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메카] 2017년 5월 1일, 불현듯 떠오른 명작 '에버17'
2017.05.19 20:14게임메카 icoul
지난 2017년 5월 1일은 미소녀게임 팬들에게 매우 각별한 날이었습니다. 미소녀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명작 ‘에버17(Ever17 –the out of infinity-)’의 이야기가 시작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이 날을 기념하여, 그 동안 모아둔 ‘에버17’의 게임 이미지와 축하 메시지를 SNS와 블로그에 올리며 잠시 게임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 여파로 일본 트위터에서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축하 대열에 ‘에버17’을 개발한 디렉터, 시나리오 라이터도 동참했죠. 이들은 미처 들려주지 못한 게임 제작 비화와 본인의 생각을 공유하며, 많은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출시 후 15년이 흘렀지만, ‘에버17’이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소녀메카’에서는 오랜만에 온라인 상에서 미소녀게임 팬들에게 축제의 장을 열어준 ‘에버17’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에버17' 타이틀 화면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라이덴’도 만들어본, 다양성을 갖춘 게임 개발사 ‘KID’
‘에버17’을 개발한 ‘KID’는 1987년에 설립된 일본의 게임 개발사입니다. 미소녀게임이 아니라 '게임' 개발사라고 지칭한 이유는 KID가 미소녀게임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부분 대기업 하청 작업이었죠. 그 중에는 무려 FM-TOWNS용으로 슈팅게임 ‘라이덴 전설’도 있습니다.
▲ '펩시맨' 역시 잘 알려진 KID의 작품 중 하나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이처럼 지원 스튜디오처럼 활동하던 KID가 미소녀게임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 입니다. 당시 출시한 ‘메모리즈 오프(Memories Off)’에 이어 그 이듬해인 2000년에 나온 ‘인피니티(Infinity)’까지 차례로 성공을 거두며 주목할만한 미소녀게임 개발사로 떠올랐습니다. 고교생의 달달한 연애 스토리를 다룬 ‘메모리즈 오프’와 서스펜스 계열의 시나리오를 선보인 ‘인피니티’는 방향이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KID는 두 작품을 각각 시리즈화하여, 꾸준히 이어가기로 결심하죠.
그렇게 두 작품의 후속작 ‘메모리즈 오프 세컨드(Memories Off 2nd)’와 ‘네버7(Never7 -the end of infinity-)’이 출시됩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메모리즈 오프 세컨드’는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반대로 ‘네버7’은 미소녀게임 팬들 사이에서 별다른 반응을 불러모으지 못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맙니다.
▲ '인피니티'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은 아쉽게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하지만, KID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2002년에 세 번째 작품 ‘에버17’로 다시금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인피니티’ 시리즈와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라진 ‘에버17’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모으면서, KID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수심 100m 밑의 위기에도, 사랑은 꽃 피는가... ‘에버17’
‘에버17’은 수심 100m에 위치한 해양 테마파크 ‘LeMU’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때는 2017년 5월 1일, 테마파크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밖으로 향하는 통로가 모두 막혀 남녀 6명이 갇히고 말죠.
시설이 완전히 붕괴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약 1주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서지고 침수 구역이 늘어나는 ‘LeMU’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되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위협을 무릅쓰기도 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일부러 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 바다에서 제일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량... '생선' (사진출처: 필자 촬영)
▲ 갇혀있는 상황이다 보니, 동료 간의 불화도...(사진출처: 필자 촬영)
미소녀게임계에서 흔치 않은 재난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에버17’의 백미는 바로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 추리 파트입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동료들이 모두 석연찮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주인공이 갇힌 시설 자체에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이 곳곳에 있죠.
그리고 이러한 의문점은 플레이에 색다른 재미를 더합니다. 진행 중에 수집한 단서로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편입니다. 덕분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재난물이나 연애물보다는 오히려 추리물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더 주목할 점은 이러한 추리의 재미를 시나리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믹과 연출을 동원해 보는 맛을 더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모든 단서가 모였을 때, 게임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진실은 '에버17'을 KID 역사상 최고의 작품에 올릴 정도로 손색 없을 정도죠.
