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퀘스트2 이스트 체험기(에버퀘스트 2)
2005.05.12 15:18게임메카 최수영
전작의 상처를 씻고 새롭게 다가온 에버퀘스트2
MMORPG라는 신장르가 게임시장의 최대 거인으로 급부상한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 열풍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에버퀘스트는 막상 국내 게임시장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캐주얼 게이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 국내 유저와는 맞지 않는 해외감성으로 외면 받았던 에버퀘스트 1탄.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큰 성공으로 해외 온라인게임도 국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시점에서, 에버퀘스트2가 해외와 큰 시차 없이 소개되어 국내 게이머들의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에버퀘스트2 이스트버전으로 명명된 아시아판이 과연 전작의 쓰디쓴 추억을 씻고 국내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그래픽
에버퀘스트2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먼저 압도적인 그래픽에 놀라게 된다. 2~3년 후를 내다보고 설계되었다는 에버퀘스트2의 그래픽 엔진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게임 화면을 뿜어낸다. 온갖 몸에 좋다는(?) 그래픽 효과는 모두 도입한 에버퀘스트2의 게임화면은 마치 3D 벤치마킹 프로그램인 3D Mark 시리즈를 게임으로 직접 조작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이렉트X 9.0의 최신 쉐이더 기법과 고해상도 텍스쳐, 하이 폴리곤 모델 등 그래픽 설정을 최고로 맞춰놓은 에버퀘스트2는 현존하는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필자의
퍼팩트 게임머신은 이 정도로 설정해도 할만한 프레임이 나온다!
(물론 이 화면도
풀옵션은 아니다)
그래픽 설정과 관련된 옵션도 다양하고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어 자신의 컴퓨터 사양에 맞게 튜닝해나가는 과정도 재미의 일부분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그래픽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에선 늘 최고의 효과로 무장되었던 에버퀘스트2의 그래픽은, 게이머들에게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게 한 모양이다. 일반적인 사양의 컴퓨터에서 에버퀘스트2의 화면빨은 스크린샷이나 동영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몇몇 열혈 게이머들은 에버퀘스트2를 위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겠지만, 대부분의 보통 게이머들은 일반 게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한 그래픽을 즐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컴퓨터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결코 에버퀘스트2의 모든 옵션을 최대치로 설정하고 게임을 즐길 순 없으니 낭패 아니겠는가.
방대한 세계관, 다양한 종족, 새로운 탐험거리들
에버퀘스트2는 전작에서 500년이 지난 시점을 다루고 있다. 기본 세계관이나 종족 관련된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막상 전작의 무대가 되었던 루클란이 파괴면서 그 파편으로 인해 대재앙을 맞은 노라스 대륙을 무대로 삼고 있다.
즉, 이전 대륙에 남아있던 모든 문화유산은 파괴되고 각 종족들은 맨주먹으로 처음부터 다시 건설해놓은 대륙이 에버퀘스트2의 노라스다. 때문에 전작을 즐겼던 게이머들은 곳곳에서 과거의 향취를 느낄 순 있겠지만, 결코 식상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전작과 비교해서 3배로 늘어난 다양한 종족, 거대하고 세밀해진 세계관, 치밀한 설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게이머로써의 뜨거운 피가 끓어오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총 16가지 종족을 선택할 수 있는 에버퀘스트2는 각 종족마다의 직업 제한이 없으며 기본직업과 1차 전직, 2차 전직까지 고려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창조해낼 수 있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선 상상하기 힘든 오우거 메이지(Mage)나 트롤 바드(Bard)도 에버퀘스트2 에서는 창조될 수 있다(단, 몇몇 2차 직업은 캐릭터의 성향이 선이냐 악이냐에 따라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캐릭터 생성과정부터 게이머의 자유도를 최대한 존중하고 있는 에버퀘스트2는 피부색이나 머리모양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이요 눈이나 코의 모양, 입술의 두께나 처짐, 볼의 볼륨감, 턱의 돌출정도, 심지어 귓바퀴의 위치까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과 전문기술
에버퀘스트2에 등장하는 직업은 기본 직업 4가지(파이터, 메이지, 프리스트, 스카우트)와 여기서 각각 3가지로 파생되는 1차 전직, 다시 2가지로 나뉘는 2차 전직으로 총 40개에 이른다. 여기에 장인(아티산)으로 불리는 전문기술 직업을 포함하면 50여 가지의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2차
직업 가디언의 강력한 모습
파티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는 에버퀘스트2에서 각 직업은 고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파티에서 자신이 선택한 직업만의 능력으로 다른 파티원들의 단점을 보충해줄 것이며, 이러한 상호 보완적 관계는 유저들의 협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진정한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선사해준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HO(Heroic Opportunity) 시스템은 전투에서 연개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 파티원들간의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쉽게 사용할 수 없지만 일단 성공만 하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에버퀘스트2 이스트판, 과연 평가는?
