트워크 시스템이 발전하기 시작한 2000년. 타 지역 사람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자, 게임 산업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개성을 지닌 사람들의 공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PC방’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 ‘디아블로2’가 있었다. 당시 게임들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짜릿한 타격감과 시원시원한 진행은 단시간에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12년이 지난 현재, 디아블로3가 정식 발매됐다. 과거 디아블로의 재미와 추억을 간직한 유저들을 필두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한정판 패키지를 구매하기 위해 출시 이틀 전부터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이를 놓친 유저들은 180만원 이상의 웃돈을 들이기까지 하고 있다. 이는 유저들만의 이슈가 아니었다. 게임 업계의 일각에서는 디아블로3와 비슷한 로고를 사용하는가 하면, “악마사냥을 하셔도 하루에 한번 찾아주세요”라며 호소의 글을 게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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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구매를 위한 인파가 왕십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렇듯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디아블로3는 전작의 장점인 타격감과 육성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나아가 국민 트리, 불필요한 반복 사냥 등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은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반면 멀티 플레이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유저간의 교류를 등한시한 커뮤니티 시스템과 출시 이후 일주일간 접속조차 못해 본 유저가 나올 정도로 미숙한 서버 운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원시원한 진행에 지루할 틈이 없다
대대로 디아블로 시리즈는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했다. 특히 디아블로2는 향후 많은 게임들에 영감을 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다. 이러한 타격감이 디아블로3에서 더욱 발전했다. 공격 한방에 몬스터는 물론이고 항아리와 의자 심지어 벽까지 파괴하는 짜릿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치명타 효과를 발휘하면 파편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관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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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조절에 의한 스크린샷, 실제 게임에서는 더욱 파격적이다
캐릭터 육성 과정도 상당히 심플해졌다. 전작의 경우 상위 난이도 진출을 위해선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기까지 단순 사냥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디아블로3는 경매장이나 제작을 이용하여 수월하게 아이템을 맞출 수 있기에 굳이 반복사냥을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나아가 현 최고 레벨인 60레벨에 도달하면 ‘네팔렘의 용기’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때 정예 및 보스 몬스터 등을 처치할 때마다 매직, 금화 획득 확률이 15%씩 최대 75%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60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레벨업 과정을, 이후에는 아이템을 수집하는 재미에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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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고급 아이템을 얻기 쉬워진다
캐릭터를 육성하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불필요한 지역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살펴봐야 했고, 이는 곧 지루함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디아블로3에서는 지역 곳곳에 다양한 이벤트 퀘스트가 숨겨져 있다. 예를 들자면 악마에게 둘러 쌓여 옴짝달싹 못하는 NPC를 구출하거나 유적지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이벤트가 있다. 게다가 무작위 지역 생성 시스템과 접목되면서 같은 지역이라 할지라도 매번 다른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모험 그 자체가 하나의 재미 요소로 다가왔다.
같은 직업, 다른 스타일
디아블로2가 한창 열풍일 당시, 캐릭터의 능력치와 스킬을 본인의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하고 효율이 좋다고 정평 난, 일명 ‘국민 트리’가 생겨나고 말았다. 더 이상 유저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능력치와 스킬 재분배 시스템이 없었기에 패치로 인해 캐릭터 판도가 뒤바뀌면 새로 육성해야만 했다. (이 시스템은 디아블로2 출시 후 10년이 지나서 추가됐다) 디아블로3는 전작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큰 변화를 가졌다.
디아블로3는 캐릭터의 레벨에 따라 자동으로 능력치가 상승하고, 스킬 포인트 없이도 스킬이 활성화된다. 이러한 변화에 ‘육성의 재미를 반감시켰다’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단순히 전작에서는 특정 아이템을 착용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능력치를 투자해야 했지만, 디아블로3에서는 아이템 착용을 위한 요구 능력치가 없다. 오히려 원하는 세팅을 위해서는 아이템을 맞춰야 했다. 즉, 아이템 수집에 대한 목적이 뚜렷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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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아이템도 레벨만 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스킬과 룬 시스템은 높은 자유도를 보여주고 있다. 스킬 조합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데다가 전작보다 더욱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한번은 평소 사용하던 스킬 조합으로 대적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를 만난 적이 있다. 이 때 아이템 혹은 캐릭터 밸런스를 탓하는 것이 아닌, 습관적으로 스킬창을 열어서 새로운 조합을 연구하던 내 자신에 놀란 적이 있다. 나아가 파티 플레이에 참여하면 종종 같은 직업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플레이를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로운 스킬 시스템은 무궁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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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변경할 수 있는 스킬과 룬
경매장과 제작 시스템, 효과가 있을까?
