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불수능 저리가! 게임 속 상상초월 '시험' TOP 5
2018.11.22 19:03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수능이 끝난 지도 꼬박 1주일이 지났다. 이번 수능은 유독 불수능으로 이야기가 많다. 쉬운 영역이 없었던 2019학년도 수능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국어영역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원래 쉽게 풀려야 햐는 화법과 작문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신유형이 출제됐으며, 비문학에서는 증여와 유언, 질점과 만유인력, 가능 세계 등 어려운 개념이 난무했다. 여기에 분명 한국말임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문장들이 더해져 수험생들에게 진정한 불지옥을 선사했다.
불수능이라고 해서 말인데, 게임 속에도 정신이 쏙 빠지게 만드는 어려운 난이도의 퀴즈가 종종 나온다. 게임 하는 와중에 문제를 푸는 것도 화가 나는데, 가끔은 뇌를 100% 사용해도 맞출 수 없는 요상한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결국 공략집을 봐야만 풀 수 있을 만큼 어려운 문제를 왜 다른 데도 아닌 게임에 넣은 건지 이해를 하려야 할 수가 없다. 오늘은 불수능 뺨치는 게임 속 어려운 문제 TOP 5를 준비해 봤다.
TOP 5. 킹스 퀘스트 - 보고 써도 틀릴 만한 노움의 이름을 맞춰라?
▲ 'ifnkovhgroghprm' 이 저 망할 난쟁이의 이름이다 (사진출처: Video game hints 유튜브 영상 갈무리)
보통 게임에 등장하는 퍼즐은 상식 선에서 풀 수 있게 나오거나, 시간을 두고 게임을 만지다 보면 결국엔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드벤처 게임의 원조인 '킹스 퀘스트'에 등장하는 퍼즐은 그렇지 않다. 천천히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한 '노움'이 길을 막아서는데, 글쎄 자기 이름을 맞혀야만 길을 열어주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 작자의 이름을 알 수 있을 만한 힌트가 게임 내에 정말 단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이 길을 지나갈 필요는 없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이템을 훔쳐 가는 괴물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괴물들이 빼앗는 아이템 중에는 클리어를 위해 꼭 필요한 퀘스트용 아이템도 있다 보니 자칫하다간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국이다. 오랜 시간 끝에 이 '노움'의 이름을 알아낸 유저가 있었으니 바로 'ifnkovhgroghprm'. 보고 따라써도 틀리게 생긴 이름인데 알아내려면 암호학에도 정통해야 한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노움의 이름인 'Rumpelstiltskin'을 A는 Z, B는 Y, C는 X, 이런 식으로 치환해 다시 쓴 글이다. 게임 초반부에 마녀의 집에서 "가끔은 거꾸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라고 적혀있는 쪽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게 그 뜻이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TOP 4.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친구가 죽게 생겼는데 갑자기 분위기 성경?
▲ 지금 자살하려는 사람 앞에서 성경 구절을 고르라는 거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뛰어난 스토리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냥 뻔한 미국 10대 소녀들의 초능력물인 줄 알고 시작한 플레이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엔딩을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다. 게임 자체는 매우 간단해서 때에 맞는 선택지를 눌러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연히 선택지에 따라 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맵 여기저기를 잘 돌아다니며 올바른 선택지를 고르기 위한 힌트를 찾아야 한다.
헌데,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구간이 하나 나온다. 바로 케이트의 자살을 막는 장면이다. 자살을 위해 건물 난간에 서있는 케이트를 막기 위해 달려간 맥스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런 저런 회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화가 절정에 달하고 마지막 선택지에 따라 친구의 생과사가 갈리는 그 순간! 난데없이 선택지에 ①'마태복음 11장 28절' ②'잠언 21장 15절'... 아무 설명이 없으니 열심히 게임하다말고 성경을 뒤져야 할 판국. 참고로 정답은 '마태복음' 이며, 잘못 선택했다간 친구 한 명을 잃게 되니 객기는 금물이다. 물론, 케이트 방을 열심히 뒤지다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 진짜로 성경을 찾지는 말자.
TOP 3. 아이돌 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 - 뭘 골라도 랜덤이라고?