전작의 실패를 거울삼아 동양인 취향에 맞는 캐릭터로 재무장된 에버퀘스트2 이스트. 하지만 필자의 첫 느낌으로는 새롭게 바뀐 캐릭터 역시 국내 정서에 썩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리니지풍으로 대변되는 미소년 미소녀들로 대폭적인 성형수술이 가해졌지만 노라스 대륙이라는 고유의 세계관과 미의식을 파괴할 정도로 획기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차라리, 완전히 리니지풍의 꽃미남 꽃미녀들로 변화했다면 나름대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에버퀘스트2 이스트의 캐릭터들은 이도 저도 아닌, 굳이 표현하자면 대만풍의 어설픈 미소년 미소녀들로 채워져 있다.
에버퀘스트2 북미판 |
에버퀘스트2 이스트판 |
▶대표적인 미/추형 캐릭터인 하이엘프와 오우거를 비교해
보았다. 원판이 더 좋아보이는건 필자뿐?
북미판의 원작 그래픽을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굳이 한국을 포함한 중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 버전에서만 원래의 세계관을 망가뜨리는 이도 저도 아닌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국내 게이머들이 원하는 변화인지는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캐릭터 모델을 북미 버전과 이스트 버전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두 가지 버전의 클라이언트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기대에 못미치는 한글화 수준
한글화 수준도 기대에 못미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국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국산 게임을 뛰어넘는 한글화를 꼽을 수 있다. 한글화를 넘어선 한국화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번역 수준이었다면, 에버퀘스트2 이스트가 1차 클로즈베타 버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글화 수준은 낮뜨거울 정도다.
한글화 수준은 평가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조악하다고 판단, 더 이상의 언급은 안하기로 하겠다.
다만 현재 에버퀘스트2 이스트 버전을 즐기면서 부딪히는 대부분의 진행상 어려움과 버그는 조악한 한글화에서 비롯됨을 개발사는 인지하고 베타테스트 기간을 통해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거인. 하지만 국내 성공여부의 판단은 아직 일러
에버퀘스트2는 이미 상용화된 북미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교차되고 있다. 전작을 즐겼던 플레이어들은 너무 쉬워진 게임성을 문제삼고 있으며, 반면 신규 게이머들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때문에 에버퀘스트2 이스트는 그 주요 타겟이 되는 게이머의 층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게이머들의 입맛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맞춘 원작 그대로의 서비스를 제공하던가,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보다 훨씬 캐주얼화하여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껍질만 바꾼 수준이라면 국내 게이머들에게 에버퀘스트2 이스트판이 가질 매력은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한다
물론 에버퀘스트2 이스트판은 이제 막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걸음마 단계의 게임이다. 때문에 현재의 결과물보다는 앞으로 추가되고 수정될 부분이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부디 에버퀘스트2의 환상적인 세계관이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감마니아의 분발과 앞으로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많이 본 뉴스
- 1 ‘스타듀 밸리’ 모바일 버전, 비밀리에 멀티 모드 추가
- 2 [롤짤] 롤드컵 우승 '진짜 다해준' 페이커
- 3 예비군·현역 PTSD 오는 8출라이크, '당직근무' 공개
- 4 컴투스, 데스티니 차일드 기반 방치형 RPG 신작 낸다
- 5 닌텐도, 스위치 2에서 스위치 게임 하위호환 지원한다
- 6 [오늘의 스팀] 헬다이버즈 2 정상화 완료
- 7 설마 또 리포지드? 워크래프트 2 리마스터 유출
- 8 굿즈 수집과 시연 다 잡는 지스타 2024 관람법
- 9 비공식이지만, 디아블로풍 블러드본 제작 중
- 10 [포토] PS5 Pro, 작아진 크기와 디자인 변경 돋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