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세상만물로 캐릭터 만든다 '데스티니 차일드'
2017.09.28 19:04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스토리부터 캐릭터 수집을 주제로 한 '데스티니 차일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옛날 전설이나 동화를 보면 가끔 특이한 사물에서 태어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 속 아테나는 주신 제우스의 머릿속에서 태어났고, 북유럽 신화의 크바시르는 신들이 뱉어낸 침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일부 비범한 존재들은 그 탄생부터 기묘한 일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처럼 특이한 탄생비화의 캐릭터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넥스트플로어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데스티니 차일드'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눈여겨볼 점은 그 수많은 캐릭터가 설정상 주인공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으로, 그 중 일부는 순록, 고양이, 친칠라 같은 동물이나, 나사나 털 뭉치 같은 사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의 세상만물에서 캐릭터를 쥐어짜내는 수준이다.
욕망에서 만들어내는 캐릭터, '차일드'를 양산하는 이야기
▲ 게임의 핵심인 '차일드'들은 무언가의 욕망으로부터 태어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데스티니 차일드'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악마들이 하수인 '차일드'를 이용해 벌이는 대리전을 다루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진지하거나 심각하지는 않고, 다소 가볍고 엽기적이다.
어느 날 지옥의 왕 '르시페로'는 은퇴를 선언한다. 왕좌가 공석이 됨에 따라 악마들은 후계자를 선출하기 위해 전통에 따라 '마왕쟁탈전'을 시작하고, 마왕의 핏줄을 이은 모든 악마는 중립지대 인간계에서 단 한 명의 승자를 가리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싸움에서 최종승자로 남은 악마가 새로운 마왕으로 선출되는 것이다. 또한 마왕의 피를 잇지 못한 하급악마들은 파벌을 나누고 각 마왕 후보자를 지원하는 서포터가 된다.
그런데 악마들이 싸움을 벌이는 방법이 조금 독특하다. 물론 악마 본인이 직접 싸울 수도 있지만, 이들이 싸우는 기본적인 방식은 하수인 '차일드'를 양산해 대신 싸움을 시키는 것이다.
▲ 도망친 새끼사자를 키우고 싶었던 소녀(좌), 소녀의 욕망에서 태어난 '차일드(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차일드'는 영혼을 지닌 존재의 욕망에서 태어나는 사역마다. 각 '차일드'는 자신이 비롯된 감정에 따른 특징과 힘을 지니며, 특별히 강한 욕망에서는 강한 '차일드'가 태어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악마는 서로 싸우기에 앞서 뒤틀린 욕망의 소유자들을 찾아 '차일드' 군대를 만들고자 한다. '마왕쟁탈전'에 보결후보로 참가한 악마인 주인공도 이러한 이유로 '차일드'로 만들 영혼을 찾아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과정에서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차일드'의 외모와 힘은 모체가 된 욕망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서 거대한 스피커 모습의 '차일드'인 '노이즈'는 층간소음에 더 큰 소음으로 복수하겠다는 한 여성의 복수심에서 태어났다. 그렇기에 생김새도 온갖 종류의 소음을 방출하는 스피커와 마이크와 뒤틀린 모습이며, 공격 또한 소음을 발사해 적을 방해하는 방식이다. 그런가 하면 남성에게 사랑 받길 원한 여성의 욕망에서 태어난 '차일드'인 '나이아스'는 남자를 유혹하는 힘을 지닌 물귀신이다.
게임 스토리는 주인공이 '차일드'를 만들기 위해 인간들과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자기 힘으로 욕망을 이루지 못하는 인간을 도와주는 대가로 그 영혼의 일부를 받아서 '차일드'를 만드는 식이다. 예를 들어 경찰인 아버지가 범죄자에게 살해돼 복수심을 품었지만 실제로 범인을 잡으러 나설 용기는 없는 여자아이는, 주인공과 계약해 용기를 얻는 대신 자기 영혼 일부를 제공하여 '차일드'를 만들어낸다. '마프데트'는 소녀가 원했던 강한 마음과 용기를 지닌 전사 '차일드'다.
'데스티니 차일드' 세계관 주된 재미는 이처럼 욕망에서 비롯된 여러 캐릭터를 감상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데 있다.
나사, 심벌즈, 털 뭉치에도 욕망이 있다? 다양한 출신의 '차일드'들
▲ 순록의 욕망에서 태어난 '차일드', '레드노즈'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대부분의 '차일드'는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사실 '차일드'의 모체는 영혼이 있기만 하면 인간이 아니어도 상관 없고, 그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다. 순록, 고양이, 친칠라 같은 동물은 물론, 털 뭉치, 심벌즈, 나사 같은 무생물에서까지 '차일드'를 뽑아낸다.
