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복수의 칼날을 드리우다 -1부-(바스티안)
2003.09.27 20:07부활정령
-지난 줄거리- 10명의 길드원을 채우지 못해 사라진 길드를 재창설하고자 초기 창설금 1천만 골드를 벌기 위해 툼으로 떠난 부활정령. 리젠 지역에서 스피어 핵을 멸살하며 모턴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데... 재접속한 [아싸아싸]가 자기 자리라며 괜한 시비를 걸어 급기야 PK까지 하는 상황이 되지만 [부활정령]은 결국 패하고 만다. [부활정령]은 복수를 위해 길드를 꼭 창설해야 하는데... |
[아싸아싸]에게 억울하게 당하고 나니 복수를 위해서도 길드창설이 더욱 시급해 졌다. 하지만 마음만 급하면 뭐하나? 창설금이 없는데... [응삼이]와 [훗훗]이 조금씩만 도와준다면 창설금 정도야 만들 수 있겠지만 길드가 해체되면서 생긴 오해가 풀리기 전에는 아마도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길드를 창설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 모턴이 떨어질 때 까지 몬스터 사냥을 하는 것이다. 툼의 자리는 이미 빼앗긴 상태고, 모턴 드랍률은 떨어지지만 지금 레벨에서 포션을 먹지 않고도 사냥이 가능한 성큰 마운드로 향했다.
성큰 마운드에 도착해 방어력과 공격력이 가장 낮은 씨버스트를 목표로 자리를 잡았다. 10분...30분...한시간...얼마나 지났을까? 수많은 씨버스트가 칼에 쓸려나갔고 주변은 온통 씨버스트의 혈흔들이 흩어져 있을 뿐, 기다리던 붉은 모턴락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띵~소리라도 나면 혹시나 하고 [Alt]키를 눌러보지만 역시나 영혼석 아니면 메테석, 그것도 아니면 채팅창에 올라오는 ‘모턴봤다~~~’라는 문구들... 이처럼 모턴얻는 것이 산삼을 캐는 것보다 어렵단 말인가?
모턴이 산삼이라도 되니?(으~부럽다) |
‘하늘에서 모턴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턴 구하기가 힘든데, 인벤토리에 모턴을 가득 채워놓고 여유로이 장사를 하고 있는 유저들은 뭔가? 모턴이 가득한 인벤토리를 구경할 때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이 초라한 기분도 들지만, 빈부격차는 게임에도 있는 법. 차근차근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듯 오직 길드의 주인이 되기 위한 노력만 있을 뿐. 그때였다. ‘띵~’
“드디어 나왔구나~ 아싸!”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만 행운의 여신은 손짓하는 법! 재빨리 모턴락을 집어 들고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역시나 장사꾼 천지였지만, 모턴락을 팔기 위해 개인상점을 열고 기다렸다. 달랑 모턴 하나였지만 그래도 싼 가격에 내 놓으면 분명히 빨리 팔릴거라 생각했지만 웬걸, 10여분이 지났는데도 팔리지 않는 것 아닌가? 급한 마음에 상점을 접고 직접 나서기로 했다.
“모턴사세요~모턴사세요~”(성냥팔이 소녀버전)
“골라~골라~골라~ 피가되고 살이되는 모턴~ 일단 사봐~”(남대문 버전)
이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장사를 해봤지만 선뜻 모턴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모턴락이라하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절대 필수 아이템인데 이렇게 사는 사람이 없다니.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것이다. 분명히...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이유는 간단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시세를 모르고 가격을 높게 불렀던게 화근이었다. 현 시세는 6백만~6백만 8천정도, 하지만 내가 제시한 가격은 8백만. 얼마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모턴시세가 이렇게 까지 떨어진지 몰라서 생긴 실수였다(솔직히 모턴을 팔아 봤어야 알쥐~-.-;).
괜한 헛고생만 했다는 생각에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을까 하고 로그아웃을 하려던 찰라, [요랑이]님이 말을 걸어왔다.
“님 모턴이 무기랑 방어구 업그레이드할 때 쓰는거 맞죠?”
