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탐방] 스위치로 돌아온 '5월의 왕자' 닌텐도
2018.06.01 17:02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한동안 국내 콘솔게임 시장에서 ‘어린이날 특수’라는 것은 옛날 이야기였다. 성인 게이머 눈높이에 맞는 PS4, Xbox One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고, 캐주얼 게임 강자 닌텐도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장에도 가족 보다는 2, 30대 고객이 더욱 많이 찾아왔다. 그 결과, ‘요괴워치’ 같은 캐주얼 타이틀보다는 ‘다크 소울’이나 ‘갓 오브 워’ 같은 하드코어한 게임이 베스트 셀러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5월은 분위기가 달랐다. 닌텐도 3DS를 잇는 닌텐도 스위치가 나오며, 다시 한 번 가족들의 발걸음을 게임 매장으로 돌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과연 닌텐도는 다시 한 번 ‘어린이날 강자’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을까? 게임메카는 슬슬 내리쬐는 햇볕이 뜨거워지는 5월 직접 오프라인 게임 매장을 찾았다. 방문한 매장은 용산 게임몰, 대원샵, 동서게임, 국제 전자 센터 CD 마을, 그 외 상호를 밝히지 않은 2곳이다.
▲ 태양이 뜨거워지는 5월, 용산 등을 찾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린이날’은 역시 닌텐도! 스위치 매출 30% 올라
사실 닌텐도 스위치 진영에서는 4월 이후 눈에 띄는 신작이 없었다. 5월 국내에 정식 발매된 게임은 ‘동키 콩 컨트리: 트로피컬 프리즈’ 한 작품에 불과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24일 발매된 ‘다크 소울: 리마스터’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만 연기되고 말았다. 결국 하드코어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구매할 만한 스위치 타이틀이 한 달 내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그 결과, 기존 콘솔 게이머들이 주로 찾는 매장에서는 5월 한 달 간 스위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 기존 콘솔 매장은 주로 성인이 찾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닌텐도 진영 전체가 울상을 지은 것은 아니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유치할 수 있던 매장에서는 ‘어린이날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4월 발매된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 한국어판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를 포함한 한정판 스위치도 다양한 동봉품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5월 한 달 판매된 스위치 중에서 40%가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한정판이었다고 한다.
▲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한정판 스위치도 인기 만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린이날 효과를 가장 많이 받은 매장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대원샵이다. 매장이 가족, 연인이 자주 찾는 백화점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살린 것이다. 대원샵 관계자는 “매장이 백화점에 있고, 근처에 CGV도 있어서 어린이날에 손님이 많았다. 일반적인 토요일의 3, 40% 정도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많이 판매된 타이틀로는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를 꼽았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온 고객은 어김없이 ‘별의 커비’를 구매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 저연령층을 위한 콘솔이던 닌텐도 3DS는 점차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마케팅이나 신작 발매 등이 스위치에 집중되면서 생긴 결과다. 대원샵 관계자는 “닌텐도 3DS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스위치 매출 상승 일등공신 '별의 커비'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곳간 지키자, 큰 변동 없던 PS4와 Xbox One
이처럼 닌텐도가 간만에 어린이날 특수를 누렸다면, PS4와 Xbox One 진영은 평소와 큰 차이 없는 한 달을 보냈다. 매장에서 입을 모아 “어린이날은 그냥 빨간 날이다. 평소보다 고객이 좀 더 많이 찾아왔을 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두 플랫폼 모두 기존 게이머들을 공략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PS4는 탄탄한 독점작이 꾸준히 판매됐다. 4월 20일 발매된 ‘갓 오브 워’는 발매 후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여기에 5월 25일 발매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한국어판도 가세했다. 이러한 독점작은 PS4 유저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으로 꼽히며 PS4 진영의 매출을 견인했다. 이 밖에도 명작으로 꼽힌 ‘다크소울 리마스터’ 역시 PS4판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 인기 타이틀인 만큼 데모 시연도 준비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2018년 내내 이어지던 PS4 기기 물량 부족 문제도 점차 해소되는 추세다. 기자가 방문한 5월 30일, 게임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PS4 물량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CD마을 관계자 역시 “이제 PS4를 사려고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6월에는 1월 이후 계속해서 매장을 괴롭히던 PS4 부족 사태가 끝나고 안정적인 물량 수급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Xbox One에서는 MS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집중했다. 5월 17일 넥슨 ‘피파 온라인 4’ 공개 서비스와 함께, 이에 맞춘 Xbox One 컨트롤러 판매를 개시한 것이다. 이 컨트롤러는 ‘피파 온라인 4’에서 영감을 받은 스킨, 그리고 유용한 인게임 아이템 등이 포함되어 호평을 받았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피파 온라인’을 제대로 하려면 컨트롤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많다. 다만, 컨트롤러에 스킨을 붙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도 많아, 이를 충분히 감안해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 컨트롤러에 붙이는 방식의 '피파 온라인 4' 스킨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Xbox One X가 꾸준히 판매되는 추세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게임 신작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Xbox One X가 있어서 구매층이 좀 늘었다. 작년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눈 앞에 다가온 ‘E3 2018’, 독점작 절실하다
6월에는 전세계 게이머들의 축제 ‘E3 2018’이 열린다. E3에서는 소니나 MS, 닌텐도 등 주요 콘솔 플랫폼 홀더가 전부 참여해 굵직굵직한 소식을 내놓는다. 따라서 매장에서도 E3 현장에서 어떤 게임이 공개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Xbox 진영은 특히 독점작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8년 들어 발매한 Xbox 독점작 ‘씨 오브 시브즈’와 ‘스테이트 오브 디케이 2’ 모두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며 크게 힘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기기가 좋은 건 모두 안다.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한국어를 지원하는 Xbox 독점작”이라고 강조했다.
▲ E3에서 '헤일로 6'라도 나와줬으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PS4 진영에서도 6월 전망은 다소 불확실하다. 당장 6월에 발매될 ‘킬러 타이틀’도 없고, 5월 신작들도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 한 매장 관계자는 “’섬란 카구라’는 발매 하루 만에 중고가 들어왔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스토리를 보는 게임인 만큼, 6월부터는 중고로 되파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풀 메탈 패닉!’이나 ‘데스 엔드 리퀘스트’ 같은 5월 말 발매작도 큰 반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PS4 신작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뒷심이 약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위치에서는 강점인 라이트 게이머와 하드코어 게이머 두 마리 토끼를 전부 공략한다. 대원샵 관계자는 “커피숍 근처에서 스위치 체험 이벤트를 열고, 아직 스위치를 잘 모르는 고객에게 매력을 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대원미디어는 ‘덕심’ 자극하는 슈팅 게임 ‘걸 건 2’ 한국어판도 6월 중 출시한다. 이에 대해 매장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로 찾는 고객 취향과는 다른 게임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직접 와서 예약 주문을 하는 사례도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스위치로도 출시되는 '걸 건 2' (사진제공: 인티크리에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