▲ 동료마다 각자 어두운 비밀을 숨기고 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야말로, 게임의 백미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시나리오 최고의 조력자는 ‘일러스트’와 ‘음악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를 앞세운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에 적절하게 가미된 ‘일러스트’와 ‘음악’은 게임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습니다. 실제로 ‘에버17’은 2002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일러스트 품질이 훌륭한 편이라 최근 발매된 게임과 견줘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죠.
여기에 다른 미소녀게임들과는 다르게 ‘에버17’은 게임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받쳐주기 위해 흔치 않은 연출을 더했습니다. 바로 캐릭터가 서 있는 모습을 그린 스탠딩 CG의 ‘시선 처리’입니다. 단순히 표정과 자세가 바뀌는데 그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캐릭터 시선이 달라지도록 만들어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 장면을 연출해냈습니다.
▲ 실제로, 캐릭터 시선이 말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사실 미소녀게임 자체에서 ‘시선 처리’가 그리 거창한 연출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다른 개발사들이 이를 선뜻 시도할 수 없는 이유는 시선 처리가 다양해질수록 게임에 동원되는 이미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의 시선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림을 그러넣어야 하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증가하죠. 하지만, ‘에버17’은 ‘메모리즈 오프’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재정적인 여유를 확보한 KID가 만들었기에 비교적 여유 있는 환경에서 필요한 일러스트를 촘촘하게 채워 넣을 수 있었죠.
또 다른 조력자는 바로 음악입니다. ‘에버17’에는 게임만큼이나 유명한 배경음악 ‘카르마(Karma)’가 있습니다. 실제로 ‘카르마’는 미소녀 게임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슬픈 배경음악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에버17’의 타이틀 화면, 각종 엔딩, 주요 이벤트 등에 사용되어 게임을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잡았죠.
▲ 적절한 배경음악이, 게임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준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지금도 수많은 팬들이 게임 내 명대사 “아르키메데스의 법칙, 알아?”와 함께 ‘카르마’를 들으면 절로 눈물을 쏟을 정도로 ‘에버17’을 언급할 때 이 음악은 결코 빠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오죽하면 모든 음악이 교체된 리메이크 때에도 '카르마'만은 새로운 버전으로 꼭 넣었을 정도죠.
▲ 시나리오, 이미지, 노래... 그야말로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명품 미소녀게임,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큰 성공을 거둔 ‘에버17’은 이후 다양한 플랫폼으로 후속작이 발매되었고 소설화까지 진행됐습니다. 다만, 원작 느낌을 고스란히 옮겨내지 못해 모두 혹평을 받고 말았죠. 미소녀게임 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에는 개발사 KID가 도산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KID는 게임 개발사 사이버프론트에 인수됐죠. 그 과정에서 기존의 핵심 개발진은 회사를 나와 ‘슈타인즈 게이트’와 ‘카오스 헤드’ 등으로 유명한 5pb로 이주하게 됩니다.
후속작도 참패를 면치 못하고, 핵심 개발진도 사라졌으나 ‘에버17’을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2011년에는 5pb와 사이버프론트가 공동 작업으로 ‘에버17’의 정식 리메이크작을 Xbox360으로 발매했습니다. 원화를 모두 새로 그리고, 오프닝 곡을 포함해 대부분의 배경음악을 새로 녹음하는 등 나름 공을 들였으나 게임은 아쉽게도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실패한 리메이크작...(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캐릭터를 무려 3D로 담아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그렇게 추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에버17’은 2017년 5월 1일에 간만에 화제에 올랐습니다. 게임 속 이야기가 시작된 날에 열린 짧은 축제는 '에버17'이라는 명작의 추억을 공유하고, 이후 참패를 면치 못한 리메이크와 후속작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표출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행히 원작의 감독이었던 ‘나카자와 타쿠미’가 현재 ‘에버17’에 대해 무언가 진행 중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이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팬들의 바람대로 새로운 ‘에버17’을 볼 수 있을까요? 이번만큼은 개발진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의 ‘미소녀메카’를 마칩니다.
▲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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