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의 바싸기행기 4부(바이탈 싸인)
2003.11.29 09:18지영이
주말을 화려하게 꼴아박기로 결심한 난(사실 할 일도 없었다-_-) 선배와 함께 바싸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선배는 개인레슨의 대가로 멋진 여자를 소개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난 묵살했다. 날 FPS의 세계로 빠지게 했으니 책임지라고 무조건 우겼다. 결국 피씨방비를 내가 내는 것 정도로 합의를 보고야 말았다. 사실 그나마도 내지 않고 레슨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내 바싸에 대한 향학열이 너무 뜨거웠다. 정말 누구 말대로 바싸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으면 벌써 장학금을 열댓 번은 탔을 것이다.
선배는 그 동안 내 실력을 측정한다며 HOW 맵에서 1:1을 하자고 했다. 후훗~ 아마 선배는 깜짝 놀랄 것이 분명했다. 그 동안 난 엄청나게 실력이 늘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서 난 절망에 빠졌다. 아무리 그 선배가 FPS를 주름잡는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해도 10:0으로 깨질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_-; 운 좋게 선배 뒤를 잡아도 무기를 조준할 수가 없었다. 선배는 이리 저리 왔다갔다 지그재그로 달리거나 혹은 갑자기 휙 돌아서서 깔끔한 레이저 한 방으로 나를 제압했다. 게다가 몰래 따라가려고 해도 선배의 캐릭터는 무슨 터보엔진이라도 단 듯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곤 했다.
▶ 하우에서의 1:1 |
▶ 10:0. 할말을 잃었다 |
결국 두 번의 게임에서 10:0의 참담한 패배를 얻게 되었고 난 바싸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 절망에 빠져 게임을 접기로 결심했다.
“킬킬~ 너무 상심하지 마라. 네?실력이면 지금 바싸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애들이랑 해도 10대3 정도로 이기는 실력이니까 말이야.”
“……”
할 말을 잊은 내게 선배는 음료수 하나를 사들고 와서 건네주었다.
“후후 너 아직 움직임이 둔하구나. 무빙샷도
모르고 말이야.”
“무빙샷이 뭔데요?”
“응?
그럼 너 설마 가속점프도 몰라?”
“???”
선배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설마 3주 가까이 FPS 게임을 한 녀석이 그런 것도 모르고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선배는 결국 그날 내내 피씨방에서 내게 차근차근 기초부터 가르쳐 주었다. 정말 내가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무기를 쏘는 방법도 다 틀렸다.
이를테면 로켓런처를 이용할 때는 상대 앞쪽 바닥이나 벽에 쏴서 스플레시 데미지와 함께 상대를 띄워 공격이 어렵게 만드는 방법이라던가(난 항상 몸에 맞추려고만 했다-_-), 샷건을 쏠 때는 낮은 타점에서 위쪽으로 쏘는 것이 대미지가 크다거나, 레이저건을 쏠 때는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해서 2센티미터쯤 앞쪽에 미리 쏜다는 등등이었다. 또 거리에 따라 무기들의 대미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관총의 경우에도 아무 생각 없이 연달아 마우스 왼쪽 버튼을 지긋이 누르고만 있어서는 총알만 빨리 없어질 뿐, 3점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그래야 총구가 위쪽으로 들리는 경우가 없고 탄착군 형성이 잘 된다는 것이었다.
▶ 근접전의 샷건 |
▶?골목의 예상경로에 수류탄을! |
난 다시 한번 이 형이 왜 군대에 면제가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이런 박학다식한 무기에 대한 이론을 가진 형이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선배에게 했을 때 내게 돌아올 분노의 주먹을 생각해서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선배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귀에 들어왔던 것은 레이저건이었다. 레이저건을 잘 쓰는 사람이 최강의 고수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FPS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미리 남의 행동을 예측해야만 하고 쏘고 난 뒤의 딜레이가 워낙 긴 레이저건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무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배는 내가 레이저건으로 연습을 많이 하길 권했다. 고수의 지름길은 바로 이것부터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레이저 건의 딜레이를 없애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
▶ 레이저의 고수가 진정한 고수? |
“소연이도 요즘 레이저건 실력이 꽤 늘었더라. 그러니까 너도…"
“선배! 난 레이저건이 원래부터 좋았어요!”
