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안되는 게 많아? 스마트폰 '스팀 링크' 앱 체험기
2018.05.28 18:37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스팀 링크'가 지난 21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됐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다 보면 다들 한 번쯤은 하는 상상이 있다. 바로 누워서 스팀 게임하기다. 물론 최근엔 모바일로 동시 출시되는 스팀게임도 있지만 대부분 유저가 원하는 건 PC용 AAA급 게임이다. 굳이 책상에 앉지 않아도, 자다 일어나서 머리맡에 있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자신의 스팀 계정에 등록돼 있는 수많은 AAA급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것이다.
이에 밸브는 '스팀 링크' 앱을 안드로이드로 출시했다. 기존 TV와 PC를 연결했던 '스팀 링크'를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앱을 이용하면 PC와 TV를 연동시켜 스트리밍 방식으로 스팀 라이브러리에 있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특히, PC만 켜져 있다면 별도의 기기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게임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바야흐로 누워서 스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스팀 링크'의 성능은 기대했던 만큼 좋지 않았다. 기존 스트리밍 방식 플레이의 한계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성능과 인터넷 환경에 따라 스트리밍 상태가 시시각각 달라졌으며, 컴퓨터로는 무리 없이 플레이 가능한 몇몇 게임은 앱과 충돌을 일으켜 수시로 꺼지기 일쑤였다.
▲ 많은 유저가 기대했던 '스팀 링크'는 생각보다 문제가 많았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초등학생도 아버지가 필요 없는 높은 접근성
기본적으로 '스팀 링크' 앱은 높은 접근성을 자랑한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으며, 설치 후 기본 세팅도 전혀 어렵지 않다. '스팀 링크' 앱만 설치하면 스마트폰에서는 별도의 로그인이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팀이 설치된 모든 컴퓨터와 연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 '스팀 링크'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에엇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연동 방법도 매우 간편하다. 설정에서 컴퓨터를 클릭하면 스팀이 실행 중인 컴퓨터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새로운 컴퓨터를 등록할 땐 IP 주소를 입력해 간단한 인증절차만 거치면 된다. 필요에 따라 별도 사운드 카드를 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 굳이 동일한 로컬 네트워크가 아니어도 괜찮다. 컨트롤러 페어링도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컨트롤러만 있다면 간단한 블루투스 연동으로 해결 가능하다. 입맛에 맞게 키설정도 가능하다.
▲ 컴퓨터와 연동하기 위해선 설정에 들어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팀이 실행중인 컴퓨터를 찾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화면에 뜨는 PIN 번호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컴퓨터에 입력하면 끝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트리밍 설정은 속도 우선과 중간 속도/품질, 품질 우선으로 나뉜다. 품질별로 네트워크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인터넷 상태에 맞는 스트리밍 품질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해상도나 성능 오버레이, 대역폭 등을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 스트리밍 연결도 네트워크 테스트 한 번에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든 설정이 완료되면 플레이 시작을 터치해 스트리밍을 시작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Big picture' 모드로 스팀이 실행되면 그걸 스마트폰에 똑같이 스트리밍하는 방식이다. 마우스 대신 터치를 통해 게임 구매, 상점 탐방, 게임 실행 등 컴퓨터에서 가능한 모든 기능을 즐길 수 있다.
▲ 컴퓨터에서 가능한 모든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처리 지연, 화질 감소, 버그의 3중주
게임을 실행하는 것까지는 매우 쉬웠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우선 라우터와의 거리가 스트리밍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라우터 반경 약 5m 안에 있어야지만 비교적 매끄럽게 작동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야외에서 즐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 라우터와 조금만 멀어져도 네트워크 연결시 이런 문구가 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가장 좋은 인터넷 환경과 최고 사양에서도 미묘한 처리 지연이 발생하며, 원래 화면보다 비교적 낮은 화질로 화면이 전송된다. 다른 유저들과 만나야 하는 온라인 게임이라도 플레이하는 날엔 평소 프레임의 절반도 확보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 할 때 사람이 몰리는 대기실에선 지나친 처리지연과 프레임 드랍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임 중에도 수시로 프레임이 떨어져 정상적인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 지나친 처리지연과 프레임 드랍덕분에 '배틀그라운드'는 아무래도 플레이할 수 없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조작이 불편한 것도 문제다. 가상 키보드나 컨트롤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유로트럭' 같이 조작키가 많이 필요한 게임은 게임 중 할 수 있는 행동이 제약되기 쉽고, 전략 시뮬레이션 등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 사용해야만 하는 일부 장르는 시도조차 불가능 하다. '게팅 오버 잇'이나 '골핑 오버 잇' 처럼 오히려 마우스보다 터치 스크린으로 플레이 하기 좋은 게임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모바일 이식작이 존재한다.
▲ 그나마 가장 쾌적하게 플레이 했던 '골핑 오버 잇'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나마 권장 사양이 비교적 낮은 캐주얼게임이나 과거에 출시된 게임들은 아주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꽤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몇몇 게임은 버그로 인해 실행조차 불가능했다. 당장 최근에 출시된 인디게임 '위자드 오브 레전드'가 그랬다. 평소에 문제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으나 '스팀 링크'를 통해 플레이할 경우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 아주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데빌 메이 크라이 4'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러나 '데빌 메이 크라이 4'보다 사양이 낮은 '위자드 오브 레전드'는 실행되지 않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물론 이런 한정적인 실행조건조차도 게이머들에겐 반가울 수 있다. 약간의 처리지연과 화질감소만 감수한다면 최소한 라우터가 있는 방 안에서는 몇 년 전 명작 게임 정도는 즐길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아직 최신 AAA급 게임을 침대에 누운 상태로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스팀 링크'는 쾌적하지 못하다. 유저들의 로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부단한 최적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 언젠가는 책상이 아니라 침대에서 '스팀 링크'를 할 수 있기를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