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하는 사람만큼 '보는' 사람이 는다
2017.11.20 17:51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넥슨은 올해 지스타에 인풀루언서를 위한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사진출처: 넥슨 제공)
게임사가 ‘성공’을 위해 챙겨야 할 열쇠가 바뀌었다. 바로 ‘보는 맛’이다. 예전에 보는 맛은 옵션이었다. ‘하는 재미’가 우선이고 ‘보는 재미’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스트리밍을 발판 삼아 성공하는 게임이 늘고, 연예인 급으로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크리에이터가 대세로 떠오르며 게임서도 성공을 위해 ‘보는 재미’를 버릴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실제로 지스타 2017을 앞두고 열린 프리뷰 행사에서 넥슨 이정헌 부사장은 "배틀그라운드를 보며 어떤 게임을 직접 하는 것과 더불어, 게임 자체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보고,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을 실감한다”며 “앞으로 게임을 하지 않아도 게임에 참여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최고 히트작으로 군림한 ‘배틀그라운드’다. 올해 게임대상 수상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인기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배틀그라운드’ 뒤에는 스트리밍이 있다. 솔로에서 4명이 함께 하는 스쿼드까지, ‘배틀로얄’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맛깔 나게 풀어낸 스트리머가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며 게임 역시 단시간에 인기 덤에 올랐다. 이 점이 출시 8개월 만에 판매량 2,000만 장 달성에 크게 일조했다.
지스타 현장에서도 스티리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지스타에는 ‘악어’, ‘풍월량’, ‘감스트’ 등 인기 크리에이터가 총출동했다. 지스타와 스트리밍의 콜라보는 효과적이었다. 사실 지스타 전에는 ‘온라인 방송을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이 행사에 어떤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현장에 가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스트리머의 영향력은 방송에 그치지 않았다. 방송에서만 봤던 스트리머를 직접 만나기 위해 게임쇼 현장까지 달려온 팬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게임 방송은 물론 스트리머 자체가 ‘게임쇼 흥행’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 올해 지스타에는 스트리머를 게스트로 초청한 부스가 많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 시장에서 스트리밍 영향력이 이 정도가 되다 보니 게임사에서도 신경 써야 할 수치가 하나 더 늘었다. 게임 스트리밍 시청자 수다. 트위치의 시청자 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인기 게임 리스트’가 변경되며 많은 시청자가 몰린 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있다. 여기에 트위치를 떼어놓고 생각해도 게임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스트리밍’ 영향력이 커지며 방송 시청자 수 자체가 게임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트리밍이 게임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은 점점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 뒤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그렇다. 게임 스트리밍은 비단 PC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맞물려 점점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스마트폰 보급률과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 방송 등을 보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즉, 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대중화되며 시간 날 때 짬짬이 보기 좋은 ‘스트리밍’ 방송도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사 입장에서 ‘보는 재미’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성공의 열쇠가 됐다.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처럼,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보면서 즐기는 관중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관중은 게임사 입장에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소중한 ‘잠재 고객’이 된다. 즉, 흥행의 꿈을 꾸고 있다면 ‘하는 재미’와 함께 방송을 할 때 재미있는 게임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과제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