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2 최악의 한글화 원인은 SOE!
2005.08.17 10:55게임메카 김재권
감마니아코리아 장재우 PM "EQ2 최악의 한글화, 원인은 SOE에 있다!"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에버퀘스트 2(이하 EQ2)가 아직도 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EQ2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아직도 패치가 되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클라이언트 오류로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인스톨을 다시 해야 하는 유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한글화. 영문 텍스트가 표시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퀘스트 중에 틀린 지명이나 인명을 가르쳐줘 아예 퀘스트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규유저의 유입은커녕 기존 유저들까지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감마니아 코리아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동시접속자수는 1만 명 수준, EQ2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의 성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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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마니아코리아 장재우 총괄PM.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
이에 게임메카에서는 EQ2를 서비스를 총괄하는 감마니아코리아 장재우 총괄PM을 만나 그간의 속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패치서버 증설하는데 한달 반이나 걸려”
게임메카: 사실 EQ2는 오픈베타테스트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서버접속조차 하지 못해서 10시간 이상 늦어졌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장재우 총괄PM: 그 문제는 SOE와 우리측 모두의 실수라고 할 수 있다. EQ2를 플레이하기 위해 유저가 게임에 접속하면 분배기(디스트리뷰터)가 유저의 상태를 판단해 패치를 받아야 할 유저는 패치서버로, 패치를 다 받은 유저는 게임서버로 접속을 유도한다. 그런데 그날 미국측에서 패치서버에 약 4.7기가의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로 5분에 1메가밖에 전송이 되지 않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 사실을 모르니 계속해서 게임서버에 접속을 시도하고, 양쪽에서 부하가 걸리니 분배기가 다운되기 일쑤다. 문제는 패치서버와 라인의 용량인데, 패치서버를 증설하려고 해도 국내에 물량이 없어 말레이시아(DELL)에서 가져왔다. 그것도 기간이 한달 반이나 걸렸다. 결국 8월 15일에야 패치서버가 도착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 쪽의 기술적인 결함이므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유저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게임메카: 패치 문제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 오류도 보통문제가 아닌데?
장재우 총괄PM: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메가만 다운 받으면 나머지는 패치를 통해 게임을 인스톨할 수 있는 오토인스톨러나 골드마스터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곧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패치서버와 라인의 증설, 그리고 오토인스톨러 등으로 패치나 클라이언트에 관계된 오류들은(완벽하다고 확답은 못 하지만)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SOE측은 처음부터 현지화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게임메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한글화다. 필자도 게임을 해봤지만 아예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더라. 올해 초부터 한글화 때문에 고생해온 것으로 아는데 왜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것인가?
장재우 총괄PM: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SOE측이 처음부터 현지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A라는 NPC가 “Hi”(001)라는 대사를 말한다고 치자. 그럼 우리는 Hi를 “안녕”이란 한글 단어로 번역해 010이란 코드에 입력해서 하이(001)와 링크를 걸어, 유저가 그 NPC를 만나면 안녕이란 단어가 출력되도록 해둔다. 이게 일반적인 한글화 작업이다.
그런데 SOE측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고 패치를 통해 "HI"를 “Hello”(002)로 수정했다. 그러면 하이(001)와 안녕(010)의 링크는 깨져버리는 것이다. 결국 유저가 NPC를 만나면 영문 그대로 Hello가 출력되니, 한글화는 물거품이 된다.
보통은 단어를 바꾸게 되면 당연히 SOE에서 한글 로컬팀인 우리 쪽으로 통보를 해줘한다. 하지만 SOE측에서 부서가 다르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전혀 통보를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EQ2의 업데이트가 좀 잦은가?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핫픽스’라는 이름으로 자잘한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데, 통보를 해주지 않으니 우리로선 파악할 길이 없다. 결국 우리는 그 방대한 텍스트를 하나하나 수작업을 통해 찾아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SOE에게 업데이트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그쪽에서 무슨 업데이트를 하던 우리는 일단 받아만 두고, 게임을 정상화시킨 다음에 업데이트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SOE측의 허가가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아마 이번 주 안에 결정 난다.
▲ 최악의 한글화. 감마니아 코리아는 그 이유를 SOE의 무책임한 현지화 작업때문이라고 밝혔다 |
게임메카: 단순 텍스트들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장 전체가 틀어지는 경우나, 인명이나 지명을 틀리게 표시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장재우 총괄PM: EQ2의 문장 구조는 퀘스트마다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흩뿌려진 단어를 하나하나 모아와서 문장을 구성하는 구조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링크가 다르니 ‘뉘앙스’를 전달할 수가 없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링크가 깨져버리면 퀘스트 자체가 엉망이 된다. SOE에 강력하게 항의해서 링크가 달라진 것을 찾을 수 있는 ‘툴’을 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도착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덧붙이자면 이 툴을 받은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더 황당한 것은 링크가 깨진 경우 SOE에서도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링크가 끊어졌는지 찾아내지를 못하니 우리 쪽에 깨진 링크를 하나하나 스크린샷으로 찍어서 보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말이 된다고 보는가?
