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불분명한 게임 과몰입, 정확한 진단근거 필요하다
2017.11.02 22:36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게임 과몰입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국내 게임산업에서 ‘중독’, 혹은 ‘과몰입’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실생활을 등한시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독물’로 규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게임의 부작용은 보다 넓은 차원의 사회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 게임 자체가 중독을 유발하는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11월 2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게임 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였다. 이 날 심포지엄에는 여러 유명 석학들이 모여 ‘게임 과몰입이란 무엇인가’를 논했다.
연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정신병리학적으로 게임 과몰입 증세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멤피스 대학 임상심리학 박사 메레디스 긴리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의학 사전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과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 이미 게임 과몰입이 정신질환으로 등록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문제는 게임 과몰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있었다. 긴리 박사는 게임 과몰입으로 분류되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수면이나 식습관 등 신체기능 저하를 겪고, 우울증을 비롯한 동반질환도 일관적으로 확인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정말 게임 과몰입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증명할 임상적 근거는 확인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실제로 학계에서도 같은 증상을 놓고 게임 과몰입인지 아닌지 진단이 엇갈리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 게임 과몰입에 대한 임상적 진단기준이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는 메레디스 긴리 박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룩셈부르크대 임상심리학 부교수인 요엘 빌리외 박사도 게임 과몰입 문제의 원인이 꼭 게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진료한 한 환자를 예로 들었다. 한 여성이 요엘 박사가 운영하는 게임 과몰입 클리닉을 찾았다. 그런데 사실 그 환자는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고, 무의식 중에 그 기억을 잊기 위해 게임에 집착했던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게임 과몰입처럼 보였지만, 사실 진정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던 셈이다.
국제게임연구회 이사인 마크 그리피스 박사도 진단기준의 불분명함이 문제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리피스 박사는 30년 동안 인터넷, 도박 등 다양한 비물질 중독을 연구해왔으며, 게임 또한 분명히 중독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학자다. 그러나 그는 정부와 언론이 게임 과몰입으로 분류하는 사람 중 대부분은 사실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환자의 임상적 상태를 판단하는 의학적 기준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리피스 박사는 의학적 검증에 기반 하지 않은 과몰입 진단은, 자칫 아무 문제도 없는 사람에게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게임 과몰입의 척도로 생각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똑같이 하루 20시간 게임을 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중 한 사람은 21살에 직업도 없고, 키울 자식도 없고, 시간만 많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여 만족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가 게임을 해서 일상에 생기는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43세에 직업이 있고, 해야 할 일도 있고, 키울 자식도 있는 사람이 있다. 그가 상사 업무 지시, 배우자 이혼 요구, 자식의 일탈을 모두 무시하고 계속 게임을 한다면, 그것은 중독이다. 요컨대 게임 과몰입의 요건은, 게임이 삶의 건강성을 얼마나 해치냐에 있다.”
▲ 게임 과몰입을 플레이 시간만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 마크 그리피스 박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그리피스 박사도 게임으로 인한 문제가 어디까지는 정상이고 어디부터 비정상인지 진단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리학적인 진단기준과 정의가 확보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연사들은 게임 과몰입이 이처럼 전문적 학술연구가 필요한 복잡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게임 과몰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너무도 피상적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언론은 자극적 기사를 쓰기 위해 게임 때문에 살인과 일탈이 벌어진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부모들은 게임이 자식을 망친다고 책임을 돌리면서도 자신들은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즉,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낙인만 찍는다는 이야기다.
특히 시드니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 블라단 스타서빅은, “대중에게 게임 과몰입 문제를 제대로 알리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서구권에는 게임에 대한 객관적 기사를 쓰는 언론이 거의 없다”며, 언론과 가정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의 셧다운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스타서빅 박사는 셧다운제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적절한 문제인식 없이 만들어진 제도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앞에서 언급했듯 플레이 시간은 게임 과몰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임을 오래 해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많다. 학생들의 게임 과몰입은 개인 성격, 가정불화, 성적, 지능 등 다른 문제와 함께 발생한다. 게임 과몰입을 막고 싶다면 단순히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사회가 학생의 정신건강에 더 많은 신경 쓰는 게 좋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연사들은 패널 토론에서 게임 과몰입 문제는 게임 자체에 있지 않다는 공통 결론을 내놓았다.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게임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게임 과몰입 정의 및 진단기준을 제시하기에는 연구 실적이 부족하므로, 더 많은 국제학술활동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학자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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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2017-11-03 09:45
신고삭제중독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는거부터가 문제가 있다.
