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게임 속 패럴림픽, 장애 이겨내고 주역된 캐릭터 TOP5
2018.03.22 10:16게임메카 도남익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주말, 열정과 감동으로 가득했던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장애를 지닌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패럴림픽은 ‘함께’ 혹은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 패러(Para-)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다. 시기적으로 올림픽과 연이어 개최된다는 의미인 동시에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며 대등한 실력을 발휘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지난 10여일 간 경기에 참가한 각국 선수단은 장애에 굴하지 않고 온몸으로 패럴림픽 정신을 실천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도 이런 귀감이 될 만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예쁘고 잘생겨야 팔린다고들 하지만, 강인한 의지로 장애를 이겨내고 주역들과 ‘함께’ ‘나란히’ 활약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분명 존재한다.
5위. 시메트라 (오버워치)
▲ 나는 시메트라, 혼돈에서 질서를 빚어낼 거예요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시메트라’로 더 잘 알려진 사티아 바스와니는 빛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광축가다. 그녀는 인도를 거점으로 한 비슈카르 코퍼레이션 일원으로 통제에 의한 질서만이 인류를 더 큰 선으로 이끄리라 확신한다. 때문에 필요하다면 다소 강제적인 진압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신념형 악당이라 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아름답고 천재적으로만 보이는 ‘시메트라’가 고기능 자폐성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고기능 자폐증을 겪는 사람은 지적장애는 전혀 없지만, 타인과 소통을 어려워하거나 지나친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한다. 게임에서 이런 장애를 묘사하는 경우가 워낙 드문 터라, 실제로 비슷한 문제를 겪은 한 게이머가 ‘오버워치’ 개발팀에 깊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4위. 캐롤라인 베커 (울펜슈타인)
▲ 결코 이 광신자들에게 굴복하지 마, 블라즈코윅즈!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성공적인 리부트로 호평을 받은 ‘울펜슈타인’ 최신 시리즈를 즐겼다면 ‘캐롤라인 베커’를 기억할 것이다. 그녀는 독일 내부에서 활동하는 저항군 ‘크라이사우 서클’ 지휘관으로 나치 사냥꾼 ‘블라즈코윅즈’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겉모습은 휠체어에 의지하는 반신불수 중년이나, 뛰어난 판단력과 전술적인 식견으로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캐롤라인’이 훌륭한 지휘관이라는 것은 비단 작전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기지를 살펴보면 그간 저항군 모두가 그녀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당장 ‘블라즈코윅즈’ 또한 ‘캐롤라인’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나치에 대한 증오를 아리아인 전체로 확대시킬 뻔했으니, 그야말로 영웅을 만든 더 큰 영웅이라 할 만하다.
3위. 바이켄 (길티기어)
▲ 나는 지저분한 졸때기 무사, 명예 따윈 필요 없어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검객에게 있어 치명적인 신체 결함이란 무엇일까? 당연히 상대 움직임을 포착할 눈과 빈틈을 노리고 공격할 팔이다. 이것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당하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나 애꾸눈, 외팔이 검객 ‘바이켄’은 이 모든 장애를 딛고 최강 반열에 올랐다. 어릴 적 살인병기 ‘기어’에게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은 후 복수하겠다는 일념만으로 끊임없이 검술을 연마해온 덕분이다.
어린 나이에 맛본 극단적인 공포를 망각이 아닌 살의로서 극복한 점이야말로 그녀가 비범하다는 증거. 설정상 ‘바이켄’ 자신과 무기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경지에 이른 실력과 눈에 보일 듯한 짙은 살기 덕분에 ‘기어’나 초능력자와도 호각으로 겨룰 수 있다. 여담이지만 90년대에 이런 파격적인 설정 및 디자인의 여성 캐릭터가 나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2위. 리 신 (리그 오브 레전드)
▲ 어디로 가야 하오. 이↘쿠↗ 에↘크↗ 허↗이↘짜↗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인간의 오감, 즉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끼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각이다. 우리가 살면서 얻는 대부분의 정보는 눈을 통한 것이며 다른 감각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따라서 후천적으로 감각을 상실할 경우에도 시각을 잃었을 때가 특히 고통스럽고 재활이 어렵다는데, 어쩐지 여기 ‘리 신’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는 한때 전도유망한 마법사였으나 끔찍한 실수로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뒤 속죄의 길을 걷는 눈 먼 수도승이 되었다. 이러니까 왠지 맹인 스님이 점잖게 가부좌라도 틀 것 같지만 웬걸, 이 세계에서는 무에타이 선수를 수도승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좀 해봤다면 “이↘쿠↗!” “에↘크↗”를 외치며 날아다니는 ‘킬에 눈 먼’ 수도승을 만나 봤을 것이다.
1위. 피닉스 (스타크래프트)
▲ 정신이 굴하지 않으면 패배는 부끄러운 게 아닐세!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일본 서적 ‘오체불만족’을 보면, 선천적으로 사지가 없는 아이가 일반인과 똑같은 교육과정을 밞아 명문대에 입학하는 얘기가 나온다. 손가락 하나만 부족해도 여간 불편하지 않은데 두 팔, 두 다리 없은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왕년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에도 딱 이런 처지에 놓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용맹한 전사 ‘피닉스’는 야수와도 같은 저그 괴수들로부터 오랫동안 국경을 수호해왔다. 그러나 계속된 전투는 그를 지치게 만들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사이오닉 검이 작동하지 않아 사지가 갈기갈기 찢기고 만다.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부상이었지만, 그는 생명 유지장치와 함께 차가운 기계 병기 용기병(드라군)에 결합돼 전선으로 복귀했다. 가히 ‘오체불만족’ 버금가는 의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