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기다렸다. 당신이 새롭게 태어나기를…(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한글판))
2004.01.27 18:30게임메카 윤주홍
브로더번드(Broderbund)라는 게임제작사를 기억하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명보다는 로드런너나 페르시아의 왕자, 카멘샌디에고, 미스트 등 게임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주옥같은 작품을 열거하는 것이 여러분의 기억력을 되돌리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페인트샵’과 같은 그래픽프로그램을 제작한 회사나 건설시뮬레이션 장르의 선구자인 ‘심시티’ 등의 작품을 발굴, 유통한 곳으로 더 유명했지만 어쨌든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구닥다리 터번을 둘러쓰고 날카로운 시미터와 함께 공주를 구하기 위한 일생일대의 모험을 벌이던 ‘페르시아의 왕자’가 브로더번드라는 다섯 글자를 떠올리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 될 것이다.
▶ 페르시아의 왕자 1 |
이 작품이 남겼던 재미는 느리지만 박진감 넘치던 칼싸움과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던 트랩의 구성방식이었다. 지겹도록 가시에 찔리고 톱니바퀴에 허리가 잘려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수없이 반복했던 그 짜릿한 재미는 이후 어나더월드, 플래쉬백, 툼레이더와 같은 액션/어드벤처 장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까지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액션게임의 전설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특징이 됐다. 물론 이 게임 역시 미야모토 시게루의 ‘마리오’가 없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작품이며 조던 매크너의 처녀작인 ‘카라테카’의 실패가 있었기에 이 땅에 태어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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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레드 오브 엔터테인먼트(Red Orb Entertainment)로 라이센스가 옮겨지고 약 6년여만에 3D로 새롭게 태어난 ‘페르시아의 왕자 3D’는 많은 기대 속에 출시됐지만 저조한 판매실적을 남기고 말았다. 툼레이더 시리즈가 2편에서 3로 이어지면서 게이머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유행일변도에 따라 어설프게 제작되어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 3D버전은 인디아나 존스 인퍼널 머신과 함께 ‘구관이 명관’이라는 명언을 뼈저리게 느끼게끔 만든 작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매력적인 게임요소가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안타까웠던 팬들의 바람 때문이었을까. Ubi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게임 라이센스와 함께 원작자인 조던 매크너를 영입, 페르시아의 왕자를 부활시키기 위한 작업을 3D버전이 망하는 순간(?)부터 시작했다. |
2년간 비밀리에 제작되어온 이 작품은 3D버전에 실망을 느꼈던 게이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오라도 한 듯 해외출시와 함께 높은 평가를 받으며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게다가 유통사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원작출시 당시에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완전한글화’라는 이점을 안고 국내게이머들을 찾아온다고 하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쏘냐~!
카레향 나는 모래더미 속의 모험
게임은
페르시안의 황제와 그의 아들이 인디안 황궁을 침공, 전리품을 찾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래시계와 보석단검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이상한 전리품을 한 왕가에 선물하는데 이 물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악한 조언가가
왕자로 하여금 보석단검을 이용, 모래시계의 잠겨진 문을 열게 만들어 세상에 거대한
혼란을 야기시킨다. 모래시계가 열리자 주민들은 모조리 모래괴물로 변해버렸으며
페르시아의 세계는 대혼란에 빠지며 파멸의 길로 치닫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왕자는 이 끔찍한 음모를 뒤에서 조정하고 있는 폭군을 찾아내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고 모래괴물로 변한 주민들과 사투를 벌여나가며 대장정의 길을 떠난다.
▶ 인디안 황궁을 침공한 페르시아군 |
▶ 공격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
▶ 공격신호와 함께 페르시아군의 침공은 시작되고... |
▶ 전란의 틈 속에서 왕자는 전리품 획득을 위해 무모하게 뛰어든다 |
▶ 이..이것은? 월향!? 아니 -_-; 시간의 단도! |
▶ 하지만 왕자는 이 검의 위험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
▶ 단도를 아버지에게 바치지만 그는 왕자의 소유품이라면거절한다 |
▶ 하지만 이상할정도로 단도에 집착하는 고관 |
▶ 전리품을 들고 인도황가로 원정을 떠나는 페르시아군 |
▶ 선물로 가져가는 전리품은 바로 거대한 모래시계였다 |
▶ 고관은 갑자기 왕자의 단도를 모래시계에 끼워보라고 부추긴다 |
▶ 고관의 말을 듣고 단도를 모래시계에 찔러넣는 왕자 |
▶ 그러자 황궁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
▶ 고관의 이상스러운 주문과 함께.. |
▶ 단도를 든 왕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모래에 휩싸여... |
▶ 괴물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의 아버지까지... |
* 게임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 왕 자 |
본 편의 주인공이자 페르시아의 샤라만 왕의 막내아들. 운동과 검술에 뛰어난 왕자는 전투에서 자신의 힘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영광을 얻으려는 도중에 실수로 왕국에 잠자고 있었던 엄청난 악의 힘을 봉인에서 풀어버려 왕국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 파 라 |
정복당한 인도 왕의 아름다운 딸인 파라는 세계를 멸망의 길로 이끈 왕자를 증오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왕자는 유일하게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시간의 단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파라는 살아남기 위해서 그와 함께 있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 고 관 |
대왕의 부하로서 왕자가 봉인된 모래시계를 열도록 하여 시간의 모래를 해방시키게 만드는 배신자. 그는 자신의 사악한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서 시간의 단도를 원한다.