전작에서는 가치가 낮은 아이템의 경우, 상점에 판매하기는커녕 땅바닥에 버려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디아블로3에서는 불필요한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심찮게 획득하는 매직 아이템들은 분해와 제작을 통해 높은 등급의 아이템으로 재탄생하고, 희귀 아이템들은 경매장에 판매하여 쏠쏠한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매장과 제작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먼저 경매장의 경우, 최대 10개까지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먼저 등록한 아이템이 판매되거나 만료되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비록 판매가 되더라도 15%라는 상당한 수수료가 발생하기에 실제로 받는 금액은 생각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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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의 상당한 수수료는 모두 판매자가 부담해야 한다
디아블로3의 제작은 캐릭터가 아닌 대장장이와 보석공 NPC의 등급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때 상당히 많은 금화와 훈련서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 최고 단계에 이르더라도 원하던 아이템을 바로 제작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고급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하는 능력치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제작해야 한다.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을 따져 보면, 제작하는 것보다 경매장에서 구매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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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에는 막대한 금화와 재료를 필요로 한다
특정 직업만을 위한 파티 시스템
혼자서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초반 지역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특히 디아블로3의 최고 난이도인 ‘불지옥’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하다. 난관에 봉착한 유저들은 자연히 파티를 찾기 시작한다. 파티를 찾는 방법은 상당히 쉽다. 캐릭터 선택화면에서 ‘공개 게임’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퀘스트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접속된다. 또한 친목 메뉴를 통해 지인의 퀘스트를 도와주거나 초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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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릭으로 쉽게 파티에 참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파티원이 추가될 때마다 몬스터의 공격력과 생명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파티원간의 협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저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서로의 플레이 방식을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소통에 있어 중요한 채팅이 불편하다. 디아블로3의 채팅창은 크기가 협소하고, 필터 기능이 존재하지 않아 NPC 대사나 시스템 메시지 등으로 정작 중요한 파티원과의 대화가 가려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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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크린샷에 나오는 6줄이 채팅창의 전부다
서로 간의 협력이 필요한 파티 플레이에서 소통이 불편해지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결국 개인 생존과 공격 능력이 뒤떨어지는 직업이 소외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야만용사를 꼽을 수 있다. 야만용사는 같은 근접 캐릭터인 수도사와 자주 비교되는데, 자체 치유와 높은 회피율을 지닌 수도사에 비해 생존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특히 디아블로3의 최고 난이도인 ‘불지옥’에서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해보고 사망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밸런스 불균형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블리자드에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밸런스 조절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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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밸런스 논란이 일고 있다
접속 조차 힘든 최악의 서버
디아블로3는 전작의 명예를 등에 업고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서버 운영과 서비스에서는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유저가 하루 일과를 마치는 저녁 9~10시 즈음되면 어김없이 서버불안정 사태가 벌어졌고, 급기야 접속 불가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상황이 심해지자 이를 풍자하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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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찾아오는 Error 37, 꿈에 나올까 두렵다
서버불안정은 게임 플레이에도 지장을 줬다. 디아블로3는 웨이 포인트로 구분되던 전작과 달리 퀘스트 중심으로 구분된다. 이는 같은 퀘스트를 지닌 플레이어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하지만 서버불안정 현상과 겹치자 의도치 않은 불편 사항이 생겼다. 한창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 팅김 현상이 벌어지면, 진행 중이던 부분이 초기화되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허탈감을 안겨주었고, 지치게 만들었다.
출시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국내 PC방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단 뜻이다. 비록 완벽한 첫인상을 안겨주지 못했으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디아블로에 애정을 갖고 있다. 이를 거름 삼아 보다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