동물에서 '차일드'를 뽑아내는 일은 흔하다. 예를 들어 '염룡'은 주인공 화장실에 살던 도마뱀에서 추출해낸 '차일드'다. 그렇기에 '염룡'은 자신의 모체가 된 도마뱀을 학대한 주인공에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순록에서 추출한 '레드노즈'는 자신이 루돌프라고 생각하며 산타를 찾아 썰매를 끌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개와 곰은 물론, 개발 중인 인공지능 같은 무생물에서도 '차일드'를 뽑아낸다.
▲ 나사에서 태어난 '바주카(좌)', 심벌즈에서 태어난 '브레맨(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게임 속 악마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영혼이 있는지도 궁금한 사물에서까지 '차일드'를 뽑아낸다. 예를 들어서 '바주카맨'은 나사, '브레맨'은 심벌즈에서 추출해낸 '차일드'다. 또한 '와글와글 털뭉치'는 아예 먼지와 털로 이루어진 뭉치에서 만들어냈다. 나사와 털 뭉치가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세상만물을 재료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듯하다.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데스티니 차일드'는 자못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를 여럿 선보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미소녀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찾아보면 의외로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크리처, 메카닉 등이 등장한다. 또한 캐릭터 외모와 설정을 조합시키는 아이디어도 매우 탁월하다. 장난감 큐브를 아홉 개의 인격을 지닌 괴물 '차일드'인 '모아'는, 큐브가 지닌 다양성과 변화라는 속성을 캐릭터화한 좋은 예시다.
이처럼 '데스티니 차일드'는 제약 없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 다양한 사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스토리, 귀여움과 엽기 벗어나 괴기스러움 추구한다
기존 '데스티니 차일드'는 이처럼 다소 가볍고 웃긴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업데이트된 챕터 2부터는 조금씩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시즌 2 스토리는 여자 고등학교 '세인트 미카엘'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차일드'를 모으던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세인트 미카엘' 학생들이 계속 실종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배후에 경쟁자 악마가 있을 거라고 판단해 조사에 나선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인간 자체를 '차일드'로 만드는 실험을 하던 악마를 발견하게 된다. 학생들을 하나씩 납치하고 자신의 피를 주입하여, 새로운 종류의 사역마 '좀비 차일드'를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좀비 차일드'는 인간이 '차일드'로 변이된 존재다. 인간 욕망의 일부분을 떼어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를 재료로 만든 만큼, '좀비 차일드'는 일반적인 '차일드'에 비해 훨씬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 전에 없던 그로테스크한 외모의 '차일드', '고모라'와 '히드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좀비 차일드'는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기존 '차일드'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켜 분리시킨 별도의 존재인 반면, '좀비 차일드'는 강제로 인간을 변이시키는 과정에서 그로테스크한 외모와 광기 어린 정신을 지니게 된다. 최근 공개된 '고모라', '히드라'는 이러한 '좀비 차일드'의 특징이 반영된 캐릭터들이다. 기존 '데스티니 차일드' 스토리와 캐릭터가 귀여움과 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제는 '좀비 차일드'를 중심으로 조금 어둡고 진지한 내용이 전개될 듯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챕터 2 스토리는 '좀비 차일드'가 인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고, 여학생들을 괴기스러운 모습의 괴물로 바꾼 장본인인 악마가 살아남아 비슷한 짓을 계속 벌이리라는 암시를 주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추후 스토리는 차츰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 진출과 함께 확장되는 세계관
▲ '데스티니 차일드'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브라만' 관련 자료 (사진출처: '데스티니 차일드' 일본 공식 홈페이지)
'데스티니 차일드'는 이처럼 '욕망에서 만들어낸 다채로운 캐릭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었다. 하지만 사실 소재의 참신함에 비해 플레이어들에게 세계관이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 있는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대신, 캐릭터 개개의 파편화된 사연과 일상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많은 플레이어가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는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의 깊이를 느끼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스티니 차일드' 스토리텔링이 크게 달라질 듯하다. 일본 서비스 시작과 함께 세계관이 추가로 공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12월부터 '데스티니 차일드' 만화를 월간 코믹 얼라이브에서 연재하기 시작하며, 이후 소설 및 기타 상품으로 IP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서 공개된 세계관 페이지에서는 마왕과 악마 외에도 빛의 신 '브라만'과 그를 따르는 천사들이 언급됐다. 천사는 간혹 지나가듯 언급됐지만, 빛의 신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진출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스티니 차일드', 이 기세를 몰아 국내 서버에서도 풍부한 세계관 정보와 스토리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