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생각인가? 아니면 프론티어 정신인가?(린)
2005.05.04 13:25게임메카 박진호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 발매를 60여 일 앞둔 지난 4월 28일 급작스럽게 공개된 팔콤의 신작 RPG ‘RINNE’.
이스, 영웅전설, 쯔바이, 구루민 등 최근 발매된 팔콤 타이틀과 달리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RINNE는 팔콤의 독점 퍼블리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유통할 작품이다. 또 소프트뱅크와 팔콤이 향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어떤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6월 30일 팔콤의 또 다른 신작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와 함께 발매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RINNE은 어떤 작품인가?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신인류의 이야기?
진화한 기계 ‘헤븐 족’과 궁극의 육체가 되길 원하는 ‘헬 족’. 단 두 가지의 의사만 존재하는 별에 이주한 인류가 이 두 가지의 의사를 통해 얻은 지식과 자원으로 발전시킨 문명에 대한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RINNE.
▲진화한 기계 헤븐 족과 궁극의 육체가 되길 원하는 헬 족 |
RINNE은 헤븐 족과 헬 족이 모두 종말을 맞이할 정도의 긴 투쟁의 역사를 넘어 살아남은 인류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미 세상에 없는 헤븐 족과 헬 족이 필요함을 알고 두 종족이 가졌던 지식, 정보, DNA 등이 입력된 가상세계를 움직이게 한다는 메인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RINNE은 외적으로는 초현실에 가깝지만 이야기 전개방식은 결말이 뻔히 드러날 정도의 고전적인 소재를 사용해 신인류에 대한 재해석에 접근하고 있다.
▲어떤 메세지를 던지기 위해 이런 세계관을 택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직이다 |
행동을 지탱하기 위한 최저한의 지식 밖에 주어지지 않은 헬 족의 DNA를 계승한 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플레이어에게 몰입을 유도하는 RINNE은 현실에 대한 팔콤 나름대로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인위적인 힘으로 뭐든지 하려고 하는 인류의 단면 |
▲저사양 기반의 쿼터뷰 방식 RPG, 시대착오적인 생각인가?
RINNE이 가진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전 작품들과 달리 게임을 구동하는데 있어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RINNE은 펜티엄3 400MHz, 메모리 128M 정도만 지원되는 PC라면 문제없이 구동시킬 수 있으며 그래픽카드도 다이렉트 7.0을 지원하기만 하면 기종을 불문한다.
그래서인가? 쿼터뷰 방식의 2D 그래픽을 채용한 RINNE의 그래픽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시점을 변경시킬 수 있는 풀 폴리곤 3D 그래픽을 사용하는 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은 지금 상당한 이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유독 필자만 느끼는 문제는 아니다.
▲'5년 전에 이런 게임이 등장했더라면'이란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RINNE의 모습. 게임성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말인가? |
관련정보와 스크린샷이 공개된 이후 RINNE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너무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 또는 ‘팔콤 최신작이 맞냐’는 분위기다. 스토리를 살리기 위한 어두운 분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과거로 회귀한 듯한 거친 2D 그래픽으로는 요즘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저사양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를 DVD-ROM으로 채용한 것도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모든 조작에 마우스를 지원하는 게임인 만큼 쿼터뷰 방식은 최적이라는 것과 디아블로를 즐겼던 유저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을만한 게임시스템을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쿼터뷰 방식에 화면에 맵핑화면을 뿌려주는 방식은 이미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익숙해져 있다 |
▲액션RPG로서의 높은 완성도로 성공을 가늠한다
소프트뱅크는 ▲바디스내치와 트랜스 폼 등의 독특한 시스템 ▲비중 높은 아이템 컬렉션 ▲전투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퍼즐이나 트랩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스토리가 변하는 멀티시나리오 채용 등을 내세우며 팔콤의 최신작 RINNE은 액션RPG로서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직접해보지 않는 이상 RINNE이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가는 알 수 없지만 스토리에 개연성을 둔 몇몇 게임시스템이 상당히 유기적인 관계로 엮여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 하다.
▲보디스내치와 트랜스 폼 시스템으로 다양한 적의 형태와 특수능력을 취할 수 있다 |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보디스내치와 트랜스 폼 시스템.
이 게임의 특징은 쓰러뜨린 적의 몸으로 정신체를 옮길 수 있는 능력인 보디스내치와 보디스내치를 통해 전이된 적의 몸으로 자신을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인 트랜스 폼 등 두 가지가 있다. 주인공이 되는 캐릭터가 가상세계를 관찰하는데 가장 최적상태인 정신체라는 점과 다른 생명체로 쉽게 전이할 수 있다는 특징을 반영한 이 두 시스템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적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컨셉을 가진 보디스내치와 트랜스 폼은 ‘조사’라는 목적을 가진 캐릭터를 조작한다는데 있어서는 일종의 위장시스템 중 하나다. 하지만 스내치와 트랜스 폼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들이 가진 특수능력까지 획득할 수 있다는 것과 90여 개 이상 제공되는 주인공 전용의 몸을 찾게 되는 순간 당시까지 전이했던 몸으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위장시스템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RINNE은 이를 통해 보디아이템에 대한 수집욕을 자극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의 놀거리를 상당부분 제공한다. |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나 SCE의 ‘아란드라’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듯한 퍼즐적인 요소를 가미한 트랩과 전투는 RINNE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액션성만을 강조한 게임에 캐릭터 성장이란 요소를 도입해 RPG적인 느낌을 살린 액션RPG라는 장르는 일반 RPG에 비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플레이어가 쉽게 무미건조함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액션RPG는 플레이어에게 나름대로의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전투 외적인 요소로 퍼즐이나 트랩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RINNE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능력을 사용해 퍼즐과 전투의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RINNE만의 재미라고 제작사는 설명한다 |
RINNE은 이런 퍼즐과 트랩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서 설명한 보디스내치와 트랜스 폼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제공되는 맵에 설치된 트랩 중 일부는 특정한 사이즈의 몸을 만들거나 정해진 특수능력을 발휘해야만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RINNE은 전형적인 액션RPG의 모습을 하고 있다. 6월 30일 팔콤의 또 다른 신작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와 함께 발매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을 못 내릴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액션RPG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RINNE.
지극히 평범한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하지만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와의 동봉 패키지를 구성한다는 소프트뱅크의 퍼블리싱 입장은 뭔가 이 게임에 대해 석연치 않은 점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