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액션을 버리고 축구를 찾는다(피파 2004)
2003.05.21 19:05원병우
1994년부터 지금까지 PC용 축구게임에서 이렇다할 2위 자리도 허용하지 않고 단독 드리블을 해온 EA의 피파 시리즈는 머나먼 동방의 어떤 나라에서는 피파 축구만 잘해도 대학에 특기자 자격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폭 넓은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현실성 부분에서는 그래픽과 사운드를 못 따라간다는 비난도 항상 따라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 한경기를 하면 7~8점은 기본이요, 심하면 20 점대 이상의 스코어가 났기 때문이다(필자는 100점 목표로 70점까지 내다가 손가락 아파 그만 둔적도 있다 -_-;). 이 때문에 피파 시리즈는 ‘무늬만 축구지 사실은 액션게임’이라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혹자는 “피파가 PC게임에서 1등을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위닝이 PC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바뜨, 그러나...
피파 2003에서 전형적인 ‘런 앤 샷(열심히 달려서 슛만 때리는)’ 스타일을 벗어나기 시작한 피파는 위닝과 현대 축구가 그랬듯이 미들필드 진에서 허리싸움을 강조한 스타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극소수를 제외한 피파 팬들은 다득점 루트만 파고들기 보다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방식으로 변모한 피파 2003을 환영했고 피파 2004는 이런 피파 2003을 한층 더 발전시켜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피파 2004의 최대 특징은 무엇보다도 향상된 인공지능이다. 특히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축구게임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까지의 피파 축구는 사람은 11:11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공격수와 수비수 1:1 게임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개인기를 가지고 있어도 공을 받아줄 공격수나 수비수들이 ‘엄한 짓’을 많이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공격과 수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 공격수가 우리편을 휘젓고 있는데도 우리 수비수는 골키퍼하고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거나(-_-;) 아니면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어슬렁거리는 일이 많았는데 피파 2004에서는 그런 것을 최대한으로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E3에서 비공개로 소수의 매체에만 공개한 피파 2004에는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었다. 공격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 주변에서 자기 위치를 스스로 찾고 수비수들은 오버 트래핑을 하는 선수들을 자동으로 마크하게 된다.
또 선수들의 스테이터스를 엄격하게 적용해 이제는 능력치가 높은 선수가 아니면 360도 턴이나 허들을 시도하는 경우 자주 공을 빼앗기도록 했고 공중에서 날아오는 패스도 발에 짝짝 붙는 것이 아니라 능력치에 따라 볼 컨트롤에도 차이를 두었다. 피파 2004를 제작하고 있는 EA캐나다는 이 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위닝을 벤치마킹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뭐 경쟁작을 따라한다는 것이 조금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 게임을 잘 만들자고 하는 짓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하나 새로워진 점은 예전에 있다가 없어진 ‘IGM 모드’가 ‘택틱스 모드’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이 택틱스 모드는 IGM 모드를 새롭게 개량한 것으로 예전에는 공격, 수비 등 단순한 명령만 내릴 수 있었던 데에 비해서 이번 택틱스 모드는 사용자가 미리 사전에 지정해 준대로 다양한 공격과 수비패턴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중앙에 집결하라’ 든지 ‘사이드 깊숙히 침투하라’ 든지 ‘선수를 1:1 로 마크하라’ 라는 등의 ?명령을 경기중에 쉽게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뭐 꼭 이렇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_-).
피파 2004는 지금 약 20%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올 10월 출시예정이지만 그때까지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내용들이 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올 가을을 기다리면서 피파 2004가 과연 약속을 지키는지 한번 기대해 보자.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4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5 [이구동성] 공로상...?
- 6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7 넥슨 신작 슈퍼바이브 "신캐는 페이커 영향 받았다"
- 8 [포토] 금손 코스어 집합,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
- 9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10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