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멸망 30초 전! 마왕을 무찌르고 세계를 구해라! 용자30 프리뷰
2009.02.20 13:52게임메카 정상현 기자
그 동안의 RPG게임에서 플레이어의 분신으로 등장했던 용자(용사)들은 (대부분)싸움도 만능이고 외모도 출중하고 공주라는 절세미녀를 통해 왕의 지위까지 보장되어 있는 소위 ‘엄마친구 아들’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납치된 공주를 구하고, 칼 한자루 쥐고 드래곤을 쓰러뜨리며,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과 대마왕들을 쓰러뜨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과정에도 많은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만능해결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 등, 화려하게 비춰지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언제나 갖은 고생을 하는 존재가 바로 용자다. 또 최근에 와서는 용자의 라이벌인 마왕이 본격적으로 재조명되는 등 그 입지가 점차 작아지고 있기도 하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어쩌면 용자를 위해 존재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마블러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중이며, 올해 5월 일본에서 발매될 예정인 ‘용사30’ 역시 용자가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성격의 게임이다. 우선 본격적인 프리뷰에 앞서 본 게임의 프로모션 동영상을 감상해보자.
(※본문에서는 국내 정서와 편의를 고려해 용자→용사, ‘용자30’→ ‘용사30’ 이라고 칭합니다.)
하늘에는 별, 땅에게는 꽃, 용사에겐 30초!
‘용사30’의 게임 진행은 패미콤 시절 등장했던 고전적인 RPG의 장치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용사30’에서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기존에 등장했던 RPG처럼 레벨업을 하고 돈을 모아서 장비를 갖춘 후 마왕을 쓰러뜨리면 된다. 문제는,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시점이 세계 멸망 30초 전이라는 것. 이 게임의 제목이 괜히 ‘용사30’이 아니다. 30초가 되면 마왕이 준비한 세계파멸의 마법이 발동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마왕을 저지하기 위해 RPG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광속의 여정을 체험하게 된다.
▲게임의 구성이 스테이지로 구분되어 있다. |
▲체험판에서는 두 스테이지가 제공된다. |
▲30초안에 세계를 구해야 하는 용사는 정말 오지게 바쁘다. |
30초의 제한시간이 걸린 만큼, 필드 이동과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게임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 또한 조작들도 굉장히 간단하다. 한 번의 전투에서 습득하는 경험치와 돈의 양이 굉장히 높고, 마을이나 성 등의 안전지대와 같은 장소 구현도 굉장히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전투 시 플레이어가 가능한 조작은 아이템 사용과 도망의 두 가지로, 특별한 명령을 지정하지 않아도 용사가 알아서 돌격(!)하는 자동전투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스1, 2 이후로 옹골차게 등장한 닥돌용사 |
허허실실! 부실해 보여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이렇게 보면 그냥 분위기만 적당히 RPG로 연출한 미니게임처럼 보이지만, RPG에서 등장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다. 레벨업을 통한 용사의 능력치 상승은 기본이며, 무기를 비롯해서 투구, 갑옷, 신발과 같은 장비들이 존재하고 이를 교체하여 용사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또한 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퀘스트의 요소도 존재해, 이를 통해 자신과 함께 싸워줄 동료를 얻거나 강력한 장비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엄청난 간략화를 꾀하면서도 RPG를 상징하는 특징들을 빼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투 진행이 엄청 빨라 에뮬레이터의 프레임 스킵으로 자잘한 전투를 빠르게 넘기는 듯한 느낌이다. |
▲스테이지 별로 일련의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그 안에 퀘스트도 포함된다. |
▲원활한 이동을 위한 탈것들도 존재한다. |
그리고, ‘용사30’에서 나오는 30초의 제한시간은 스테이지의 조건과 플레이어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이 가능하다. 우선 마을이나 아군의 성에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멈추고, 마을에 존재하는 시간의 여신상에게 일정량의 돈을 바치고 기도를 올리면 시간을 다시 30초로 되돌려준다. (물론 레벨과 장비, 돈은 그대로인 채로) 때문에 30초 안에 도저히 마왕을 물리칠 수가 없어! 라고 외치며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시간의 여신이 요구하는 돈의 액수도 점차 올라가기 때문에 30초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필드 이동과 레벨업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간의 여신상이 매 스테이지마다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정말 30초의 제한시간 내에 모든 것을 완료해야 할 때도 있다.
▲기도하라. 그럼 길은 열릴 것이다. |
▲30초가 지나면 이미 늦는다. |
용사가 지겨운가! 그렇다면 왕녀, 기사는 어떠한가? 때로는 마왕도 좋다!
맛있는 음식도 삼시세끼 같은 것으로만 먹다 보면 언젠가 질려버리게 된다. 초창기 일본식 RPG에서 플레이어에게 용사 이외의 주인공 캐릭터 선택권이 없었던 점은, 이후의 게임들에서 점점 용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라지는 요인일 것이다. 뭐 확실히 사람이 맨날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가끔은 라면도 먹고 짜장면도 먹고 볶음밥도 먹어줘야 사람다운 삶이지…게다가 편식은 몸에도 좋지 않다.
▲갖출 건 다 갖췄다! |
‘용사30’에서는 유저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용사30’모드 이외에도 왕녀30, 기사30, 마왕30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RPG의 요소가 많이 반영된 ‘용사30’모드와는 다르게 왕녀30에서는 전방위로 석궁을 발사하는 슈팅게임 형식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으며, 기사30에서는 함정 설치와 같은 어드벤처 요소가 포함된 액션을, 마왕30에서는 마계의 마물들을 소환하고 조작하는 RTS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왕녀30모드, 필드에 있는 약초를 찾아 30초 이내에 돌아가야 한다. |
▲기사30모드, 30초동안 현자를 지켜야 한다. |
▲마왕30모드, 해가 뜨기 전 30초 안에 적군을 물리쳐야 한다. |
각진 도트로 느끼는 참신한 게임성!
‘용사30’은 8비트 시절의 일본식 RPG(도트가 뻔히 보이는 2D 그래픽)와 그 세계관(용사와 마왕의 대립구조)에 뿌리를 둔다는 점에서 ‘용사주제에 건방지다’ 시리즈가 생각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용사주제에 건방지다’ 시리즈에서 나타난 일련의 RPG장치들이 게임의 큰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종의 소재로서 패러디가 되었다면, ‘용사30’에서는 일본식 RPG 시스템에 대한 패러디와 재해석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온다.
▲용사주제에 건방지다 시리즈는 RPG가 아니라 던전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
▲아마노 요시타카의 스타일리쉬한 그림체로 그려졌던 옛날 파이널판타지의 캐릭터들도 당시 게임기 성능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이는 토리야마 아키라가 참여했던 드래곤퀘스트도 마찬가지. |
▲옛날 2D 시절 RPG게임에 대한 오마주같은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용사가 가지고 다니는 삼각형 모양의 시계도 그 중 하나다. |
그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도트스타일의 캐릭터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숨막히는 속도의 게임 진행으로 무장한 ‘용사30’은 왕년에 RPG좀 해봤다 하는 올드 게이머들의 마음을 충분히 두근거리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