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e스포츠 리그 방송이 줄어들고 있다
2019.01.17 17:12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작년부터 TV에서 e스포츠 리그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기자는 평소에 TV로 e스포츠 리그를 종종 시청한다. PC나 스마트폰으로도 중계를 볼 수 있지만, 거실에 앉아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큰 화면으로 경기를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TV에서 e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빈도수가 극도로 줄었다. 게임 채널을 틀어도 기존 경기를 재방송해주거나, 리그가 아닌 게임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단지 느낌일 뿐일까? 두 방송국 편성표를 살펴봤다. 1월 17일, OGN은 ‘정복자들’이나 ‘켠김에 왕까지’ 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지난 LCK 경기를 다시 방영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스포TV 게임즈도 마찬가지다. 리그 생중계는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가 전부이며 이 외에는 기존 경기 재방송이 대부분이다. TV에서 e스포츠 리그를 생중계하는 경우가 줄었다는 것은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 1월 17일 OGN 편성표,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기존 LCK 경기 재방송이 주를 이룬다 (자료출처: OGN 공식 홈페이지)
특히 작년까지 두 방송사가 제작을 맡았던 LCK가 올해부터 라이엇게임즈 자체 제작으로 넘어가며 TV에서 LCK 생중계를 시청할 창구가 급격히 줄었다. 이번 시즌 LCK는 SBS아프리카TV를 통해 TV로 생중계되지만, OGN, 스포TV 게임즈와 비교하면 커버하는 지역이 좁다. 기존에 경기를 중계하던 주요 채널이 사라지며 TV 중계 비중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방송사가 새로 준비 중인 리그는 없을까? 이 역시 확실한 부분은 없다. OGN의 경우 중계가 확정된 대회는 ‘배틀그라운드’ 국내 리그, PKL(펍지 코리아 리그) 외에는 없다. OGN은 “올해 자체 브랜드 대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에 관해 설명할 자리를 가지려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자체 브랜드’ 대회란 과거 ‘온게임넷 스타리그’처럼 게임사가 아닌 방송사가 운영권을 갖는 리그를 말한다.
스포TV 게임즈 역시 상반기에는 e스포츠 리그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 없다. 스포TV 게임즈는 “현재 진행 중인 리그는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서든어택’이 있으며 새로운 리그로 ‘테라’ 던전 토너먼트가 예정되어 있다. 다만 ‘사이퍼즈’와 ‘테라’는 온라인으로만 방송한다”라며 “상반기에는 e스포츠 리그보다 유튜브 채널 ‘라우드G’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리그보다는 새로 연 유튜브 채널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 스포TV 게임즈는 올해 상반기에 유튜브 채널 '라우드 G'에 집중한다 (사진출처: 유튜브 공식 페이지)
리그 주도권 이동과 시청 환경 변화, 두 가지가 맞물린 결과
e스포츠가 뿌리를 내린 토양은 TV다. 시청률에서도 남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전성기였던 2003년에 온게임넷(현 OGN)은 13세부터 25세 남성 기준으로 87개 케이블 TV 채널 시청률 1위를 찍었던 적도 있다. 프로야구처럼 전통 스포츠와 비교해도 인기와 시청률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들었다.
방송국 차원에서도 e스포츠 리그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특히 해가 갈수록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e스포츠 매출은 9억 600만 달러(한화로 약 9,821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는 2017년보다 38% 성장한 것이다. 아울러 매년 점진적으로 매출 규모가 성장해 2021년에는 16억 5,000만 달러(1조 7,886억 원)에 도달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e스포츠가 싹을 틔운 시점은 1990년대 후반이지만 글로벌로 보면 블루오션이다.
▲ 작년 e스포츠 매출 규모는 2017년보다 38% 늘었다 (자료출처: 한콘진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에서 e스포츠는 시장성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국내외 성장세도 뚜렷하다. 그런데도 TV에서 e스포츠 리그 중계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부분은 리그 주도권이 방송사에서 게임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LCK를 보유한 라이엇게임즈는 물론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2’ 등 e스포츠 종목 다수를 지닌 블리자드, ‘클래시 로얄’을 앞세워 모바일 e스포츠에 힘쓰고 있는 슈퍼셀까지, 게임사가 운영권을 가지고 리그를 주도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TV로 e스포츠 리그 중계를 시청하는 비율도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71.8%를 차지한 유튜브이며, 케이블 TV는 30.2%에 불과하다. 여기에 트위치, 네이버, 아프리카TV까지 경기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채널도 다양하다.
▲ 시청자들이 가장 리그를 많이 보는 플랫폼은 유튜브다 (자료출처: 한콘진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
TV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는 종목사 입장에서 경기를 방영할 채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TV 채널 없이 온라인으로만 가도 문제없이 리그를 내보낼 수 있다. 리그 주도권이 게임사로 넘어가고,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보는 비중이 늘어난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TV에서 e스포츠 리그 중계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트위치를 중심으로 ‘오버워치 리그’를 중계하고 있으며,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하는 LCK 역시 TV 채널은 SBS아프리카TV 하나지만 온라인은 아프리카TV, 네이버, 페이스북까지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었다. 온라인으로 시청자를 커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방송사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식인데, 리그를 자체 제작할 능력이 있는 TV 방송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 LCK는 TV 채널은 하나지만 온라인 채널은 여러 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온라인이 대세라지만 TV가 갖는 상징성은 있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에도 무시할 수 없는 시류가 있다. 방송사에서 종목사로, TV에서 온라인으로 대세가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TV가 갖는 상징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당시 e스포츠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부각된 요인 중 하나는 지상파 TV에서 경기가 생중계 되었다는 것이다.
TV가 갖는 상징 중 하나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이 점을 e스포츠와 함께 생각해보면 TV는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단번에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온라인은 가질 수 없는 TV만의 강점이다. 이 부분이 시장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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