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공전절후 대하무협 「천랑열전」(東西古今 空前絶後 大河武俠 天狼熱戰)
2002.09.16 17:42원병우
1.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다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PC 게임은 지금 고사 직전이다. 팔리지 않으니 만들지 않고, 만들지 않으니 팔 건덕지가 없다. 빈곤의 악순환이요, 신진대사 부진의 전형이다. 개발자와 게이머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21세기 국가유망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쏟아붓겠다던 천문학적인 정부지원비용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필시 온라인게임 만드는 데로 가거나 했겠지만).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PC패키지게임은 가망 없다고 모두가 이야기할 때 오늘도 묵묵히 밤을 새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개발사들이 “우리라고 손가락 빨면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며 줄줄이 온라인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우직하게 PC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
2. 초인기만화와 실력있는 개발사의 제 3종 근접조우 천랑열전(天狼熱戰)은 이미 아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박성우님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만화를 소재로 만든 게임들은 생각 외로 많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소마신화전기, 라그나로크, 프리스트, 짱, 열혈강호... 등 국내만화는 말할 필요도 없고 눈을 들어 옆집 일본을 보면 웬만큼 성공한 애니메이션은 거의 대부분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히트작 중에 게임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이 드물 정도다.
이렇게 성공한 만화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긴다. 우선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니만큼 생소함으로 인한 실패확률이 적고 대부분의 인기만화가 그렇듯 스토리가 탄탄하고 캐릭터 성이 우수하다. 천랑열전은 판타지 무협장르의 만화로서 현재까지 약 80만부가 판매되고 2002 상반기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박성우님의 작품이다. 대부분의 작가가 라이센스만 허가하는데 비해 천랑열전은 보다 완성도 있는 게임제작을 위해 작가가 기꺼이 게임 시나리오의 감수를 맡았다고 한다. 센터링이 아무리 멋지게 올라온다고 해도 골을 못 넣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재미있는 만화가 게임으로 제작된다 해도 실력없는 개발사가 만든다면 좋은 게임이 나올 리 만무하다. 게임의 제작을 맡은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가람과 바람팀은 8용신전설을 위시해 레이디안, 씰, 나르실리온 등 독자적인 RPG게임을 만들어왔던 게임제작팀이다. 특히 나르실리온은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원하는 <이달의 우수게임>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가람과 바람이 걸어온 RPG 외곬 길을 생각해보면 천랑열전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걱정을 붙들어 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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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셀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부드러움. 국내최초 실시간 3D카툰렌더링 아무리 원작의 그림이 좋고 캐릭터성이 우수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원작의 일러스트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많은 초인기만화의 후광을 뒤에 업고 많은 기대 속에 제작되었던 국내 모 게임의 경우처럼 원작의 뛰어난 일러스트를 거의 망쳐놓다시피했던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천랑열전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실시간 3D카툰렌더링 방식으로 그래픽작업을 하고 있다. 3D카툰렌더링방식은 쉽게 말해서 3D로 제작했지만 최대한 만화적인 느낌을 주는 화면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미 나르실리온에서 카툰렌더링을 한번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만 나르실리온의 경우 3D그래픽프로그램에서 카툰렌더링을시키고 그것을 다시 2D스프라이트화 시켜서 게임에 구현한 방식이다. 3D작업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2D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천랑열전은 3D카툰그래픽을 게임엔진에서 바로 카툰렌더링 시키고 실시간으로 게임화면으로 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나르실리온은 2D이기 때문에 방향에 따른 모든 동작을 다 입력해주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부드럽지 못한 동작이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천랑열전의 그래픽엔진에서는 끊기거나 딱딱한 동작은 나올 수 없다.
