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MMORPG 레퀴엠 오픈베타 체험기
2007.07.26 14:39게임메카 아미
‘레퀴엠’은 지난 6월부터 대략 한달 정도의 간격으로 두 번의 클로즈베타테스투를 실시했다. 두 번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거쳐 비교적 짧은 시간에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레퀴엠’.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체험기에서는 게임이 오픈베타테스트에 돌입한 만큼 새로운 요소(어차피 앞으로 계속 추가되어 나갈 것이기 때문에)나 심화 분석보다는 좀 더 게임의 기본에 관련된 부분과 클로즈베타테스트와의 비교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라비티 페스티벌의 함정
꼭 레퀴엠이
아니더라도 많은 유저들이 걱정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무리한 그라비티 페스티벌의
확장이다. 얼마 전의 ‘라그나로크2’ 사건(?)을 기점으로 최근 그라비티의 신뢰도는
상당히 낮아진 것이 사실. 그런 와중에 ‘레퀴엠’을 포함한 4개의 게임을 동시에
오픈하는 과감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특별한 점이 없겠지만,
‘레퀴엠’ 하나만 바라보던 유저라면 갑작스럽게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특히 ‘라그나로크2’ 사건의 후폭풍이 채가시기 전인 지금
시점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걱정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클로즈베타테스트와 오픈베타테스트라는 단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는데 이번 오픈베타테스트는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와 비교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그저 누구나 원한다면 가입하여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 정도랄까? 지난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 지적됐던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되지 않았고, 반면에 유저 수는 늘어서 더 정신 없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클로즈베타테스트의 의미를 퇴색시킨 첫인상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버 불안정이다. 온라인 게임에 있어 서버 안전성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최우선 조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클로즈베타테스트 초기의 랙이나
캐릭터 워프 등의 문제는 클로즈베타테스트 말에 상당부분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픈베타테스트로 넘어오면서 유저수가 급증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여전히 심하게 끊기고, 멈추고 튕기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파티를 맺고
같이 사냥하던 친구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다반사. 반대로 필자
본인 캐릭터가 튕겨나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이렇게 튕기면 프로그램이 완전히 종료되기 때문에 프로그램 실행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 게임이 여전히 클로즈베타테스트 중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오픈베타테스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상 그에 걸맞는 책임은 따른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주변에 멈춰있는 유저의 1/3은 일순간 사라질 운명, 다시 말해 튕겨 나갔다는 의미다 |
불친절한 레퀴엠씨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불친절한 게임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역시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 여러 번에 걸쳐
지적을 받았던 부분인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저가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모험을 시작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 설명이 거의 전무하다. 유저가 캐릭터를
만들어 게임에 접속하게 되면 뜬금없이 튜토리얼 훈련장에 와 있다. 아무 이유없이
기본적으로 주어진 무기를 가지고 훈련장 안에 있는 몬스터들을 때려잡는다. 그 뿐이다.
텍스트를 통하여 유저에게 알린다고 다 스토리가 되고 다 설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유저가 게임을 느끼면서 스토리라인에 녹아들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것 아닐까?
▲ 7월 21일 공개된다던 신 종족은 24일 현재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
인터페이스와 조작에 대한 경우에도 그저 한 두 줄의 설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의 역사가 오래 되어 유저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많이 있다고 해도 처음 접하는 게임은 누구나 낯설어 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한 번 배운 스킬이나 단축키를 유저가 다시 찾아보는 일은 최소로 줄여야 되지 않을까?
인터페이스는 설명이 부족한 반면 구성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관련된 정보나 장비, 아이템 등을 한 곳으로 모아 관리하기 쉽도록 구성해 놨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그림이 작아지는 문제가 있어서 좀 불편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마우스 버튼 사용에 일관성이 없는 느낌이 든다. 이는 사용자가 시행착오를 거쳐야 마우스 버튼의 역할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되었다는 의미다. 유저 자신이 과거에 어떤 게임을 했느냐에 따라 익숙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차가 큰 편이다. 누구나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지 못했다는 얘기.
