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 5, 아무도 오지않는 부활 대기시간 지루하다
2018.09.10 18:58게임메카 이수현 기자
▲ 배틀필드 5 메인 화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지난 6일, ‘배틀필드’ 시리즈 신작 ‘배틀필드 5’ 오픈 베타가 시작됐다. 이번 베타에서는 멀티플레이만 가능했으며, 점령전인 ‘컨퀘스트’, 3~4가지 다른 미션을 연이어 플레이하는 ‘그랜드 오퍼레이션’, 챕터 별로 나뉘어 2차 대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타이드 오브 워’ 세 가지 모드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전작 ‘배틀필드 4’와 ‘배틀필드 1’이 연달아 호평을 받은 만큼 ‘배틀필드 5’ 부담감은 크다. 여기에 첫 공개 이후 게임 내적, 외적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발생해 팬들의 우려를 받아왔다. ‘배틀필드 5’ 제작진이 결과물로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이번 오픈 베타를 통해 알아보았다.
‘전투 역할’과 커스터마이징, 나만의 병사를 만든다
‘배틀필드 5’ 전장에는 최대 64명의 플레이어가 존재하지만 신규 병사를 제외하면 같은 역할과 모습의 병사는 없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에 있던 네 가지 병과가 장비와 ‘특성’이 다른 다양한 ‘전투 역할’로 세분화되며, 자유로운 외형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 '전투 역할'과 장비, 외형은 본편에서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전투 역할'과 장비, 외형은 본편에서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본편에서는 병과가 두 개의 ‘전투 역할’로 분류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하나의 역할만 플레이가 가능했다. '돌격병' 분류의 ‘척탄병’은 대미지가 높은 돌격소총을 사용하며, 체력 회복량이 높아 전투를 즐기기에 적합했다. '의무병' 분류의 ‘야전 의무병’은 사격 실력이 떨어져도 아군에게 ‘구급낭’만 나눠주면 큰 힘이 될 수 있어 초심자가 선택하기 좋은 병과다. '보급병' 분류의 ‘공병’은 탄약을 공급하는 분대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마지막으로 '정찰병' 분류의 ‘저격수’는 저격소총을 사용하는 게임 내 최대의 위협이다.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던 외형 커스터마이징의 경우 이번 베타에서는 장비 외형만 변경이 가능하고 캐릭터 수정은 불가능했다. 장비의 경우 조준경을 제외하면 전투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따로 마련된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장비 업그레이드는 특화 트리가 두 개로 분화되어 같은 총기여도 완전히 다른 성능을 내도록 개조가 가능하다. 저격수가 총의 연사력과 빠른 조준으로 근거리 저격 플레이를 할 수 있고, 반동을 줄이고 삼각대를 거치해 장거리 저격에 최적화시킬 수도 있어, 장비의 개조를 통해 같은 병과라도 다른 플레이 방식을 택할 수 있다.
▲ 같은 무기여도 어떤 개조를 하느냐에 따라 다른 성능을 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격렬한 전장, 보조병 활약이 승리의 지름길이지만...
‘배틀필드 5’ 전장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거점을 두고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격돌하며, 전차와 전투기가 아군을 지원한다. 전투에 따라 지형지물이 파손되고, 날씨 변화 시스템도 건재해 안개나 눈보라를 틈타 기습하는 등 실감나는 전장을 느끼는 데에 모자람이 없다.
▲ 전차의 비호를 받으며 전진하는 보병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폭격에 의해 붕괴된 건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안개 낀 날씨엔 시야가 좁아져 기습이 용이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번 작품과 전작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분대 시스템’ 강화다. 각 병사 개개인의 역할이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역량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다.
가령 탄약의 경우 기본으로 주어지는 양이 탄창 2개 분량으로 매우 적다. 각 거점에 있는 탄약 상자와 적 처치를 통해 탄약을 얻을 수 있지만 한창 전선에서 전투 중일 때는 활용하기 힘들다. 때문에 탄약낭과 휴대용 탄약 상자로 보급이 가능한 보급병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체력 자동 회복량도 줄었다. 보통의 병과들은 30, 척탄병은 40의 체력만 자동으로 회복이 되기 때문에 의무병이 없는 분대는 체력 부족에 허덕이며, 아군 부활 속도도 현저하게 느리다. 때문에 아무리 돌격병과 정찰병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보급병과 의무병이 없다면 전투 지속력이 크게 떨어진다.
