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잠입액션게임이 모니터에서 부활한다!(메탈기어 솔리드 2: 서브스탠스)
2003.07.08 18:58PC POWER Zine
PS2용 타이틀 중 단연 최고의 역작이라 평가받고 있는 메탈기어 솔리드 2: 서브스텐스(이하 MGS2)가 드디어 PC로 이식됐다. MGS2는 게임의 명성에 걸맞게 PC 게임 사상 최초로 DVD용으로 출시됐고 웬만한 사양에서는 감히 플레이할 엄두조차 못할 만큼 고사양을 요구한다. 따라서 DVD플레이어는 물론 고사양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게이머들은 가만히 앉아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MGS2가 게임으로서 가지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호에는 PC판으로 이식된 MGS2의 매력을 집중점검해보자.
우리는 왜 메탈기어에 열광하는가?
“당신은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간 적이 있습니까?” 이는 1987년 메탈기어란 게임이 처음 게이머들 앞에 소개되었을 때 쓰여진 카피문구다. 메탈기어는 당시까지만 해도 쏘고 부수는 것이 전부인 액션 게임계에 몰래 숨어들어 은밀히 임무를 수행하는 ‘잠입액션’이라는 새로운 액션코드를 선보였다. 이후 메탈기어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독특한 게임성과 심오한 시나리오가 맞물려 게이머들을 열광시켰고 현재 게임계의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해왔다. 2001년에 발매한 메탈기어 솔리드 2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사실적인 그래픽과 전작을 능가하는 방대한 시나리오, 그리고 더욱 세련된 인공지능으로 대형타이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
메탈기어 시리즈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잠입액션이라는 독특한 게임플레이에 세련된 영화적인 연출을 가미했고 거기에 자못 진지한 철학적 메시지를 입힌,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케이크와도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잠입액션으로서의 묘미
게이머들이
MGS2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잠입액션이라는 독특한 액션시스템이다.
실제로 코나미는 MGS2를 ‘STEALTH GAME’라 칭하며 잠입액션 게임으로서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적기지에 몰래 잠입해 들어가 최대한 은밀히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걷기, 매달리기, 포복, 벽에 밀착하기, 엿보기, 목조르기, 잠수하기
등 다양한 행동을 통해 적의 눈을 속여야한다. 따라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현란한 조작실력 보다는 꾸준한 인내심과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어떠한 상황이라도
당황하지 않는 침착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 MGS2는 잠입액션의 극한의 보여주는 게임으로 단순한 조작보다는 상황에 따른 정확한 판단력이 중요하다 |
▶ 적을 처치했으면 그 시체를 숨겨 흔적을 지우자 |
게임과 영화의 만남
닌자를
소재로 한 천추 시리즈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프린터 셀 등 MGS2 이외에도 잠입액션을
표방한 게임들은 많다. 하지만 MGS2가 이들 게임들 중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잠입액션 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큰 매력은 게임 곳곳에 첨가되어있는 영화적 연출이다.
2000년 E3쇼에서 MGS2가 처음 공개되자 이를 본 게이머들은 하나같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게임평론가는 “MGS2로 인해 영화와 게임의 경계가 허물어 질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앗!!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 아닌가? 코지마 히데오 자신도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삶과 죽음 사이에서 항상 고뇌하는 포츈. 그녀의 소원은 죽음을 통해 고단한 삶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
솔리드 스네이크가 메탈기어를 숨겨놓은 유조선에 침투하는 오프닝신부터 라이덴과 로즈마리가 재회하는 엔딩장면까지,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이벤트는 메트릭스, 터미네이터, 공각기동대 등 각종 영화속의 오마주들을 도입, 영화적 분위기를 게임에서 재현해놓았다. 등장인물 또한 단순한 게임속 캐릭터가 아닌 마치 영화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충실히 묘사하고, 심오하면서도 곳곳에 복선과 반전을 깔고 있는 시나리오는 영화적 분위기를 더해준다. MGS2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에 게임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보태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다.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
MGS2의
인공지능은 거의 강박관념에 걸린 것처럼 완벽을 기하고 있다. 적병이 플레이어를
발견한다면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해 협공해오고 전투시 각종 엄폐물이나 화기를 사용해
최대한 지능적으로 공격해온다. 심지어는 주인공의 위치를 모른척하고 지나갔다가
나중에 지원군을 이끌고 주인공의 뒤통수를 공격하거나 실내 전등을 꺼서 주인공의
시야를 가리는 지능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적에게 발견됐으면
즉시 적의 손을 쏴서 무전기를 쓸 수 없도록 만들든지, 교란수류탄을 던져 무전을
방해해야 한다. 물론 이동할 때는 적이 눈치 채지 못하게 숨죽여 움직여야 하며 불필요한
전투는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하드모드로 플레이하면 이 게임의 인공지능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MGS2의 인공지능은 액션게임으로서 단순한 육탄전보다는 아슬아슬한
심리전을 유도한다.
