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일러스트가 눈에 확 띄는 국산 미연시
2018.09.18 15:4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네버 엔딩 러브' 광고가 게재된 PC 파워진 1999년 2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예나 지금이나 연애시뮬레이션 장르는 3D 현실에 지친 게이머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미소녀들과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누고 있자면 고된 일상의 피로가 싹 씻겨나가는 기분이라죠.
1990년대 말, 이제 막 궤도에 오른 국내 PC패키지 게임업계도 이러한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1997년 ‘캠퍼스 러브 스토리’ 성공을 기점으로 국산 연애시뮬레이션이 속속 등장했는데요, 오늘 소개할 게임광고는 이런 붐을 타고 1999년 3월 등장한 작품입니다. 당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오던 열림커뮤니케이션에서 게임업계 진출을 선언하며 낸 ‘네버 엔딩 러브’가 그 주인공입니다.
▲ 국산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네버 엔딩 러브' 양면 광고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본격적으로 광고를 뜯어보겠습니다. 먼저, 왼쪽 페이지에는 ‘네버 엔딩 러브’ 히로인 5명을 담은 메인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습니다만…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쉽게 끌리는 그림은 아닙니다. 그림체야 취향 차이라고 본다 해도 전반적인 일러스트 완성도 자체가 좀 낮네요. 시대 탓을 하려고 해도 이미 국내에서도 ‘캠퍼스 러브 스토리’나 ‘리플레이’ 등 비주얼적으로 호평 받은 게임들이 많이 나온지라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상황. 실제로도 이 게임은 게임성 면에선 호평을 받았으나 일러스트에서 점수를 많이 깎아 먹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측 상단에는 ‘가까운 서점에도 있어요!’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실제로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서점에서 게임 타이틀을 많이 팔았습니다. 물론 인기 타이틀 몇 종만이었지만, 참고서나 교양서적들 옆에 꽂혀져 있는 게임 타이틀 박스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구매 욕구가 생기곤 했죠. 동네 서점과 오프라인 PC 패키지가 거의 자취를 감춘 지금은 추억의 장면이 되어버렸네요.
▲ 왠지 아마추어 게임 감성이 묻어나는 메인 일러스트가 이 게임의 최고 단점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오른쪽 페이지에는 게임 소개가 있습니다. 가장 상단에는 ‘화상전화와 이메일로 엮어가는 아름다운 사랑의 테마 게임’이라는 멘트가 보이네요. 국내 최초 이메일 ‘한메일’이 나온 것이 1997년 5월이었고, 1998년부터 시작된 PC방 열풍, 1999년 도래한 ADSL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거치며 이 게임이 나온 1999년 당시는 이메일 서비스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대상을 잘 반영한 설정이겠네요. 물론 화상전화가 대중화되는 건 이로부터 15년쯤 후고요.
여기 나오는 이메일 시스템이라는 것이 뭔지 궁금한데, ‘네버 엔딩 러브’는 히로인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연애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개발사인 열림커뮤니케이션이 게임 개발에 뛰어들기 전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 ‘별이 열한살’을 만든 전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때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히로인과 편지를 주고 받는 기능을 구현했는데, 당시로서는 나름 독특한 시도였습니다.
▲ 본격적인 게임 설명이 담겨 있는 오른쪽 광고면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실제로 ‘네버 엔딩 러브’는 게임성 면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광고 내 소개 문구가 조금 오글거리는군요. 당시 유행어였던 ‘짱-’을 남발한 것도 그렇고, ‘일본도 만들지 못하는’, ‘국산 게임의 수준을 완전히 한 단계 올렸습니다’, ‘게임으로 연애편지도 실습하세요’ 같은 멘트를 보다 보면 왠지 게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광고 오른쪽에는 게임 잡지에서 격찬했다며 당시 잡지 리뷰들이 인용돼 있네요. KBS 게임피아, PC게임 매거진, PC 플레이어, V챔프 리뷰 일부가 실려 있습니다. 제우미디어 PC파워진은 없네요. 리뷰를 안 했거나 좋은 말을 안 썼나 봅니다.
▲ 차라리 인게임 일러스트를 커다랗게 전면에 내세웠다면 좀 나았을 지도...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광고 상단과 하단에는 스크린샷이 총 다섯 장 나와 있는데, 그래도 앞서 소개된 메인 일러스트보다는 그림 품질이 조금 높습니다. 차라리 이 이미지를 메인으로 실어서 광고했다면 나을 뻔 했네요. 미연시 업계에는 일명 ‘겉표지 효과’를 노리고 메인 일러스트만 화려하게 만든 후 게임 속 이미지는 날림으로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네버 엔딩 러브’는 그와는 반대되는 사례라 조금 재밌습니다.
참고로 제작사인 열림커뮤니케이션은 이후 온라인게임으로 방향을 선회, 캐주얼 RPG ‘얍카’와 슈팅 대전게임 ‘소환대전 큐이’ 등을 개발해 나름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후 열림커뮤니케이션은 티쓰리엔터테인먼트를 거쳐 JCE에 인수돼 ‘발키리스카이’ 등을 출시했으나, 수익배분 등을 놓고 JCE와 갈등을 벌인 후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았습니다. 그러던 중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 ‘얍카’가 유저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부활얍카’로 재서비스가 시작되며 함께 부활, 현재도 해당 게임을 소소하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 스타크래프트 브'르'드워, 제작업자 LG소프트가 인상적인 700 '스타크래프트' 음성 커뮤니티 광고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게임광고는 ‘스타크래프트’를 전면에 내세운 700 유료전화입니다. 1999년 당시는 1세대 프로게이머 ‘쌈장’ 이기석이 TV 광고에 나오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올라가던 시기였고,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한 PC방 열풍이 불며 게임을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게이머들의 욕구가 한창 용솟음치고 있었죠. 위의 700 광고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생긴 서비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이 전화서비스가 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지가 궁금한데요, 광고를 보면 게임 스토리 소개부터 각 종족 별 공략, 러쉬 요령과 대처법, 모뎀 연결을 통한 플레이어 찾기, 개인 전략 나눔 등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전화판이네요. 신기한 것은 이 때도 이미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하이텔 등 PC통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는 건데… 30초에 50원 정보이용료까지 내며 700 전화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네요.
참고로 광고 자체만 뜯어봐도 재밌는 점이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브’르’드워의 모든 것 이라는 문구 위에는 스타크래프트 로고 두 개만 박혀 있고, 가장 아래에는 ‘위 사진은 스타크래프트(제작업자: LG소프트)의 한 장면입니다’ 라는 문구가 있네요. 물론 당시 '스타크래프트' 유통사가 LG소프트였고 오프라인 패키지를 판매하긴 했습니다만 게임을 직접 만든 제작사로 언급되는 건... B급 감성으로 이해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