심한 경우 대만버전의 EQ2 퀘스트가 한글판에서 발견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로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 상반기에만 해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EQ2 이스트였는데… |
"처음에는 SOE를 믿었다. 그러나…”
게임메카: 이런 문제들은 계약을 하기 전에도 EQ를 퍼블리싱했던 NC소프트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도 계약을 진행하고 오픈베타테스트를 강행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장재우 총괄PM: 물론 우리도 사전파악은 하고 있었다. SOE는 사실 EQ 시절만 해도 ‘이런 좋은 게임을 너희에게 준다는 것을 감사해라’라는 식의 매우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 때문에 NC소프트도 많이 고생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EQ2의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SOE는 전과 같은 문제는 결코 없을 것이며, 아시아 시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또 클로즈베타테스트 때에도 충분히 문제점들을 파악했고, SOE측에 수정요구를 했다. SOE의 대답은 ‘별 문제 아니다, 확실히 수정해준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픈베타테스트를 강행했다. 수정이 이뤄지는 날짜를 확실히 확정 받지 못한 것은 우리 잘못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 마침 SOE에 요구했던 사항이 승인되어 기뻐하고 있는 로컬팀 직원들. 너무 피로해보이는 모습이었다 |
게임메카: 성공한 한글화로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꼽는다. 블리자드와 SOE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장재우 총괄PM: 블리자드는 개발 초기부터 세계 각국에서의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현지화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SOE는 처음부터 현지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한 것이 문제다. 아예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한가지 예로 SOE에는 버그리포트 담당자가 없다. 수많은 버그신고를 통합해서 처리할 담당자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계속 항의하니까 지난주에야 만들어주더라.
현재 한글화에 대한 유저들의 원성은 감마니아코리아가 떠맡고 있다? 솔직히 유저들의 비난을 받을 때마다 서비스 책임자로써 고통스럽다. 욕 먹어가면서, 돈 써가면서 SOE에게 현지화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는 기분이다. 여담이지만 대만 본사의 현지화팀 최고책임자는 “EQ2에는 미래가 없다!”라며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암담한 상황이다.
▲ 가장 완벽한 한글화라고 평가받았던 와우. EQ2의 상황과 너무나 비교된다 |
“SOE뿐만 아닌 감마니아 본사도 책임이 있다!”
게임메카: SOE만이 아니라 감마니아 본사와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머니에 대한 문제라고 하던데?
장재우 총괄PM: 대만의 감마니아 본사에서 2005년 목표사업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 겟쉬라는 게임머니 정책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넥슨캐쉬처럼 현금으로 카드를 사서 충전하고, 이것으로 게임 아이템이나 확장팩 등을 구입하는 개념이다. 본사의 목표는 전세계 지사가 겟쉬를 통합해서 사용해 게임머니에 대한 막강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게임계정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이 정책을 위해 겟쉬계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다시 말해 유저가 자기 캐릭터에 어떤 아이템을 사서 입혀주고 싶다면, 겟쉬계정으로 로그인해서 게임 캐릭터에 물건을 사주고 다시 게임 캐릭터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게임을 즐겨야 한다. 현재 한글판에서도 홈페이지 아이디로 게임 로그인이 안 되는 유저들은 모두 이런 경우다. 게다가 겟쉬계정과 게임계정은 서로 통합될 수도 없고 패스워드를 같게 만들 수도 없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국내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서 본사에 계속 항의하고 있지만, 본사의 의지가 강경해 고쳐지기는 힘들 것 같다.
“모든 것은 9월 1일 이후로 미뤘다”
게임메카: 이렇게 문제가 많다면 상용화는커녕 오픈베타테스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또 확장팩이나 어드벤처팩이 정상적으로 적용될지 의심스럽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재우 총괄PM: 일단 현재로서는 한글화와 운영 이외의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SOE와 본사에 계속 항의하고 있고, 우선 9월 1일까지 한글화를 모두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한글화가 너무나 엉망이기 때문에 신규유저가 들어와도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사실 지금도 어드벤처팩은 이미 서버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전에 앞으로 어드벤처팩은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그 약속은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문제점들로 인해 아직 어드벤처팩은 한글화 작업을 하지 못했고, 역시 9월 1일 이후에 다시 손을 댈 계획이다. 홍보나 마케팅도 그 이후로 미뤄뒀다.
우리도 현재의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고 있다. 그 상태를 최대한 개선해보려고 9월 1일까지 날짜를 번 것이다. 사실 유저들도 그렇겠지만 우리로서도 현재 또 다른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하는 느낌이다. 진정한 오픈베타테스트는 9월 1일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상용화는 아직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 본사에서 ‘이제 상용화 정책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연락이 왔지만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다. 그래서 무시했다. 한글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상용화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메카: 지난 주말에 북미서버에서 대규모 해킹사건이 있었다. 국내서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장재우 총괄PM: 솔직히 그 해커들이 국내서버로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 SOE에 어떤 대처방안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뾰족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걱정이다.
▲ 밤을 꼬박 새우고 쓰러져버렸다는 로컬팀 직원. 장재우 총괄 PM은 이런 모습이 가장 마음 아프단다 |
”제발 유저들만은 알아주길 바란다”
게임메카: 사실 오늘 나온 얘기들은 매우 충격적이고 어떻게 보면 SOE와의 관계에도 굉장히 위험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들을 모두 밝힐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가?
장재우 총괄PM: 오늘 얘기한 것들은 모두 감마니아 코리아의 치부다.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부끄럽고 화가 난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유저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사실을 정확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솔직히 우리만 비난 받기에는 억울한 상황이다. 감마니아코리아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로컬팀 직원들, 내 부하직원들은 낮에는 한글번역에 매달리고 밤에는 미국의 SOE 직원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렸다가(시차 때문에) 그들과의 업무를 진행한다. 그리고 한 두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번역작업에 매달리는 강행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면서도 한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무에게도 떳떳하게 ‘나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유저들만이라도 알아주길 바란다. 9월 1일에는 떳떳하게 유저들 앞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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