▶?적이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이때는 철저히 몸을 숨겨야 한다 |
▶?적외선 센서에 닿으면 폭탄이 폭발한다. 이때는 답배연기를 이용해 적외선 센서를 감지할 수 있다 |
난해한 스토리와 강렬한 메시지
MGS2의
스토리는 하나의 거대한 음모설에 가깝다. 주인공은 어떤 거대한 음모에 휘말려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은
항상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한다. MGS2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디지털 세상에 대한 비판, 거짓된 정보와 진실에 관한 의문 등 정치적,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패트리어트라는 권력집단과 이들의 시뮬레이션에
철저히 놀아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경악과 함께 강한 여운을 남긴다.
▶ 희대의 명장면. 이 장면을 보고 많은 게이머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 등장인물간의 의사소통을 대신하는 나노통신은 디지털시대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있다 |
MGS2의 메시지들은 복잡한 인과관계와 반전을 통해 마치 헝클러진 실타래처럼 철저히 꼬여져있다. 물론 이러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힌트는 게임을 진행해 나가면서 하나하나 제공되지만 진정 보여주고자 하는 결론은 게이머들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이처럼 MGS2의 시나리오는 조금만 방심해도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만큼 난해하다. 하지만 그만큼 게이머들에게 주는 메시지 또한 강렬하다.
두명의 주인공과 두개의 시나리오
MGS2는
솔리드 스네이크로 진행하는 탱커편과 폭스 하운드의 신참내기 라이덴으로 진행하는
플랜트편, 두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스네이크가 주인공인 탱커편은
게임의 오프닝 정도의 개념이고, 라이덴이 주인공인 플랜트편이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게이머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작의 주인공인 스네이크보다 라이덴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비중이 더 크다.
▶ MGS2의 두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과 라이덴. 라이덴은 스네이크만큼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전형적인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은 만점을 줄만하다 |
코지마 히데오의 와일드
카드, 라이덴 |
MGS2의 주인공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게이머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와일드 카드였다. MGS2가 출시되기전 코지마 감독은 개발기간 내내 “게이머들이 상상도 못할 엄청난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정보를 공개할 때마다 라이덴의 존재를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탱커편의 솔리드 스네이크만을 공개했다. 심지어 플랜트편을 공개할 때도 원래 주인공 라이덴을 빼고 그 자리에 스네이크를 대체시켜 게이머들을 완벽히 속여왔다. 물론 게이머들은 MGS2의 주인공이 스네이크라는 사실에 전혀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정식 발매된 MSG2의 주인공은 스네이크가 아닌 라이덴이라는 전혀 새로운 인물이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코지마 감독의 트릭에 또 한번 감탄했지만 스네이크를 좋아하는 일부 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이덴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코지마 감독은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
“이건 내가 만든 메탈기어다. 내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다시 없애버릴 수도 있다”
실로 한 시대를 풍미할만한 스타
개발자다운 자신감이다.
그밖에 서브스텐스에서 추가된 부분
우선
PC판으로 출시된 버전은 기존 메탈기어 솔리드 2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메탈기어 솔리드
2: 서브스텐스 버전이다. 서브스텐스는 본 게임에 VR미션과 스네이크미션 등 각종
요소를 첨가한 메탈기어 솔리드 2의 완전판이라고 할수 있다.
미션 모드
본 시나리오
외에 총 200가지 이상의 VR미션과 얼터너티브미션이 제공된다. VR미션은 VR공간에서
각각의 스테이지마다 지정된 목표지점에 도착해야하며 얼터너티브미션은 폭탄제거모드,
사격모드, 홀드업모드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미니게임이다. 각 미션에서
점수를 많이 획득할수록 그레이 폭스 등 캐릭터들이 추가된다.
▶ 스케이트보드 모드. 훅!! 토니호크도 놀라 자빠지는 실력!! |
▶ 스네이크 테일즈는 스네이크 팬들을 위한 서비스 팩이다 |
스네이크 테일즈
스네이크
테이즈 모드는 스네이크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모드로 라이덴으로만
플레이할 수있었던 플랜트 시나리오를 스네이크로 진행할 수 있다. 본 게임과 관련
없는 오리지날 스토리며 하나의 외전격이라 할 수 있다.
이것만은 알아두자!! 메탈기어 솔리드 상식
MGS2의
시나리오는 상당부분 전작의 내용을 토대로 하며 그나마 전작의 내용들을 설명해
주지 않아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다.
다음은 MGS2를 플레이하기전에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상식을 소개하겠다.
