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 포 아너, 디비전의 저주 재현하나
2017.02.13 18:24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포 아너'의 오픈 베타기간 동시접속자는 줄곧 10만 전후로 유지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유비소프트의 최신작 ‘포 아너’는 실제 검술에서 영감을 받은 심리전 요소와 세밀한 조작을 핵심묘미로 내세운 온라인 액션게임이다. ‘포 아너’의 묘미는 1:1 대치 상황에서의 멀티플레이 대전에 있다. 유비소프트는 이미 제작단계에서부터 ‘아트 오브 배틀(The Art of Battle)’로 명명된 고유의 전투 시스템을 도입해 전략적인 검술대전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빠른 손놀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수싸움에 기반한 대전액션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포 아너’의 새로운 시도는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 방식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버 안정성 문제로 악명이 자자한 유비소프트였기에 실시간 심리전에 기반한 대전액션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회의도 있었다. 지난 작품인 ‘더 디비전’이 지속적인 서버 문제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포 아너’도 서버 안정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오픈 베타는 2월 14일 정식출시를 앞둔 마지막 베타 테스트였기에 사실상 완성된 게임의 시연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준비를 끝마친 ‘포 아너’는 어땠을까? ‘아트 오브 배틀’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일까? 이번에도 유플레이 서버 문제가 게임을 잡아먹을까?
손기술보다는 눈치싸움, ‘아트 오브 배틀’ 시스템
‘포 아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제이슨 반덴베르그(Jason Vandenberghe)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포 아너’에는 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요술 버튼’이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는 ‘포 이너’가 버튼을 빠르게 누르기만 하는 것보다는, 세밀하고 전략적인 조작을 요구한다는 의미였다. 대신 반덴베르그는 실제 독일 검술에서 영감을 얻은 전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것이 바로 ‘포 아너’가 핵심적 묘미로 내세운 ‘아트 오브 배틀’이다.
‘아트 오브 배틀’은 간단히 말하면 상, 좌, 우 세 개 측면으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아트 오브 배틀’ 인터페이스를 통해 플레이어는 상대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고, 어느 방향에서 언제 공격해올 것인지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 무작정 하는 공격은 쉽게 차단될 뿐만 아니라 스태미나를 소진시켜서, 결과적으로는 공격자를 반격에 취약하게 만든다. 즉 서로를 확인해가며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
▲ 상대 캐릭터에 표시된 화살표로 자세와 공격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 ‘아트 오브 배틀’의 특성상, ‘포 아너’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방어를 기초로 한 수싸움이 된다. ‘포 아너’의 실제 조작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상대방이 공격하는 방향과 타이밍이 게임 내에 표시되기 때문에, 실제 방어는 리듬 게임과 유사한 느낌으로 이루어진다. 캐릭터들의 공격도 전반적으로 동작이 크고 묵직해서 반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므로 그렇게 빠른 손기술은 요구되지 않는다.
대신 ‘아트 오브 배틀’은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방향 표시기가 상대의 공격 방향과 타이밍을 보여주기는 한다. 하지만 공격 방향은 수시로 바꿀 수 있을뿐더러 페인트 동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시도 집중을 풀 수가 없다. 이러한 대치상태의 집중에서 오는 몰입과 긴장감이 바로 ‘아트 오브 배틀’이 주는 심리전의 묘미다.
게임 내 환경요소들도 이용자들 사이에 치열한 수싸움을 하도록 유도한다. 맵 곳곳에 존재하는 외나무다리, 절벽, 유황천 등을 이용하면 상대를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적을 적절한 위치로 유인하거나 몰고 가는 눈치싸움이 필요하다. 반대로 상대 수를 못 읽으면 아차 하는 순간 절벽에서 떠밀리거나 유황천에 빠지면서 허무하게 게임이 끝난다. 실제 오픈 베타 중에도 환경요소를 이용해 적을 한 번에 끝내버리는 플레이가 자주 보였다. 특히 바이킹 진영의 레이더들은 돌진기로 좁은 길목에 있는 적을 들이받아 낙사시키는 것을 주요 승리전략으로 삼기도 했다.