내가 비굴해 보여도 할 수 없다. 당신도 선배의 여동생 얼굴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내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 못할 것이다. 정말 무지 이쁘다 ㅜ.ㅜ
여러 가지의 무기 사용법을 새롭게 익히니 난 처음 바싸를 했을 때처럼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FPS 게임에 이런 오묘한 것들이 숨어 있었다니… 무기 탄환을 조절하는 방법도 배웠다. 같은 탄환수를 가진 무기라도 쓰는 것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바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그런 내게 형은 피씨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FPS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각기 다른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은 정말 빠르고 정확했다. 움직이면서 쏘는 샷이 너무나 깔끔했고 그것도 헤드샷이었다. 바싸에서도 헤드샷을 쏘면(난 그야말로 우연히 쏘지만) [헤드샷!] 이라는 굵직한 남자의 중저음이 들리면서 한 방에 상대를 보내 버린다.
하지만 난 도저히 움직이면서 그런 샷을 쏠 자신이 없었다. 물론 선배는 연습을 계속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러고 보니 바싸의 그래픽이나 속도가 매우 정교하고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온라인 FPS와 비교를 해보니 확연한 차이가 난다. 꽤 좋은 게임으로 FPS를 시작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 이것이 가속점프! |
마지막으로 형은 가속점프에 대해 알려 주었다. 형의 움직임이 나보다 2배 이상 빨랐던 것은 가속점프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점프를 할수록 속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팀플을 할 때면 나보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앞서 나가는 것을 보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비결이었을 줄이야…
“이건 아주 쉬워. 우선 W(전진키)를 누른 상태에서 A나D(좌우 진행키)를 스페이스바(점프키)와 함께 누르는 거야. 그러면서 마우스를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는 거지. 그리고 다시 반대쪽으로 움직이면서 그 패턴을 반복하는 거야. 그러면 점점 가속이 붙으면서 상대를 따돌릴 수 있지.”
“……”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다. 다시 선배와 연습게임에 들어갔지만 가속점프는 쉽지 않았다.
“너도 참 둔하구나. 소연이도 쉽게 하던데… 그거 잘 하게 되면 소연이가 클랜장인 클랜에 들게 주선해 줄게.”
“하핫! 꼭 그러지 않아도 되요. 하지만 가속점프… 까짓 거 오늘 내로 완성해 보여 드리죠!”
난 투지가 불타올랐다. 남자는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것이 있을 때 투지가 생기는 법이다. 꼭 가속점프를 익혀서 소연이의 클랜에… +_+
흠흠 아무튼 난 선배의 개인레슨 덕분에 자정이 되어 피씨방을 나올 때쯤이 되자 가속점프를 어느정도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그렇게 점프를 하며 움직이면서 무기를 쏘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다. 움직이는 와중에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면 항상 조준점이 틀어지곤 한다. 가속점프를 열심히 해대면서 내게 헤드샷을 날리는 선배가 괴물처럼 보였다. 선배의 실력은 워낙 뛰어나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할 정도였다.
“와 정말 잘한다! 그런데 저 상대는 디게 못하는 것 같은데?”
“그러게! 어떻게 저렇게 못할 수 있을까”
난 웅성이는 그들의 소리를 못들은 척 한채 열심히 점프와 공격을 반복했다. 그리고 100여판 만에 처음으로 선배를 잡을 수 있었다. 스코어는 7:0이었지만 난 승리에 도취되어 만세를 외쳤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애처로움의 눈빛과 킥킥대는 웃음들… 선배의 소매를 조용히 잡아끌며 피씨방을 나왔다.
▶ 만세... 하지만 7:0 -_- |
이놈들! 1주일만 기다려라! 1주일 뒤면 너희들 코를 납작하게 해줄 주윤발이 되어 돌아오마!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나온 밤거리에서 난 담배를 태워 물었다. 흩어지는 연기사이로 소연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래, 가속점프만 익히게 되면 드디어 소연이를!!
지영이의 바싸 팁! 1. 스나이퍼 건은 거의 쏘는 순간 맞는다. 넓고 숨을 곳이 많은 맵에서는 골목으로 들어가라. 개방된 곳에서는 스나이핑의 제물이 되기 쉽다. 2. 발소리에 주의하라. 바싸에서는 적이 다가올 경우 발소리의 가감이 확실히 다르다. 소리를 잘 듣고 있으면 1대1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
? |
?▶ 스나이퍼는 구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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