▲ 정답은 없다. 결과는 어차피 랜덤으로 정해지거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 중 하나인 '아이돌 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이하 스테마스)'는 많은 프로듀서의 질타를 받은 작품이다. 라이벌 프로덕션의 가수인 '시이카'가 등장해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을 가로채질 않나, 게임플레이도 전작과 다를 바 없어 지루하다는 평 일색이었다. 여기에 곡 하나 가격이 최소 1만 3,000원에 달하는 경이로운 DLC 가격 책정이 더해지자 그야말로 프로듀서들의 인내심이 폭발한 것이다.
게임 내 여러 단점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부분을 뽑으라면 바로 '영업' 시스템이다. 좀더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일종의 조련인데, 대충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스케줄을 가던 중에 팬이 선물로 음료수를 하나 건네준다. 선택지에는 단숨에 스트레이트로 음료수를 들이킬지, 아니면 우아하고 고상한 척을 하며 마실지, 갑자기 가슴을 모으며 매력을 어필할건지 등이 나온다. 그냥 냅다 바닥에 던진다는 선택지도 가끔 나온다. 그런데 만약 실수로 바닥에 던지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걱정하지 말자. 결과는 랜덤으로 결정되니까. 아무리 나쁜 선택지를 골라도 팬들이 당신을 좋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행여 길가에 쓰러진 팬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선택지를 골라도 상관 없다. 팬들은 랜덤으로 당신을 좋아해 줄 것이다.
TOP 2. 퀴즈 아카데미 6000 - 보기에 정답이 없다
▲ 94년도에 출시된 한국산 퀴즈게임의 위엄 (사진출처:MEAT BALL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금은 도산한 선아전자가 1994년 야심 차게 출시했던 아케이드 게임 '퀴즈 아카데미 6000'은 문제 하나하나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1993-94 농구 시즌에서 투표를 통해 최고 선수로 뽑혔던 여자선수를 묻는다거나, 가변날개를 지닌 전투기를 고르는 문제가 나오는 등, 94년 당시의 지식을 모두 섭렵한 사람이 아니면 입이 턱 막히는 문제가 여럿 나온다. 심지어 돼지고기 중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를 묻는 어처구니없는 문제도 나온다. 참고로 게임에선 '제비추리'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게임이 어렵기만 하면 상관이 없는데 오류도 적잖이 많다. 멘델스존이 작곡한 결혼행진곡이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 '로엔그린'이라고 되어 있다던가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혼재되어있는 식이다. 오류만 있으면 다행이다. 아예 보기 중에 정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드래곤 볼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형'을 묻는 문제. 꽤 쉽다고 생각하고 선택지를 보니 베지타, 후리자, 카카로트, 피콜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정답이 없다. 심지어 프리저가 후리자로 되어있고 베지터는 베지타가 되어 있는 웃지 못할 오타까지 보인다. 일단 게임에서 정답은 '베지타'인데, 이거 맞춰도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손오공의 형은 '라데츠'기 때문이다.
TOP 1. 포가튼 사가 - 다른 게임을 하고 와야 풀 수 있다
▲ 아니 게임에 나오는 사람을 물어봐야 할거 아니야! (사진출처: 게임 코드 프리)
손노리의 RPG '포가튼 사가'에는 각종 오명이 넘친다. 이를테면 95년에 예약판매를 시작해 돈을 입금했는데 계속 발매가 연기돼 게임은 구경도 못 하고 군대를 간 유저가 생겼다거나,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산적한 버그 때문에 게임 나오고 10년 만에 버그를 수정한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그야말로 수많은 미담(?!)으로 넘친다. 수정판에서 조차 수많은 버그가 발견된 건 덤이다. 덕분에 '버그튼 사가'라던가 'X가튼 사가'등 각종 별명을 함께 안고 간 작품이기도 하다.
버그만 많으면 모르겠는데, 게임 중간에 요상한 퀴즈가 등장한다. 메인이벤트 중 하나인 '알카서그'를 찾는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알카서그의 탑을 오르게 되는데 여기서 풀게되는 문제들이 가관이다. '가로린의 종족 중 하나이며 가로린 종족의 지배계층이다. 가로린들의 역사와 지식의 전수를 담당하는 A는 무엇인가?' 인데, 어처구니 없게도 이 게임에서 가로린이란 종족의 지배구조나 생활상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부분의 문제가 이런 식이다. 문제를 풀고 싶다면 손노리에서 제작한 다른 작품을 반드시 플레이하고 와야 한다. 엔딩을 보고 싶다면 우리 회사에서 만든 다른 게임을 홍보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생각해보니 괘씸하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