▲ 적을 외나무다리로 유인해 떠밀면 한 번에 즉사시킬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번 오픈 베타에서 확인된 ‘아트 오브 배틀’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아트 오브 배틀’ 덕분에 ‘포 아너’는 조작 난이도에 따른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그러면서도 상대 수를 간파하고 정확한 순간에 반격 콤보를 넣는 뿌듯함이나, 주변 환경요소를 이용한 일발역전의 쾌감은 분명 큰 재미를 준다. 다만 적과의 대치상황이 길어지면 집중해야 하는 시간도 자연히 길어지는 탓에 정신적 피로는 생각보다 컸다. 이는 손기술과 다른 측면에서 ‘포 아너’를 가볍지 않은 게임으로 만드는 요소였다. ‘포 아너’의 ‘아트 오브 배틀’은 분명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스템이지만, 호불호는 크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진영특색 살린 독특하고 다양한 클래스들
백병전을 핵심재미로 내세운 만큼 ‘포 아너’에는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개성 넘치는 클래스들이 등장한다. 이번 오픈 베타에서는 9개 클래스만 공개됐지만 정식발매버전에서는 총 12개가 공개될 예정이다. 각 클래스들은 소속진영의 느낌을 잘 살린 특성과 기술들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모든 클래스는 돌격병(Vanguard), 중갑병(Heavy), 암살병(Assassin), 하이브리드(Hybrid) 네 가지 역할 중 하나에 속하며, 자신이 속한 역할에 따라서 특성이 나뉜다. 예를 들어서 나이트 진영의 컨쿼러와 바이킹 진영의 워로드는 둘 다 중갑병 역할에 속하며, 빠른 공세가 힘든 대신 우수한 방어기술과 반격기술들을 지닌다. 그렇다고 같은 역할에 속한 클래스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역할에 따라 전반적 성향이 공유된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모두 다른 특성과 기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역할과 진영에 따라서 클래스들 사이에는 물고 물리는 미묘한 상성관계가 존재한다. ‘포 아너’는 ‘아트 오브 배틀’ 시스템과 더불어 이러한 클래스간 상성관계가 전략적 판단근거로 활용되게 했다. 실제로 오픈 베타기간 동안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피스키퍼로 노부시 상대하는 법” 등 특정한 클래스로 다른 클래스에 대처하는 공략이나, 콤보 연계기, 클래스에 따라 환경요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이 자주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는 ‘포 아너’의 클래스 상성에 따른 전략구상의 재미가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 노부시는 초기에 긴 사거리와 출혈로 사기 소리를 들었지만, 곧 대응방법들이 하나씩 고안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밸런스에 대한 불만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해량이나 스태미나 소진치 등 수치적인 부분에 대한 불만이었다. 클래스마다 존재하는 기술 종류나 콘셉트은 클래스 정체성 및 진영의 특색을 잘 살리고 있었다. 실제로 초보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성능으로 소문이 자자한 오로치와 노부시도 상위 티어로 올라가면 파훼방법이 고안되어 무난하게 상대할 수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차후 밸런스 조정 패치를 통해 보다 클래스간 상성이 보다 안정적으로 정립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셈이다.
4:4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한 P2P 매치 방식
‘포 아너’는 총 다섯 개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하며, 이번 오픈 베타에서는 그 중 네 개의 멀티플레이 모드만 공개됐다. 네 개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1:1의 결투(Duel), 2:2의 난투(Brawl), 그리고 4:4의 정복전(Dominion)과 전멸전(Elimination)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마지막 모드는 전멸전과 같은 데스매치 방식의 백병전(Skirmish)이다.
▲ 정복전은 유비소프트가 중심모드로 소개한 핵심 콘텐트였지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 중 문제는 정복전과 전멸전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복전은 유비소프트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포 아너’의 중심모드(centerpiece)로 소개한 모드이기도 하다. 정복전은 결투나 난투와 크게 다른 AoS 방식의 거점 쟁탈전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호오가 갈리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접속문제였다. 오픈 베타기간 동안 정복전에서는 수시로 접속자가 튕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단 들어갔다 하면 8명의 플레이어 중 못해도 2~3명은 튕긴 상태로 시작했고, 아예 게임 자체가 터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유플레이 서버의 전반적인 접속오류는 2월 11일 오후의 서버점검을 통해 어느 정도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정복전은 끝까지 간헐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전멸전도 정복전보다는 나았지만 마찬가지의 접속오류가 발생했다.
▲ 플레이 내내 튕김 등 접속오류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세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끊임없이 막고 반격해야 하는 ‘아트 오브 배틀’ 시스템의 특성상 ‘포 아너’에서는 잠시의 끊김도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주요모드인 4:4가 이러한 접속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다. 지금 오픈 베타가 사실상 완성된 게임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는 공개된 5개 모드 중 3개를 제대로 플레이 할 수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상 게임 컨텐츠 중 절반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특히나 유비소프트의 지난 작품인 ‘더 디비전’의 전례를 고려하면 정식발매에서도 큰 개선점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남는다.
서버만 어떻게 되면 명작일 텐데..
‘아트 오브 배틀’로 완성된 ‘포 아너’의 대전액션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특히나 중세 백병전의 둔중한 동작과 맞물린 미묘한 심리전, 피격 타이밍을 리듬게임적 요소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 게임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한 점 등은 ‘포 아너’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그러나 유플레이로 서비스되는 게임답게, 이번에도 접속오류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포 아너’가 순간적인 대응에서 오는 긴장을 묘미로 삼은 점은 접속오류 문제를 한층 심하게 작용하게 했다. 만약 이번에도 ‘더 디비전’ 때와 마찬가지로 서버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포 아너’도 준수한 게임성을 갖추고도 실망스러운 성적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 '포 아너'는 접속오류 문제를 딛고 흥행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