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4리그 제작진의 콘솔 액션 '키도'가 커피 한 잔 가격인 이유
2017.05.18 10:23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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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수), 넥스트플로어 ‘키도: 라이드 온 타임’이 정식 발매됐다. 이 황량한 콘솔 볼모지에서 보기 드문 국산 PS4 게임으로, 쌍도끼가 인상적인 여주인공 ‘키도’를 앞세운 시원스러운 액션물이다. 사이브뷰로 전개되는 횡스크롤 게임플레이와 간단명료한 배경설정, 단순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액션이 어릴 적 오락실에서 즐기던 ‘파이널 파이트’를 연상케 한다.
‘키도’는 최근 의욕적으로 콘솔 시장 진출을 꾀하는 넥스트플로어가 처음으로 내놓은 결과물이다. 일종의 사내벤처인 지하연구소 소속 비피더스팀이 1년여간 동거동락하며 만들었다. 팀원은 불과 여섯뿐이지만 과거 액션성이 도드라진 온라인 PvP게임 ‘S4리그’를 개발한 정예 중의 정예다. 원화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파나마맨이 맡아 때깔을 한껏 살려줬다.
‘키도’는 최근 의욕적으로 콘솔 시장 진출을 꾀하는 넥스트플로어가 처음으로 내놓은 결과물이다. 일종의 사내벤처인 지하연구소 소속 비피더스팀이 1년여간 동거동락하며 만들었다. 팀원은 불과 여섯뿐이지만 과거 액션성이 도드라진 온라인 PvP게임 ‘S4리그’를 개발한 정예 중의 정예다. 원화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파나마맨이 맡아 때깔을 한껏 살려줬다.
▲ 볼모지에 등장한 토종 PS4 액션게임 '키도: 라이드 온 타임'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기자가 비피더스팀을 처음 만난 것은 딱 지난해 이즈음 열린 PS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다. 그때만해도 곧장 게임이 출시될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1년이 더 지나서야 나왔다. 그것도 5,000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 그간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키도’ 출시를 며칠 앞둔 시점에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겪어보는 ‘빡센’ 콘솔 QA… 피와 살이 되는 경험
“개발 자체는 지난해 5월경 마무리됐는데, 콘솔 QA(Quality Assurance, 품질관리)를 처음 겪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새로운 영역을 배우며 개발하다 보니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제와 살펴보면 아쉬운 점도 참 많아요. ‘키도’의 가격은 5,000원! 커피 한 잔 마실 금액이니 많은 분들이 즐겨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개발 자체는 지난해 5월경 마무리됐는데, 콘솔 QA(Quality Assurance, 품질관리)를 처음 겪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새로운 영역을 배우며 개발하다 보니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제와 살펴보면 아쉬운 점도 참 많아요. ‘키도’의 가격은 5,000원! 커피 한 잔 마실 금액이니 많은 분들이 즐겨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좌측부터 넥스트플로어 이주성, 이용진, 김동균 개발자와 사업실 김석주 팀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비피더스팀 이용진 디렉터는 우선 출시가 늦어진 사연으로 운을 띄웠다. 특출한 결격사유만 없다면 마켓 등록이 수월한 모바일게임과 달리, 콘솔은 각 플랫폼 홀더가 철저한 QA를 진행한다. 넥스트플로어로선 처음 겪는 절차인지라 부랴부랴 준비물을 마련하고 소니측 요구에 따라 빌드를 다듬는 데만 꼬박 반년이 넘게 소요됐다.
거기다 근래 몇 개월은 PS VR과 PS4 프로가 출시되는 등 PS의 격동기였고, 비피더스팀은 ‘키도’와 무관한 이슈임에도 계속된 펌웨어 업데이트에 맞춰 빌드를 수정해야 했다. 개발 단계에선 미처 예상치 못한 난항.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계속해서 콘솔 게임을 내놓을 넥스트플로어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값진 경험이었다.
▲ 게임이 완성된 상태에서 QA 때문에 거의 1년간 계류했다고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가격 과감히 내려놓았다, 콘솔 시장을 향한 당찬 출사표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다,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게임이 5,000원이 됐을까? 사실 창작자 스스로 ‘내 콘텐츠는 얼마짜리다’라고 냉정히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키도’는 8개 챕터로 이루어진 10시간 이상 분량의 액션게임이다. 이보다 훨씬 짧고 조잡한 게임도 대부분 PS스토어에 만 원 언저리 가격대로 올라와있는 실정이다.
“첫 콘솔 출시작이니만큼 ‘넥스트플로어가 이런 사업도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과감히 값을 내려놓았습니다. 콘솔은 완성도에 따라 가격이 갈리므로 되려 저질이라는 선입견을 주진 않을까 걱정이 없진 않습니다만, 반대로 ‘키도’가 5,000원 이상의 가치를 한다면 그만큼 입소문을 통한 반향도 커지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다,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게임이 5,000원이 됐을까? 사실 창작자 스스로 ‘내 콘텐츠는 얼마짜리다’라고 냉정히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키도’는 8개 챕터로 이루어진 10시간 이상 분량의 액션게임이다. 이보다 훨씬 짧고 조잡한 게임도 대부분 PS스토어에 만 원 언저리 가격대로 올라와있는 실정이다.