왕자의 놀라운 동작과 환상적인 그래픽을 만끽하자
게이머는
매우 간단한 조작으로도 아크로배틱 체조선수처럼 왕자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다.
주인공은 가시함정을 피하기 위해 무협영화처럼 벽을 타고 달릴 수 있으며 적의 등
뒤를 밟고 점프를 할 수도, 나뭇가지를 철봉삼아 환상적인 묘기를 부릴 수도 있다.
▶ 이 정도는 기본 아니겠음메? |
▶ 성벽 모서리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왕자 |
▶ 우리의 주인공은 원숭이보다 나무를 더 잘탄다 |
▶ 트랩은 여전히 귀찮기 이를데 없지만 원작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 |
페르시아의 왕자는 소니가 제작한 PS2용 어드벤처 게임인 ‘이코(ICO)’에서 보여준 것처럼 광대한 스케일의 건축물과 지역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따라서 게이머는 고도가 매우 높은 건물에서 등을 기대고 살금살금 걷는 것만으로도 고소공포증이 느껴질 정도의 아찔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인디아나 존스 최신작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던 시야문제에도 제작사 측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다 쉬운 조작감을 체험할 수 있다.
시간의 단도를 잡아라!
이번
작품에서도 왕자의 주무기로 쓰이는 검은 이 게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곡선형으로
만들어진 시미터다. 주인공은 주 무기인 시미터를 오른손에 들고 왼손에는 특수공격옵션이
붙어있는 단도을 지니게 된다. ‘시간의 단도’라고 불리오는 이 검은 모든 사건의
전모를 쥐고 있는 단서로써 모래로 인해 괴물로 변한 적을 물리치는 유일한 무기이기도
하다.
▶ 모래괴물은 단도의 힘으로만 처치할 수 있다 |
▶ 왕자의 화려한 몸놀림 '아싸~' |
▶ 이런 몹쓸 풍뎅이 녀석들 같으니라구 |
▶ 단도의 유용한 특수기능 중 하나인 '시간 돌리기' |
이 단도는 넘어진 적을 찔러 확인사살하는 단순 공격기능 외에도 마치 퇴마록에서 등장하는 ‘월향’과 같은 신비한 기능을 소유하고 있다. 단도가 가진 특수능력은 일명 매트릭스 효과라고 불리우는 슬로우타임 모드(딜레이)와 시간을 몇 초 정도 과거로 돌리는 리바이벌, 전투 중 적을 순간적으로 얼려버리는 리스트레인트, 게이머를 빛의 속도로 만들어주는 헤이스트, 플레이어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다시 시간을 과거로 돌려주는 데스티니까지 매우 독특한 기능을 보여준다. 게이머는 일명 ‘월향(?)’단검의 특수능력을 이용, 보다 전략적이고도 액션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던 그대
PS2용이
먼저 출시된 후 PC버전이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는 Ubi소프트라는 거대 퍼블리셔의
위용에 맞게 멀티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컨버전이라는 단어는
페르시아의 왕자 신작에 가져다붙이기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여러 플랫폼에서도
서로 이질감 없이 비슷한 퀄리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PC사용자는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하이히트베이스볼 2004’라는 기막힌 선례만큼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PS2 버전에서는 PC용에서 찾아볼 수 없는 메이킹 동영상 등 여러 특전이
삽입되어 있다.
▶ 제작과정 영상 |
듀얼쇼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조작감 역시 PS2버전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 본래 PS2용으로 출시된 작품이기에 듀얼쇼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유독 시점변환이 자주 일어나는 게임인 만큼 키보드를 이용한 조작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텍스트에서부터 음성까지 완전한글화가 이루어진 페르시아의 왕자는 오는 2004년 1월 29일 게임이 정식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음성이 주변소리에 묻혀 다소 희미하게 들려온다는 단점이 보이긴 하지만 부모님 몰래 게임을 즐기느라 TV볼륨을 3 아래로 맞춰 놓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이번 작품은 최근 유독 부족했던 액션게임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 줄만한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