술, 담배, 마약 등등은 몸 안에 실제하는 뭔가를 쑤셔넣어서 발생하는 중독이고
TV, 운동, 게임 등등은 외부 물질의 유입 없이 정신적인 의존성을 발생시키는 경우이다.
이 둘을 동일선성에 - 그것도 게임만 - 놓고 논한다는거 자체가 넌센스다.
긴 말 필요없고, 걍 핑계거리가 필요하니 사골 우리는것만양 우려먹는거잔아~~
funkpop2017.11.03 00:07
신고삭제시간대비 중독량 떨어지는건 고려 안하나;; 그리고 온라인 게임하고 싱글 게임하고 나눠서 해보면 확 차이 보여주는 부분이 이거고 결국 그럼 커뮤니티 관련 문제지 게임이 지속적 핵심이 아니게 됨
애니뷰윗치2017.11.03 00:18
신고삭제게임과몰입을 정확하게 기준을 정하고
예방 및 치료하는건 당연하다보는데
한국에만 들어오면 여성가족부하고
일부학부모집단덕에 무슨 치병적인
질병인마냥 홍보(?)되는걸 몇번이나
지켜봐서 그런지 이런 뉴스 나오면
여가부가 난리치는게 아닌지 습관적
으로 놀람....
공중정원2017.11.03 09:45
신고삭제중독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는거부터가 문제가 있다.
술, 담배, 마약 등등은 몸 안에 실제하는 뭔가를 쑤셔넣어서 발생하는 중독이고
TV, 운동, 게임 등등은 외부 물질의 유입 없이 정신적인 의존성을 발생시키는 경우이다.
이 둘을 동일선성에 - 그것도 게임만 - 놓고 논한다는거 자체가 넌센스다.
긴 말 필요없고, 걍 핑계거리가 필요하니 사골 우리는것만양 우려먹는거잔아~~
Deceiver122017.11.03 10:37
신고삭제의학적으로 도박, 운동, 섹스 등 비물질성 중독증이 이미 존재합니다. 이 경우도 물질성 중독과 같은 기준으로 유사증상이 발생한다고 확인됐습니다.
공중정원2017.11.03 20:17
신고삭제@Deceiver12
중독 증상이 없다고 하는것이 아닙니다.
향 정신성 물질을 튜여하여 의존성이 나타나는 경우와
반복적 행위에 의해 의존성이 나타나는 경우를 동일 취급하려니 문제 제기를 하는겁니다.
운동 중독이 위험하다고 하거나 법으로 막거나 하는 경우는 없잔아요.
도박같은 경우는 중독 여부와 관계 없이 관리하는거고요.
마약 하고서나서 사고치는거랑, 게임 하고나서 사고치는거랑 둘 다 중독때문이라고 하는건데
저는 그게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3만원2017.11.03 11:41
신고삭제이 글을 여가부가 좋아합니다
검은13월2017.11.03 12:21
신고삭제이렇게 토론을 나눠야지 뇌 없이 게임은 마약이다 이 ㅈㄹ하는 거보다
ProTech2017.11.03 21:08
신고삭제아이템 강화나 뽑기같은 사행성 도박을 해결하라고..
사행성 도박만 해결하면 지금보다 훨씬 양호해지겠다..
미르후2017.11.04 18:31
신고삭제과몰입과 중독이 나올수 없는 이유가 사회적 문제,자기 자제력,조절력,판단력이 못한 경우 또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 어떤 무언가를 잊기 위한 게임, 등등 다양한 요소와 원인이 있을 것일텐데.. 무조건 게임만 나쁘다고 하는 경우도 웃기는 것이고 일각에서는 게임을 악으로 중독물로 보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본다.. 해보지 않는 인간들이 지들 생각으로 판단 해 버리니.. 해보고 겪어보고 듣고,보고 해야 하는데.. 서로를 머리를 맛대어 논의를 해야겠지만.. 소히 여가부와 다른 부처들은 게임을 마약 하듯이 보는 것이 문제라서.. 게임산업이 음악보다 크고! 다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핏빛파란2018.02.01 03:49
신고삭제무조건 국산게임만 나쁘다고 하는 경우도 웃기는 것이고 일각에서는 국산게임을 악으로 보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본다.. 해보지 않는 인간들이 지들 생각으로 판단해 버리니.. 해보고 겪어보고 듣고,보고 해야 하는데..
달콤한고냥이2017.11.05 14:46
신고삭제게임은 중독이라는 표현이 안맞지 우리나라는 더더욱 말도 안되게 우려먹고 게임회사 삥뜯을려고 말도 안되는 법안 가동하는 여가부 좀 망했으면...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명에 어디 게임이 있는가... 문화부 다시 부활시켜서 제대로 전문화된 사람들이 모여서 제대로된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