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아웃, 친구에게 사 준 치킨 값이 아깝지 않다
2018.04.02 19:04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웨이 아웃'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출처: EA 공식 유튜브)
2016년 공룡 게임사 EA가 인디게임을 지원하는 ‘EA 오리지널’을 시작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게임 중에서도 게이머들의 눈길을 끈 것이 바로 헤이즈라이트가 개발하는 ‘웨이 아웃’이었다. 플레이어 두 명이 힘을 합쳐 감옥을 탈출하는 게임이었는데, 화면 분할을 내세우며 2인 협동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협동 플레이를 좋아하는 게이머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국내에도 ‘웨이 아웃’이 PS4와 Xbox One으로 발매됐다. 패키지 가격은 3만 4,000원으로, 여느 신작 게임보다는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됐다. 하지만 오직 멀티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 제 값을 할까? 과연 주말에 친구를 불러내서 같이 플레이할 만큼 재미있을까? 기자는 치킨을 사주겠다며 친구를 꾀어내 ‘웨이 아웃’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멀티 플레이 한정? 짜임새 있는 협동이 재미 더한다
‘웨이 아웃’은 두 명의 죄수, 레오와 빈센트가 탈옥하여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플레이어는 레오나 빈센트 중 한 명을 택해 게임을 진행한다.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치밀한 두뇌 플레이와 협동, 그리고 두 사람에 얽힌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게임의 핵심이다. 게임은 PS4나 Xbox One 한 대로 2명이 함께 즐기는 로컬 협동 플레이, 멀리 떨어진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는 온라인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 1명만 게임을 구매해도 2명이 게임 전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친구를 초대했던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웨이 아웃’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 두 사람이 화면을 반으로 나눠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면 분할은 로컬은 물론, 온라인 멀티플레이에서도 유지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자기 할 일을 하면서도 파트너가 뭘 하는지 직접 볼 수 있다.
▲ 같은 공간도 캐릭터에 따라 시점이 달라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정 구간에서는 3분할까지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정 구간에서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지 선택지도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은 서로의 화면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인 것이 감방의 변기를 뜯어 탈출구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빈센트와 레오는 몰래 들여온 끌로 벽에서 변기를 뜯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서로 망을 보며 간수에게 변기를 뜯는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게임을 하면서 친구에게 “저기에서 간수 오는지 봐”와 같은 말을 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협동 플레이가 가능했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며 두 플레이어의 시야를 화면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네가 이 문을 열어 줘야 내가 건너갈 수 있어’라거나, ‘이 쪽으로 갈 수 있겠다’ 같은 말을 계속 나누게 된다. 자연히 서로 돕는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서로가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하는 구간도 이러한 ‘협동의 재미’를 더욱 높였다.
▲ 타이밍에 맞춰 벽을 올라가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게임이 단조롭지 않게 구성되었다. ‘웨이 아웃’은 특정 목표 지점을 향해 다양한 장애물을 돌파하는 어드벤처 요소 외에도, 쫓아오는 경찰차를 피해 질주하는 레이싱, 총기를 들고 쏟아져 나오는 적을 처치하는 슈팅, 야구나 팔씨름 같은 미니게임까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미니게임은 친구와 점수 경쟁도 가능해,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것이 가능하다.
▲ 난 운전할테니 넌 경찰을 쏘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중간 중간 야구도 한 판 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탈옥수지만 보드게임이 하고 싶잖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너무 게임이 어려워서 플레이 도중에 ‘우정 파괴’가 될 염려도 없다. 먼저 게임 내에서 상호 작용이 가능한 물체는 전부 노란 점이 찍혀 있다. 그렇다 보니 노란 점만 따라가도 사건 해결에 필요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 길 찾기도 나타날 때마다 카메라 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만약 게임 오버가 되거나 통신 문제로 튕겼다고 하더라도, 세이브 포인트가 많아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 격투도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술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원하는 챕터를 다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웨이 아웃’은 협동하는 재미는 극대화하면서, 게임이 어려워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줄였다. 플레이타임도 약 5, 6시간 정도라 주말에 친구와 자리잡고 함께 즐기기에 적당하다.
영화감독 출신 디렉터 손길 닿은 ‘연출’
영화 같은 연출은 보는 맛을 더욱 살린다. ‘웨이 아웃’은 영화 감독 출신인 요제프 파레스 디렉터가 총괄을 맡았다. 디렉터가 영화 전문가였기 때문인지, 게임 장면 구성이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우선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게 되는 주인공 빈센트와 레오는 실제 배우들의 더빙과 모션 캡처를 통해 생동감을 높였다. 악당 ‘하비’의 수하로 일하는 ‘레이’를 협박할 때의 화난 목소리, 경찰에게 쫓겨 도망칠 때의 긴박한 상황 등에서 캐릭터들이 달려가는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구현된다.
▲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수준급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중요한 장면에서 나오는 특별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빈센트의 손을 잡아야 하는 장면이나 빈센트가 경찰에 붙잡힌 레오를 구하기 위해 차를 몰고 돌진하는 장면 등, 긴장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을 때는 슬로우 모션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
▲ 슬로우 모션이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연출의 백미는 중반부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병원 탈출 챕터에서 맛볼 수 있다. ‘웨이 아웃’은 대부분 화면 하나를 반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유독 이 챕터는 빈센트와 레오가 각각 돌아가며 전체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그리고 각 캐릭터로 시점이 옮겨가는 과정을 화면을 끊지 않고 통으로 보여준다. 두 주인공이 각자 다른 방법으로 탈출하는데도, 화면 끊어짐 없이 이어지며,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롱테이크 기법의 진수로 꼽히는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 전투 장면을 오마주한 듯한 부분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 '웨이 아웃' 플레이 영상 (영상: 게임메카 촬영)
▲ '올드보이'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격투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 엔딩 역시 뛰어난 연출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주인공들이 격투를 펼칠 때마다 나오는 과거 회상, 심장 박동에 맞춰 일어나는 패드 진동 등으로 시각과 청각, 촉각을 모두 사로잡는다.
▲ 엔딩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친구를 꼬셔라... 치킨을 걸고서라도!
사실 ‘웨이 아웃’은 쉽게 접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플레이어가 혼자서 캐릭터를 조종하거나 AI와의 협동 등 싱글 플레이는 지원되지 않고, 무작위 매치메이킹도 없으니 친구가 없다면 시작 화면을 넘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게임 내 음성 채팅 기능이 없어 PS4 ‘파티’ 등을 별도로 사용해야 하고, 한국어도 지원하지 않아 스토리를 100% 즐기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 난관을 돌파하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친구와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 줄 협동 요소가 가득히 담겨 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패드를 잡았던 기자의 친구 역시 마지막에는 과장을 좀 보태서 ‘갓겜’을 시켜 줘서 고맙다고 했을 정도다. 치킨을 사주겠다고 친구를 꼬셔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이다.
▲ 게임을 끝내고나면 영화 한 편 본 기분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