이렇게 실시간 3D카툰렌더링엔진으로 그래픽작업을 하게 되면 원작만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의 표정 등을 게임에서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가람과 바람팀의 김무광씨가 시연해준 천랑열전의 그래픽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만화적인 색채가 강해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했다(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지금까지 느껴본 어떤 셀 애니메이션보다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게임속 캐릭터들의 표정도 바비 인형처럼 항상 “나는 골빈 여자”라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대사에 맞는 표정으로 제작되게 된다. |
4. 전투의 재미를 최대한으로 강조하는 M.T.T.B 전투시스템 M.T.T.B 라니 무슨 새로 나온 옷 상표 같지만 M.T.T.B는 ‘MOTION TIME TACTICS BATTLE’의 약자로서 천랑열전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새로운 전투시스템을 말한다. 아직까지 이런 시스템을 적용시킨 게임이 없어 그냥 ‘택틱스 배틀’ 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택틱스 배틀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M.T.T.B는 실시간 전략게임의 전투방식과 턴 전략의 장점만을 따와서 만든 시스템으로 일반적인 택틱스 RPG처럼 전투에 턴을 두고 자신의 캐릭터를 이동해가며 공격과 수비를 진행하는 기본 개념은 같지만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처럼 각 캐릭터의 스피드와 모션 타임에 따라 주어지는 시간 내에 진행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생각없이 마구잡이로 전투를 벌이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의 장단점과 스피드, 모션타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만나는 적들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 택틱스(전술, 책략)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게임을 쉽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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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랑열전은 레벨업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게임이다 무슨 하드웨어도 아니고 RPG 게임의 주인공이 레벨업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하지만 천랑열전의 주인공들이 보다 강력한 능력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반복되는 전투 노가다에 이은 경험치 축적이 아니다. 원작이 무협만화이니만큼 천랑열전도 무협만화에 걸맞는 캐릭터변화 시스템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인 판타지류 RPG는 천편일률적으로 자기보다 형편없이 능력치가 낮은 몬스터들을 필드나 던전에서 사냥하면서 조금씩 경험치를 축적해 레벨업을 하고 스킬을 올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무협의 세계에서 동네 깡패와 1,000번을 싸운다고 하더라도 초절정고수는 될 수 없는 것처럼 판타지 RPG에서 몬스터를 아무리 많이 잡는다고 하더라도 잡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아무 의미없는 반복 노가다일 경우가 많고 이 과정을 건너뛰기 위해서 치트와 헥스 에디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천랑열전은 지루한 레벨업 과정은 과감하게 시스템에서 제외해 버렸고 대신 실제 무협지에서처럼 다양한 스토리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무협지에서 주인공들이 평범한 무공을 죽도록 수련해서 초절정고수가 되는가? 아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기연(奇緣: 기이한 인연)을 만나고 천하제일의 비급을 얻고 수없이 많은 죽음의 위기를 극복해가면서 개세호협(蓋世豪俠: 세상을 뒤덮을 기상을 가진 대협객)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캐릭터가 업그레이드되어 가면서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의 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카툰애니메이션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는 방식이다. 이런 점을 보자면 천랑열전은 만화에서 단지 모티브만을 따온 게임이 아니라 게임시스템 자체도 만화와 연계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랑열전은 기본적으로 이벤트→전투→이벤트→전투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어 간 다. 레벨 노가다가 없기 때문에 게임이 군더더기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잘못하다가 플레잉 시간의 절대부족이라는 악수를 둘 수가 있다. 게이머가 게임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이제 막 게임에 몰입하려는 순간 허망하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수가 있다는 말이다. 가람과 바람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를 통해 총 100여개 이상의 이벤트가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100여개의 이벤트라면 택틱스 게임에서도 적은 수의 이벤트가 아니다. 이에 따라 원작에는 없는 게임만의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를 추가시켰으며 원작자 박성우님의 의견을 게임에 반영해 만화에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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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격필살, 일발필도 - 폭주시스템을 가르쳐 주마 무협지를 읽다보면 이런 경우가 있다. 적과 싸우다가 적의 공격에 부상을 입고 거의 죽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 단전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나 일격에 적을 쓰러뜨리고 전세를 뒤집는 경우다. 무협게임을 표방하는 천랑열전에서는 이런 상황을 ‘폭주시스템’이라고 해서 특정한 상황이 되면 캐릭터가 폭주하게 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렇게 캐릭터가 폭주하는 상황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불리한 전세를 일시에 뒤집을 수도 있지만 위험부담도 상당히 큰 ‘모 아니면 도’ 식의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아무 때나 전가의 보도처럼 이 폭주시스템을 맘대로 꺼내 쓸 수 있느냐? 그런 것은 아니다. 이 폭주시스템이라는 것은 특정 상황이 만족되었을 때 랜덤하게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게이머가 맘대로 폭주상태로 만들어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 때문에 정형화된 플레이가 아닌 롤플레잉 게임에서도 전투시 전략이 중요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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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위기를 기회로 이외에도 아직 시스템에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많은 새로운 것들이 추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본 기자, 천랑열전에 새로운 것들이 공개되는 즉시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재빠르게 소식을 전할 것을 약속 한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PC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드문 현실에도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가람과 바람팀은 꿋꿋하게 PC게임을 만들고 있다. 만들기 쉬운 아동용게임을 만들며 “우리는 아직도 PC게임 시장을 버리지 않았다”라고(면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정에 도전하고 아직도 PC게임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게임개발사가 그리곤엔터테인먼트다. 앞으로도 실력있는 개발사들이 좋은 국산게임을 많이 만들어 국산게임이 세계를 지배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랑열전이 출시될 올 연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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