“넹~”
“아~글쿠나^^ 제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 잘 몰라서리~흐흐~”
“앗! 바리바리 군바리?^^(너~잘 걸렸다)”
“넵~ 군대가기 전에 바스티안 했었는데 휴가 나와서 할일도 없고~”
“아~예!! 그럼 군바리 휴가기념으로 싸게 드릴께요. 골라보세요^^(이 음흉한 웃음)”
“모턴...예전에는 진짜 비쌌던거 같은데...아까 님 8백만이라고 하셨죠?”
“(오잉? 이게 왠 떡?)네?....네네!^^군바리시니까 싸게 드릴께요. 다른 아이템이랑 같이 사시면 원가로 드리죠”
“진짜요?”(군바리 좋아라하고)
“네”(비싸게 팔아 더 좋아라하고)
이렇게 해서 1천 1백만에 모턴과 잡템들을 섞어 [요랑이]님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쳐 길드 창설금을 경우 만들었다. 시세도 모르는 군인이 무슨 죄가 있어 사기를 치냐고 구박하는 유저들이 있겠지만 나중에 고렙이 되는 날 꼭 갚아 주리라 약속한다.
[요랑이]님 이거보시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제대하시면 꼭 귓속말 주세요~^^ |
이제 남은 일은 그간 뿔뿔이 흩어져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아쫌!]길드의 재 창설하는 일. 길드가 사라진 일로 가장 삐쳐있는 [응삼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야~나 천만골드 또 모왔다. 다시 길드 만들자~”
“싫어!”
“저번에 그건 오해였다니까~화 좀 풀어라...응?”
“생각 좀 해보고. 그나저나 돈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모았냐? 현질이라도 했냐?”
“사기좀 쳤다.^^ㅋ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 줄게”
“너~설마 나한테 사기 치려는 건 아니지?”
“야~~~~~”
겨우겨우 [응삼이]를 달래고 [훗훗]과 나머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또 한번 [아쫌!]길드가 창설됐다. 길드를 만들면서 길드명이 이상하다는 등, 길드 마크를 바꾸자는 등등... 말이 많았지만 그때 나선 [훗훗]의 한마디로 모두 조용해 졌다.
“길드마크 바꾸자....이게 뭐야? 우리가 토끼처럼 귀엽기라도 하면 몰라?”
“난 그래도...이게 좋은데!”
“저번에 피씨방에서 남자친구랑 바스티안 하면서 당근 쥬스 먹는데 길드마크 생각나 얼마나 속상했는데...”
(조용~~~~~)
[훗훗]의 한마디는 서로들 의견을 같이하며 처음 길드를 만들 때를 생각나게 했다. 서로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하나 둘씩 그대로 예전의 [아쫌!]길드를 만들자고 동의를 했다. 그리고 길드가 사라지고 얼마나 비참했는지 하나 둘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길드마크 없으니까 애들이 진짜 무시하더라.”
“말도 마라. 저번에는 자리 잡고 사냥하는데 길드원들이 몰려오더니 자리 접수한다고 비키라더라. 괜히 까불다가 PK당할 뻔 했다니까~”
“다들 조용히 해봐! 내가 왜 이렇게 빨리 길드를 다시 만든지 알어? 사실은...며칠전 PK당한 상황을 주저리...주저리...자 다같이 [아싸아싸]잡으러 갈래?”
“그래 가자... 그런 나쁜놈한테는 복수를 해야지~”
“GO GO GO”
[아쫌!]길드 다시 태어나다!! |
모두들 흥분한 나머지 툼으로 향했다. 모두들 의욕만 앞선 나머지 달랑 캐릭터 명만 가지고 몰려다니면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경찰도 잠복근무에 과학수사까지 하는 판국에 길드마크 달고 몰려다니면 누가 나타나겠나? 바로 도망치고 말지. 우선 효율적인 방법으로 [아싸아싸]를 찾기로 했다. 일단 헛수고하는 일이 없도록 접속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귓속말을 보냈다. [아싸아싸]는 접속중...이제 남은 것은 찾아서 길드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선 툼의 가운데로 이동한 후 2~3명씩 조를 짜서 동서남북으로 찢어져 찾기로 했다.
이제 어디에 있든 [아싸아싸]를 발견하여 모두들 둘러싸고 복수의 칼날을 드리우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니 근데 이게 무슨일인가? 북으로 향하던 우리 앞에 동쪽으로 이동하라던 2조가 보이는 것 아닌가? 그리고 뒤로 보이는 4조....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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