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로 압축된 마비노기 모바일의 변화, 의도는?
2018.11.21 17:28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넥슨이 이번 ‘지스타 2018’에서 선보인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온라인 원작의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것이다. 그 중에서도 데브캣 스튜디오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티르 코네일’ 마을을 그대로 재현하며 게이머들의 추억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게임전문기자들이 지스타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비노기 모바일’이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김동건 디렉터가 “평행세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언급하듯이, PC버전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인자한 할아버지이던 촌장 던컨이 할머니로 바뀐 것이다. 이 밖에도 마을 곳곳의 NPC가 원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최근 게임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을 의식한 변화가 아니냐는 것이다.
▲ 여성이 된 던컨은 '평행세계'의 증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번 ‘마비노기 모바일’ 지스타 시연버전은 익숙한 ‘티르 코네일’ 마을을 ‘초월 이식’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플레이어는 ‘마비노기’를 상징하는 NPC 로나와 함께 티르 코네일로 가서 NPC들의 부탁을 들어 주게 된다. 중앙에 광장이 위치한 마을의 구조나 진입 시 흘러나오는 BGM 등은 PC 원작을 잘 반영해 추억을 제대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NPC까지 원작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먼저 퀘스트를 진행하며 마주치게 되는 촌장 ‘던컨’이 있다. 젊었을 적에는 강력한 전사였던 촌장 ‘던컨’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 인자한 성격은 바뀌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초반에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역할인 것도 여전하지만, 외모는 할아버지에서 할머니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마을을 좀 더 샅샅이 뒤져 보면 변화한 캐릭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료품점 주인 ‘케이틴’은 원작에서도 다소 통통해 보이고, 볼이 살짝 부풀어 입가에 부드러운 곡선이 귀엽다는 설정을 지닌 캐릭터다.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반영해 ‘케이틴’ 3D 모델을 구현했다. 하지만 ‘마비노기’에서는 다소 평범한 축에 속했던 몸매가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살집이 붙은 모습이 됐다.
▲ 마비노기 '케이틴'(위)과 마비노기 모바일 '케이틴'(아래)
은행원 ‘베빈’은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캐릭터다. 원작에서는 하얀 피부에 분홍색 머리카락을 지닌 캐릭터지만,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흑인으로 바뀌었다. 피부색부터 굵은 입술 등, 흑인의 외모적 특성을 전부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른 NPC들이 조금씩 바뀌긴 했어도 대부분 캐릭터 디자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면, ‘베빈’은 동명이인 수준이다. 이 밖에도 티르 코네일 여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소녀 NPC ‘노라’ 역시 미소녀에서 숏컷 헤어에 주근깨가 있는 보이쉬한 외모로 바뀌었다.
▲ 마비노기 '베빈'(위)과 마비노기 모바일 '베빈'(아래)
▲ 마비노기 '노라'(위)와 마비노기 모바일 '노라'(아래)
게이머 사이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최근 사회적으로 자주 거론되는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노인, 혹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운동을 뜻한다. 특히 게임계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가 전부 늘씬한 미남미녀 밖에 없다거나,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설정하는 등 은연중에 차별 요소가 많이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따라서 최근에는 ‘오버워치’ 속 노인 저격수 ‘아나’나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속 동성애자 ‘도리안’ 등, 사회적 소수자를 자연스럽게 게임 내에 등장시키며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유저 의견이 많다. 보편적인 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일부러 흑인 등으로 바꾸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시각은 찬반으로 나뉜다.
먼저 긍정적으로 보는 유저들이 있다. 게임에 다양한 개성을 지닌 NPC가 등장하는 것이 보다 신선하다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이 아니라, 저마다 각기 다른 외모와 성격으로 NPC를 다채롭게 만들었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바뀐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케이틴’ 같은 경우는 통통한 외모라는 원작 설정을 보다 잘 반영한 것 같다는 유저도 있다.
반면, 이러한 변화에 반감을 표하는 유저도 있다. 바뀐 모습이 원작과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마비노기’는 14년간 서비스를 진행한 장수 온라인게임이고, 게임을 꾸준히 즐긴 팬층도 탄탄하다. 자연히 NPC나 마을 등에도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런 캐릭터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당황스럽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데브캣 스튜디오가 NPC 외모를 수정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데브캣 이진훈 디렉터가 게임메카에 전한 답변에 따르면 “’마비노기 모바일’이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와는 다른 세계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특히 초반에 만나는 NPC는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외모나 설정 등을 변경한 것이라고 한다. 이어 ‘정치적 올바름’ 등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회 문제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 지스타 인터뷰에 참여했던 데브캣 스튜디오 이진훈 디렉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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