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나왔다면 인생게임 각? 아쉬움 남는 취소작 TOP5
2017.03.23 09:41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간이 쏜 살 같다더니 올해도 어느덧 4분의 1이 흘러갔습니다. 신년벽두에 굳게 다짐했던 체중 감량과 영어 공부는 시작도 못했는데 말이죠. 독자 여러분도 일이 좀처럼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사정은 게임사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업데이트나 출시 일정이 미뤄지거나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가 아예 엎어지기도 합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기대작이 취소됐을 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출시해봐야 답이 없을 것 같아 폐기하는 경우야 그러려니 하지만, 분명 성공할만한 잠재력을 지녔는데 외부 사정으로 완성되지 못하면 아쉬움이 배가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대로 나왔다면 시장의 판도를 한바탕 뒤흔들었을, 굵직한 취소작 TOP5를 선정했습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기대작이 취소됐을 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출시해봐야 답이 없을 것 같아 폐기하는 경우야 그러려니 하지만, 분명 성공할만한 잠재력을 지녔는데 외부 사정으로 완성되지 못하면 아쉬움이 배가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대로 나왔다면 시장의 판도를 한바탕 뒤흔들었을, 굵직한 취소작 TOP5를 선정했습니다.
5위 스케일바운드, 충직한 드래곤 파트너에 대한 로망
▲ 충직한 드래곤 파트너에 대한 로망 '스케일바운드' (영상출처: 유튜브 IGN)
만약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를 좋아한다면 ‘스케일바운드’가 인생게임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마치 ‘드래곤 길들이기’ 입을 벌려놓고 근육강화제 한 통을 들이부은 듯한 강렬한 콘셉이었죠. 액션명가 플래티넘 게임즈가 Xbox를 위해 만들던 독점작으로, 게이머와 집채만한 드래곤이 연계하여 전투를 벌이는 액션게임입니다.
‘스케일바운드’는 2014년 E3에서 첫 공개될 당시에 이미 플레이 영상이 풀릴 만큼 완성돼있었어요. 마검사 캐릭터로 적진을 휘저으며 파트너인 드래곤에게 공격 목표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외에도 대형 몬스터에 올라서 특정 부위를 절단하거나, 최대 3인까지 친구를 소환해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습니다.
▲ MS의 사업적 판단에 따라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나만을 위한 충직한 드래곤이라니 이야말로 뭇 게이머의 로망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케일바운드’는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당초 예정한 2016년 발매가 불발된데다, 올해 초에는 아예 개발 중단됐거든요. 이에 대하여 MS는 사업적 결정이라는 것 외엔 말을 아꼈습니다만, 가뜩이나 독점작이 미진한 Xbox에 뼈아픈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4위 스타워즈 1313, 성인 취향의 밀도 높은 SF 활극
▲ 성인 취향의 밀도 높은 SF 활극 '스타워즈 1313'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다양한 종족과 집단, 위압감 넘치는 은하제국과 광선검 하나로 이에 맞서는 제다이까지… SF 영화 ‘스타워즈’는 그야말로 현대의 신화라 할만합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인기덕분에 게임화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고, 그 가운데는 ‘구 공화국의 기사단’, ‘리퍼블릭 코만도’, ‘배틀프론트’ 등 명작도 적잖습니다.
2012년 공개된 ‘스타워즈 1313’은 루카스아츠가 추진하던 ‘스타워즈’ 게임화의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였습니다. 제다이와 제국군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암흑가를 전전하는 현상금 사냥꾼을 전면에 내세웠죠. 그런 만큼 성인 취향의 무거운 분위기와 밀도 높은 드라마, 상당히 과격한 액션이 한데 어우러질 전망이었습니다.
▲ 디즈니가 루카스아츠를 폐쇄하며 허무하게 사라졌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당시 공개된 영상과 원화는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에요. 루카스아츠는 이걸 들고 E3와 게임스컴까지 나갔습니다. 당연히 누구나 게임이 나올 줄로만 알았는데, 황당하게도 2013년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및 관련사를 전부 사들일 때 루카스아츠를 폐쇄시켜버렸죠. 그렇게 30년을 이어온 게임사와 함께 ‘스타워즈 1313’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답니다.