▲ 화면 구성은 눈으로 보기에는 일관성 있고 만족스럽다. 문제는 이를 사용하는 점에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
특색 없는 성인 지향적 게임
흔히 성인용
게임이라고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과격 또는 과도한 폭력이나 높은 수위의 성적
표현을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도 성인용 게임에선 소재들이 자주 사용되지만, 꼭
이런 것만이 성인용 게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때려 죽이고, 몸통이 여러
토막으로 갈라지고, 피가 사방으로 튀면 심의에서는 분명히 성인용 게임으로 취급을
받겠지만, 심의가 성인용인 것과 게임이 성인 취향이라는 것은 엄밀히 별개의 문제다.
그런 점에 봤을 때 이 게임이 성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요소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필자가 위에서 말했듯이 이 게임이 성인용 게임이 된 이유는 그저 선혈이 낭자한다는 이유 외에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또한 폭력성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이지만, 모든 성인이 폭력성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문제. 이 게임은 잔인한 표현에서 오는 절박함이나 긴장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 잔인함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 단순히 눈으로만 느끼는 것은 금방 시시해질 수 밖에 없다) |
여기서 이런 특색 있는 표현방식(잔인함)이 사운드나 분위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레퀴엠’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점으로 타격감을 들고 있는데, 일단 타격감에 있어서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다. 공격과 방어의 음향 효과의 선택은 좋다고 보고, 화면 효과와의 연동이 잘 이루어져 있어 유저가 화끈한 타격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다.
▲ 사운드와 함께 조각나는 적의 시체.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걸 좋아하는 유저는 분명히 있다 |
하지만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 게임의 전투 방식은 기본적으로 자동 전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스킬이나 마법, 장비의 선택 등은 유저가 개입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지만, 공격의 세기나 공격의 각도, 타이밍 등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게임에서 말하는 타격감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유저의 액션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한 부분이라, 타격감을 위한 효과나 음향 등에 신경을 쓴 점은 훌륭하지만, 결국 5분만 지나면 타격감 따위는 신경도 안 쓰게 된다.
산적한 과제가 여럿 남아있는 오픈베타테스트
‘레퀴엠’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제로 서버 불안정과 더불어 밸런스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버 불안정이나 밸런스에 대한 부분은 서비스 초기에서
대부분의 게임이 겪는 문제라 이해할 수 있다. 단지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오픈 베타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제작사가 이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긴
하다.
그 외에 마을의 통로가 너무 좁다든가(CBT시절 한번 확장된 적이 있다), 중요한 NPC를 식별하기 어렵다든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확실히 필자가 느끼기에도 마을 내부의 이동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마을이 지니는 역할에 비해 마을의 통로는 좁고, 전체의 넓이는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맵 인터페이스가 잘 구현되어 있어서 맵만 보고도 다니기는 쉽지만,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의미가 없는 내용이 많지 않았나 싶다. 광장으로 표현되는 중심지도 그저 골목길의 교차로일 뿐, 넓지 않아 유저가 많이 몰리면 NPC의 식별도 어려울 정도였다.
▲ 필자가 열심히 헤메던 도중에도 NPC의 위치를 물어보는 다른 유저들의 채팅 메시지가 계속 보였다 |
초기 퀘스트의 경우도 대부분 게임에 익숙해지기 위한 퀘스트라기 보다는 그냥 몬스터를 잡아 돈을 버는 매우 단순한 수준의 퀘스트에 보상도 만족스럽지 못해 저레벨부터 반복 작업에 지친 유저들이 게임을 포기하기도 한다. 중급 유저가 될 때 까지는 게임이 친절하게 이끌어 주는 그런 배려가 없다는 점,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 퀘스트의 시작이나 진행, 끝 등을 알려주는 그래픽 효과나 음향이 부족하여 퀘스트가 완료된 지 모르기도 했다 |
너무 이른 오픈베타테스트
이런저런
얘기를 했음에도 내리는 결론은 뻔하다는 것이 사실 좀 슬픈 일이기도 하다. 1차와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 때문에 기대했던 유저들이 많았는데, 결국 이런 부족한 모습으로
오픈베타테스트라는 이름까지 걸고 나와 실망스럽다.
제작진이 말하던 타 게임과의 차별성은 10분만 지나면 식상해지고, 그렇다고 타 게임과 비슷한 부분에서 큰 완성도나 안정감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이건 결국 ‘라그2’ 오픈베타테스트에서 범했던 실수를 ‘레퀴엠’에서 반복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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