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2002를 쫓아간 야누스의 프랑스 여행기
2001.07.12 20:04지봉철
넌 지면 바로 아웃이야!!!
프랑스라는 나라는 참으로 복 받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고풍스러운 도시풍경과 함께 도시 곳곳에 남겨져 있는 문화유산들. 지하철, 버스를 타고 도시 어느곳에 내리든 볼 수 있는 프랑스의 화려했던 과거 문화유산들은 세계 어느 관광객이 가더라도 분명히 부러워할 것이다. 게임기자가 쓸데없는 군더더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이번 프랑스 여행은 관광의 목적이 아니라,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간 여행이었다. 벌써 수년간 내 PC에서 언인스톨되지 않는 유일한 게임으로 자리잡은 축구게임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인 ‘피파 2002’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 여행에 동반한 사람들중 프로게이머 이지훈은 행사기간내내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물론, EA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지훈 나름대로는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매니저와 EA 코리아 피파 2002 프로덕트 매니저인 김승규 대리는 출발서부터 이지훈에게 큰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친선경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꼭 이겨야죠?”, “넌 지면 바로 아웃이야!!!(이지훈의 매니저가 말한 아웃은 퇴출이라는 의미인데, 행사기간내내 이 아웃이라는 소리를 한 1000번 가량 들었을까?)”.
옆에서 바로 지켜보던 기자인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지훈 자신은 오죽 했으랴? 결과적으로 다행히 일정이 많이 늦춰지는 바람에 게임대회가 열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열렸으면 혹시 ‘아웃’사태가 진짜로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남들보다 앞서 게임을 감상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묘한 매력을 갖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 야릇한 묘미에 게임기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전세계 수십억 인구중에 피파 2002를 감상할만한 사람으로 뽑혀 프랑스 초청을 받았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며 명예로운 일이다.
준비물중에 포함된 축구화가 앞으로 내게 일어날 여러 가지 일들을 암시하기 했지만, ‘축구화를 신고 피파 2002를...’, ‘피파 2002 필살 팁 하나, 축구화를 신으면 게임시스템에서 이를 감지해 선수들이 더 빨라진다’, ‘피파 2002 필살 팁 둘, 좋은 축구화일수록 선수들의 몸동작이 더욱 세밀해진다’. 축구화를 가져오라는 말에 피파 2002가 혹시 축구화와 시스템적으로 연동되지 않을까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과 함께 먼훗날 피파 시리즈의 전용 컨트롤러는 축구화모양으로 되어 있어 발가락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떨까라는 희망(?)섞인 몽상도 해보았다. 결국 축구화는 본연의 용도인 축구를 위해 사용되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피파 2002 전용 컨트롤러 ‘디지털 축구화’가 등장할지도.
마테우스의 가르침 '콘센트레이트'
잠시 이번 행사를 돌아보면 프랑스에서 개최된 이번 피파 2002 기자초청 게임발표회는 EA스포츠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행사라는 것을 행사기간내내 느꼈다.
독일의 축구영웅 마테우스가 그 자리를 빛내줄만치 대단한 축구게임으로 성장한 피파시리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벤트랄까? 비단 마테우스뿐이 아니다. 실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는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캐나다의 라진스키, 사우디 아라비아의 나와프, 스페인의 카실라스 등이 이 행사에 초청받아 기자들에게 직접 축구기술을 가르쳐 주고 함께 식사도 하는 모습에서 피파 시리즈는 이미 게임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시리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독일의 마테우스의 벗은 몸과 근육으로 똘똘 뭉친 다리근육을 불과 30센티미터 거리에서 본 행운의 주인공이 될줄이야. 그에게서 전수받은 왼발 후려치기를 사용한다면 동네 조기 축구회는 물론, 더 나아가 회사 단합대회에서도 나의 주가는 점차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
마테우스가 가르쳐준 왼발 후려치기의 비법은 단 하나. 이 세상 축구선수 및 축구 유망주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으나, 마테우스의 가르침은 왕도가 될지도 모른다.
마테우스의 왼발후려치기 비법 "concentrate!!!(집중)". 마테우스가 우리에게 전수한 비법은바로 ‘콘센트레이트’. 축구잘하는 방법이니 축구 좋아하는 분들은 기억해 두시길. 마테우스는 역시 훌륭한 축구선수였다. 반복학습의 효과를 아는 선수니 말이다. 이지훈 매니저의 ‘아웃’과 마테우스의 ‘콘센트레이트’는 행사기간내내 우리주변을 맴돈 몇 안되는 영어단어중 하나였다.