3위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암살과 첩보에 주목한 TPS
▲ 암살과 첩보에 주목한 TPS '고스트' (영상출처: 유튜브 StarCraft 2 Brasil)
예나 지금이나 서구권 게임시장의 주류는 FPS/TPS입니다. 수많은 게임사가 독자적인 슈터 라인업을 구축하려 갖은 애를 쓰곤 하죠. 이러한 바람은 2000년대 초 ‘디아블로 2’와 ‘스타크래프트’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블리자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콘솔 진출에 대한 오랜 꿈까지 더해지며 이윽고 ‘스타크래프트 고스트’가 탄생했죠.
제목에서 보듯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을 바탕으로, 미모의 유령요원 ‘노바’가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었습니다. 액션이 주가 되는 여느 TPS와 달리 은밀한 암살과 첩보 플레이에 신경을 썼죠. 아마도 완성됐다면 ‘메탈기어 솔리드’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해병대나 화염방사병 등 다른 병종은 멀티플레이에 등장시키려 했답니다.
▲ 그나마 '스타크래프트 2'에서 빛을 본 '노바'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슈터 개발 경험이 전혀 없던 블리자드가 이만한 기획을 소화하기란 불가능했죠. 본래 6세대 콘솔로 발표됐으나, 출시가 지연되는 사이 다음 세대기가 나와버리는 등 난항이었습니다. 마침내 두 손을 든 블리자드는 관련 설정만 남겨두고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폐기했어요. 여기서 좌절된 슈터 라인업 구축과 콘솔 진출은 훗날 ‘오버워치’가 이루어냅니다.
2위 사일런트 힐즈, 천천히 숨통을 조이는 서바이벌 호러
▲ 천천히 숨통을 조이는 서바이벌 호러 '사일런트 힐즈' (영상출처: 유튜브 GameSpot)
한때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서바이벌 호러의 쌍두마차로 꼽히던 ‘사일런트 힐’ 시리즈. 특유의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와 오컬트적 요소야말로 액션이 강조된 ‘바이오하자드’와 구분되는 개성이자 강점이었죠. 다만 핵심 개발진이 이탈한 4편부터는 평가가 곤두박질친데다, 모체인 코나미가 게임 개발에 흥미를 잃어버려 존속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메탈기어’의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가 ‘사일런트 힐’ 부활의 기치를 내걸었어요. ‘판의 미로’와 ‘헬보이’를 감독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와 기괴만화의 정점 이토 준지, ‘워킹 데드’에서 연기력을 뽐낸 노먼 리더스까지 초호화 사단을 이끌고 말이죠. 신작 제목은 숫자를 붙이는 대신 담백하게 ‘사일런트 힐즈’로 정했습니다.
▲ 코나미는 코지마의 프로젝트를 남겨두지 않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들은 실제 게임에 앞서 우선 P.T(Playable Teaser)라는 데모를 공개했는데, 대놓고 겁을 주진 않으면서도 숨이 턱- 막히는 섬찟한 연출로 큰 화제를 모았죠. 아마 역사상 가장 주목 받은 데모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이런 성과도 코나미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는지, 2015년 코지마 프로덕션을 해체하며 ‘사일런트 힐즈’도 그대로 어둠 속에 묻어버렸습니다.
1위 마비노기 2 아레나, e스포츠 감성 담긴 MMORPG
▲ e스포츠 감성 담긴 MMORPG '마비노기 영웅전'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국산 RPG를 즐겨 하는 게이머라면 마음 한 켠에 ‘마비노기’의 추억이 남아있을 겁니다. 이른바 ‘판타지 라이프’를 모토로 밝고 친근한 분위기와 높은 자유도가 이채로운 작품이죠. 2004년 론칭 시점만해도 선형적인 게임이 대부분이었던 국내 시장에 ‘마비노기’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모로 오늘날 개발명가 넥슨을 있게 한 기념비적 작품이에요.
물론 모든 게임이 그렇듯 ‘마비노기’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서비스가 길어지며 콘텐츠는 낙후되고 유저간 양극화 등 각종 병폐까지 터져 나옵니다. 이쯤 되면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되죠. 이렇다 보니 2010년 모습을 드러낸 ‘마비노기 2 아레나’에 기대감이 증폭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 끝내 손을 맞잡지 않은 두 게임사처럼 게임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무엇보다 ‘마비노기 2 아레나’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첫 합작품이었어요. 게임업계 두 거두의 노하우를 녹여낸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독특한 설정, 그리고 e스포츠를 염두에 둔 게임성까지. 도저히 망칠래야 망칠 수 없는 그림이었는데, 아쉽게도 몇 년 후 양사가 결별을 선언하며, 어쩌면 전설이 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도 그대로 흐지부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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