폭스 하운드
미국이 전 세계 테러집단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비밀 정보기관. 빅보스, 솔리드 스네이크, 리퀴드 스네이크, 그레이 폭스,
라이덴 등 메탈기어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폭스 하운드 출신이다. 섀도우 모세스
사건 때 리퀴드의 지휘로 메탈기어를 강탈한 테러집단으로 변하지만 곧 진압된다.
그레이 폭스
폭스 하운드 시절 솔리드 스네이크의
교관이었던 사나이로 시리즈 전반에 걸쳐 그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곤 한다. 잔지바르
사건에서 솔리드 스네이크에게 패한 후 행방불명됐다가 섀도우 모세스에서는 의문의
닌자로 등장, 결국 솔리드 대신해 리퀴드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MGS2에서도
또 한번 모습을 보인다. 과연 그는 다시 살아난 것인가?
아우터 헤븐 사건
2003 E3쇼에서 공개된 메탈기어 솔리드 3. MGS3에서 아우터 헤븐때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하고 추측하는 게이머들도 많다. 믿거나 말거나!!
메탈기어의 배경이 된 사건. 겉으로는 아우터 헤븐이라는 무정부주의자들의 반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폭스 하운드의 지휘관인 빅보스가 꾸민 사건이다.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의 길고긴 여정은 바로 이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잔지바르 사건
아우터 헤븐이 진압되자 또 다른
테러단체인 잔지바르가 오일닉스(석유정제 시스템으로 자원확보에 있어 획기적인
기술이다)를 탈취해 미국을 위협한 사건. 아우터 헤븐에서 살아남은 빅보스가 잔지바르
사건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으며 솔리드 스네이크 최대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그레이
폭스가 등장한다. 결국 솔리드 스네이크는 자신의 아버지인 빅보스를 죽이고 사라진다.
섀도우 모세스 사건
MGS2의 스토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사건(등장인물간의 대사를 보면 섀도우 모세스에 관한 내용이 상당부분
언급된다). 빅보스의 죽음 이후 리퀴드 스네이크가 폭스 하운드와 함께 비밀병기인
메탈기어 렉스를 탈취한 사건. 이 사건부터 패트리어트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PS용으로 출시된 메탈기어 솔리드의 배경이다.
스네이크 일가
사실 메탈기어 시리즈는 메탈기어와 이를 탈취하려하는 스네이크가의 처절한 사투가 주된 내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아우터 헤븐과 잔지바르 사건을 일으켰던 빅보스는 스네이크 형제들의 창조자로 자신의 유전자를 이용해 스네이크 3형제(솔리더스, 리퀴드, 솔리드)를 만들어 냈으나 결국 자신의 아들인 솔리드 스네이크에게 죽는다. 스네이크 형제의 장남인 솔리더스 스네이크는 MGS2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로 전작에서는 미국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이후 패트리어트의 미움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데드 셀이란 조직을 결성, 거대유정 빅쉘을 탈환하기에 이른다(이 사건이 MGS2의 배경이다). 둘째인 리퀴드 스네이크는 스네이크 일가 중 능력이 가장 뛰어나며 섀도우 모세스 사건의 주동자다. 빅보스의 열성 유전인자를 이어받은 리퀴드는 우성인자를 이어받은 솔리드 스네이크에 대한 열등감으로 그를 무조건 증오한다. 열성인 자신은 결코 동생의 우성인자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항상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솔리드와의 대결에서 패해 예정된 죽음을 맡게 된다. 하지만 리퀴드 자신이 우성이고 솔리드가 열성이라는 사실이 게임 후반부에서 밝혀진다(이 부분이 전작의 반전 중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우성인자인 리퀴드에게 승리한 솔리드 스네이크는 패트리어트의 시뮬레이션 중 최초로 예외적인 결과로 기록된다. |
PS2용 에뮬게임인가?
우선 이미 PS2용으로
MGS2를 플레이해 본 게이머들은 굳이 PC판을 다시 할만한 메리트는 없다. 게임내용이
기존 PS2판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이식 수준도 그리 좋지 않다. 해상도나 조작키
설정이 제공되지 않아 캐릭터의 도트가 튀어 보이고 패드가 없으면 게임을 하기 여간
불편하지 않다(마치 PS2 에뮬게임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 특히 PS2판에도 있던
캐릭터의 잔상들이 더 심해져 눈을 피로하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DVD전용으로 출시되어
DVD플레이어가 없는 게이머로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 물론 DVD전용이 불법복사
방지를 위해 바람직 할 수도 있지만, DVD플레이어가 국내에 보급화 되기에는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여서 많은 게이머들이 접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도 MGS2의
게임성에 비하면 단지 빙산의 일각과도 같다.
글/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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