공항 바로옆 호텔이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공항에서 만난 피파 시리즈의 최강자 이지훈 선수와 인터뷰 및 통성명을 한후, 동행한 모기자가 행사장에 나타나기로 했었던 프랑스의 축구영웅 ‘미셀프라티니’의 사인을 받을 축구화를 하나 산다고 인천공항에서 쇼핑을 즐겼다. 축구화에다 사인을 받아 옥션같은 경매에 올려놔 판다나 어쨌다나, 이 계획은 미셀프라티니의 불참으로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돈버는 방법으론 좋은(?) 생각인거 같다. 6만원짜리 축구화에 미셀프라티니의 사인을 받아 12만원에 팔고, 이것으로 또 축구화 2개를 사서, 사인을 받아 또 두배로 팔고 이 돈으로 또 4개를 사 두배로 팔고... 124개를 사 두배로 팔고...248개...1024개...10498289284개...49832934988348384개... (잠시 물의를 일으켜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디어 기자는 12시간이나 넘는 지리한 비행기 여행길에 올랐다. 아직 비행기를 타보지 않은 독자들은 비행기 여행이 꽤나 낭만적이고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만큼 짜증나고 지루한 일은 없다. 장거리 여행자들을 위한 좋은 비행기 여행법은 최신 영화를 상영해주는 노선을 확인한다. 운이 좋으면 툼레이더나 슈렉을 상영해주는 노선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TV앞에 비행기 좌석을 예약한다. 팝콘 및 독한 술을 준비한다. 술은 한잔 마시면서 팝콘과 함께 영화를 본다. 자연스럽게 잠이든다. 일어나 보면 공항도착. 가장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비행기 여행의 순서였다. 이 정도면 한 이틀은 시원하게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실제로 따라하는 독자분들은 안계시겠지요).
비행기를 타자마자 하는 일이 기내에서 상영되는 영화목록을 먼저 살펴보는 일이니, 어느정도인지 다 알만할 것 같다. 불행히도 기대했던 최신 영화는 아니었다. 브로스 피어스넌인가 하는 영화배우가 나오는 듣도 보지도 못한 영화로 그냥 조용히 잠을 자면서 12시간동안 깨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 뿐.
지리한 비행기 여행을 끝마치고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의 날씨는 우리나라의 가을날씨와 여름날씨를 복합시킨 것 같았다.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이었다.
썸머타임이 있어 오후 7시쯤 공항에 도착했지만, 날씨는 무척 더웠다. 우리가 묵을 호텔의 위치는 대략 공항에서 5분거리에 있는 힐튼호텔. 공항에서 가까워 움직이기에는 편했지만, 호텔주변의 경관이 오로지 비행기뿐이라 우리나라에서 같이 간 일행들의 실망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멀리서나마 파리의 에펠탑을 볼 수 있을려니 꿈에 부풀어 출발한 여행이 에어프랑스 마크의 비행기의 가려버린 것이다.
한결같은 기대...
호텔에서 1인 1실로 방을 배정받고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같이간 사람들은 모두 남자지만, 해외에서 특히 프랑스에서는 남자 2명이 같은 방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무슨 오해냐고? 남자를 사귄(?)다는 오해말이다.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사사로운 문화적 차이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고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문화적 환경에 따라야 한다.
역시 별 4개짜리 호텔의 방은 달랐다. 침대 및 미니바, 사무용 책상 등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무엇보다도 괜찮았던 것은 EA의 철저한 배려. 침대위에 사람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티셔츠, 팬츠, 축구용 양말, 안대는 EA가 얼마나 이번 행사에 많은 준비를 기울였냐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것은 행사기간내내 별다른 일정안내가 없었어도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속에 동화되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된 행사.
저녁 스케줄은 우선 칵테일파티와 EA게임 시연이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칵테일 바로 움직인 우리는 그곳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이들의 피파 2002에 대한 한결같은 기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NHL 2002, 매든 2002, 스트리트 바스켓볼 등이 전시된 시연장소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도구들이 셋팅되어 있었다.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은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작품이나,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NHL 2002. NHL 2002는 이번 시리즈로 또 한번 EA의 명성을 확인시켜줄 만큼의 큰 변화가 있었다. 선수들의 움직임, 시원한 얼음판 보기만해도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한번에 사라질 만치 시원한 화면이 각국 기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피파 2002의 홍보를 위한 자리였지만, EA가 얻은 것은 곧 출시될 다른 게임들의 홍보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가볍게 맥주 한잔, 콜라 한잔을 먹고 된장찌개, 김치찌개로 다져진 입맞 때문에 별로 당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의껏 준비되어진 뷔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끝마친 하루였다.
글/지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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