“첫 콘솔 출시작이니만큼 ‘넥스트플로어가 이런 사업도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과감히 값을 내려놓았습니다. 콘솔은 완성도에 따라 가격이 갈리므로 되려 저질이라는 선입견을 주진 않을까 걱정이 없진 않습니다만, 반대로 ‘키도’가 5,000원 이상의 가치를 한다면 그만큼 입소문을 통한 반향도 커지리라 봅니다”
▲ 확연이 저렴한 가격은 콘솔 게이머에게 보내는 러브콜인 셈이다 (사진출처: PSN)
이를테면 ‘키도’는 콘솔 시장을 향한 당찬 출사표인 셈이다. 넥스트플로어는 앞으로 ‘회색도시’ 진승호 디렉터의 신작 ‘베리드 어 라이브’와 전설적인 ‘창세기전 2’ 리메이크작을 콘솔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실험작 성격이 강한 ‘키도’를 저렴하게 선보이며 노하우를 쌓고, 유저들에게 얼굴 도장 한번 제대로 찍겠다는 각오.
콘솔 액션 개발은 계속된다, 내년 ‘키도’ 후속작 선보일 예정
인터뷰 도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비피더스팀이 넥스트플로어 산하 정규 개발팀으로 승격됐다는 것. 지하연구소는 일정 기간 동안 상업성과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지만, 대신 마케팅과 같은 본격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결과물도 하나같이 실험작에 가깝다 보니 팀이 존속하며 각 잡고 후속작을 만든 바도 전혀 없다.
인터뷰 도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비피더스팀이 넥스트플로어 산하 정규 개발팀으로 승격됐다는 것. 지하연구소는 일정 기간 동안 상업성과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지만, 대신 마케팅과 같은 본격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결과물도 하나같이 실험작에 가깝다 보니 팀이 존속하며 각 잡고 후속작을 만든 바도 전혀 없다.
▲ 아이디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지하연구소 작품들 (사진출처: 각 앱마켓)
사실 지하연구소 출신 ‘키도’가 이만치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굉장한 운이 따라줬다. 본래 모바일게임으로 기획하던 것을 우연찮게 PS4 개발키트를 입수해 콘솔로 전향했고, 마침 한국 자체 개발작을 찾던 소니의 눈에 들어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이제는 비피더스팀이 쌓아온 내공을 인정받아 어엿한 콘솔 게임 개발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본래 ‘키도’ DLC라도 만들까 싶었는데, 정규 개발팀이 되며 후속작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전체적인 뼈대는 계승하되 모든 면에서 발전된 액션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엔진은 마찬가지로 유니티로 개발하며 2018년 말 출시가 목표지만 그때 가서 회사와 조율해봐야겠죠. 마음은 여전히 지하에 있단 심정으로 필사적으로 개발에 임하겠습니다”
▲ 앞으로도 비피더스팀은 콘솔 액션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국내 콘솔 게임은 이제 출발선, 질타보다는 응원을 부탁하며
일전에 비피더스팀은 ‘앞으로 콘솔 개발 사례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며 독려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이후 조금씩 콘솔로 눈을 돌리는 게임사가 늘어났으며, 새로운 도전이란 맥락에서 보면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불타는 도전정신이 시장을 풍요롭게 하고 업계에 새로운 동력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콘솔 게임 개발은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해외 대작에는 수백 명씩 투입되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외산 게임은 대부분 이런 AAA급 작품이라 유저들의 기대치도 여기에 맞춰져 있죠. 따라서 당장의 결과물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형 게임과는 거리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출발선에 섰으니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일전에 비피더스팀은 ‘앞으로 콘솔 개발 사례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며 독려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이후 조금씩 콘솔로 눈을 돌리는 게임사가 늘어났으며, 새로운 도전이란 맥락에서 보면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불타는 도전정신이 시장을 풍요롭게 하고 업계에 새로운 동력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콘솔 게임 개발은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해외 대작에는 수백 명씩 투입되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외산 게임은 대부분 이런 AAA급 작품이라 유저들의 기대치도 여기에 맞춰져 있죠. 따라서 당장의 결과물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형 게임과는 거리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출발선에 섰으니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부탁합니다”
▲ 비피더스팀이 '키도' 후속작에선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솔직히 ‘키도’가 덮어놓고 여느 콘솔 대작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까? 글쎄, 아마 어려울 터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5,000원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 준수한 액션게임이기도 하다. 신토불이니 토종이니 하며 국산이라고 억지로 사줄 의리는 없더라도 이만하면 충분히 권할만한 조건 아닌가. 비디퍼스팀과 넥스트플로어의 과감한 시도가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