▲ 전투를 잠깐 치르자 체력도 탄약도 바닥을 드러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탄약과 체력 부족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전장의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자원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보조 병과가 있어도 보급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데, 미흡한 UI의 영향이 크다. 아군의 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의무병은 상황이 낫지만, 보급병은 아군의 탄약 상황을 알 방법이 없다. 보조 병과에게 보급을 요청하는 기능은 있지만 아이콘이 너무 작아 전투 중에는 식별이 어렵다. 설치 가능한 보급 상자도 거점으로 진격 중인 상황에는 사용이 어려워, 결국 아군이 보일 때마다 보급품을 던져 주는 방법으로 보급을 하게 된다.
▲ 일단 던져보지 않으면 보급이 필요한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부활 시스템도 활용하기 어렵다. 전작과 달리 의무병 외의 병과도 아군 부활이 가능해 접근성 자체는 올라갔지만 의무병은 2.5초, 그 외는 5초 가량 긴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 쓰러졌다는 것은 전투 중이라는 뜻인데 이 상황에 5초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무방비로 노출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의무병이 아닌 플레이어들은 부활이라는 행위 자체를 꺼린다. 안전해 보이는 상황이어도 부활을 받기 힘들어 15초라는 긴 사망 대기 시간은 오히려 시간낭비로 느껴졌다.
▲ 의무병이 아니면 부활이 너무 느려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아군이 쓰러졌지만 자신도 쓰러질까 선뜻 부활시키지 못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협동’과 ‘진지 구축’,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분대 시스템 강화는 결국 플레이어간의 협동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배틀필드 5’ 게임플레이 양상은 협동과는 거리가 멀다. 베타 버전의 전투는 전선이 형성돼 밀고 밀리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부대로 나뉘어 각 거점에서 전투를 벌이는 식으로 주로 진행됐다. 사전에 협의해 분대 조합을 꾸리는 것이 아니면 보조 병과가 균형 있게 배치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때문에 ‘협동의 즐거움’보다는 ‘개인의 무력함’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 보통 4~5명 정도만 함께 움직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전투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진지 구축’ 역시 본 게임의 전장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일단 지정된 공간에만 건설이 가능해서 이용이 한정된다. 그리고 전장에는 기본적으로 엄폐물이 많이 깔려 있어서 시설을 지어 놔도 큰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정말로 엄폐물이 필요해 보이는 곳에는 건설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적다.
▲적들의 진격로에 2차, 3차 방어선을 만들 수 있었다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엄폐물 건설이 유용할 개활지에서는 건설을 하다 적에게 공격 당하기 쉬워서 건설 자체가 어려웠다. 강 건너편의 공격에 대비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벽을 건설하다 둘 다 저격수에게 죽는 일도 있었다. 결국 진지 구축은 상기한 부활 시스템처럼 플레이어가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하면서도 별 효용이 없는 작업이라 꺼려지는 행위가 됐다.
▲ 진지 구축 역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래도 아예 쓸모가 없는 기능은 아니다. 진입로가 한정된 일부 거점에서는 길을 막아 방어 측에 확실한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일부 상황이었고, 진지 구축이 좀 더 활용되기 위해선 건설의 자유와 아군의 엄호가 가능한 전선 형성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칼 같은 제작진의 피드백, 본편을 기대해본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배틀필드 5’ 테스트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특히 제작진의 의도대로 플레이어들을 움직이게 할 장치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작품의 핵심 요소로 꼽혔던 협동은 ‘협동’보다 보조 병과에 대한 ‘의존’으로 느껴졌으며, 진지 구축은 무용지물로 실용성이 너무나 떨어졌다.
다행히 제작진에선 다양한 불만사항을 빠르게 확인,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타 참가자들이 탄약과 체력 부족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자, 트위터를 통해 탄약 소지량을 늘릴 것이며 체력 회복 수단도 검토 중임을 알렸다. 지금까지 소통 문제로 많은 잡음을 겪어왔던 만큼 바람직한 모습이다. 제작진은 기존에 공개했던 발매일을 한 차례 늦춰가면서까지 게임의 완성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는 11월 20일 발매되는 ‘배틀필드 5’ 본편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