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슈트 액션, 아이언맨이 부럽다면 '앤썸'이 딱이다
2019.02.18 20:05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15일 얼리 액세스로 먼저 출시된 '앤썸'의 완성된 모습은 마지막 데모에서 지적 받았던 요소들을 대다수 다듬으며 많은 유저들이 갖고 있던 걱정과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강력한 화력과 콤보가 더해진 액션은 여전히 매력적이었으며, 기계슈트를 이용한 속도감 넘치는 전투도 여전했다. 불편했던 조작과 UI도 개선됐다. 몰입을 방해하는 적잖은 버그와 잦은 로딩만 제외하면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된 트리플 A 갓겜이었다.
슈트의 기능을 십분 살린 탁월한 맵 구성
'앤썸'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훨씬 탄탄하다. 본 작에 등장하는 세계는 어떤 창조주가 찬가란 이름의 유물을 이용해 세상을 만들다가 놔두고 떠난 곳이다. '앤썸' 속의 인류는 이 불안정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벨린'이란 슈튜를 만들어 건설과 하역, 전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유저는 이 슈트를 입고 활동하는 '프리랜서'가 되어 신들이 남기고 간 유물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각종 음모를 해결하게 된다.
콘텐츠도 이 처럼 훌륭한 맵 구성과 비주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본작의 콘텐츠는 크게 스토리를 위한 미션과 맵을 맘대로 돌아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프리플레이로 나뉜다. 미션을 수행하게 되면 맵의 이곳 저곳이나 제작자가 설정해놓은 루트를 따라가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반면 자유도는 조금 떨어진다. 반대로 프리플레이를 수행하게 되면 직접 맵 곳곳을 탐방하면서 전투거리나 소일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편한 반면 그야말로 진짜 탐험을 즐기는 느낌을 준다. 두 콘텐츠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플레이 하도록 유도됐기 때문에, 큰 지루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조직적인 전투 체계와 육성의 재미
맵 구성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이 전투 디자인이었다. 본작의 전투는 총기뿐만 아니라 각종 보조무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바로 병과와 콤보 시스템이다. 본작에 등장하는 자벨린 슈트는 총 4종으로 민첩한 움직임과 강력한 근접 공격 콤보로 적을 암살하는 '인터셉터', 원소 공격을 이용하는 마법사 같은 슈트 '스톰', 전천후의 기능과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레인저', 방어력을 앞세워 적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콜로서스'가 있다.
이 4가지 슈트의 전투 메커니즘은 확연하게 다르다. 이를테면 인터셉트는 방어력이 약한 대신 3단 점프와 3단 회피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적진 중앙에 파고들어 빠른 속도로 적을 베어내는 전투법을 사용하는 슈트다. 스톰은 방어 역장을 자동으로 전개해주는 뛰어난 호버링 성능을 이용해 고지대에서 강력한 화력의 원소 공격을 쏟아붓는 역할을 맡는다. '콜로서스'는 생김새 답게 지상에서 적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며 다른 병과가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탱커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각기 다른 성능의 슈트가 전투 중에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지가 미션을 수월하게 깰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열쇠가 된다.
이 속성과 타입의 조화는 다른 슈트간의 합동 공격에서도 유효하다. 오히려 혼자 적을 처치할 때보다 다른 유저와 함께 전투를 전개할 때 공격력이 훨씬 높아진다. 이를테면 스톰이 적을 얼리거나 감전 시키고 인터셉터가 그 순간 적들 속으로 파고들어가 근접 공격으로 적을 베게 되면 스톰의 콤보 효과와 인터셉터의 콤보효과가 동시에 발동하는 식이다. 각 슈트의 공격 타입과 속성이 기민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력과 다양한 전략전술을 모두 요구하는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
장비 기능뿐만 아니라 외형도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앤썸'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얼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 보다도 자벨린 슈트에 집중돼 있다. 아직 출시 초기라 고를 수 있는 슈트 디자인은 한정적이지만, 슈트의 색깔부터 질감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본인 입맛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그것도 슈트 내피나 관절, 추진기 등 구성 요소 하나하나 구분해서 꾸밀 수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질감도 고무나 낡은 가죽, 녹슨 철 등 폭이 넓다. 그야말로 나만의 슈트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부족한 스토리 전달력은 감안해야
이렇게 비주얼적인 측면과 자벨린 슈트를 활용한 뛰어난 액션에도 불구하고 단점은 있다. 데모 버전에서도 지적됐던 스토리 전달의 문제다. 물론 데모버전에 비해서 게임의 목표는 비교적 명확해 졌다. 하지만, 스토리 구성은 여전히 투박한 상황이다. 본 작의 스토리 진행은 마을에서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때문에 한 미션이 끝나면 반드시 마을로 돌아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주요 인물을 찾아가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 같은 구성은 미션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해 몰입감을 해치기만 했다.
이 밖에도 자잘한 버그는 여전했다. 제일 심각했던 것은 사운드 버그였다. 미션 진행 중에 갑자기 음향이 안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인게임 중에는 고칠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에 게임을 한 번 껐다가 키는 수 밖에는 없었다. 데모버전에서 우려됐던 불안정한 서버는 고쳐졌지만, 이처럼 작은 버그가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키보드로만 조작이 가능했던 불편한 UI는 마우스 클릭으로도 조작할 수 있도록 고쳐졌지만, 유저가 직접 조작 방식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왔다.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이 게임을
'앤썸'은 영화에서만 보던, 혹은 상상의 나래에서만 꿈꾸던 슈트 액션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총알을 쏟아붓는 적들 사이로 파고들어 동료들과 함께 전투를 벌이다 보면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가 '워머신'과 함께 보여준 액션신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 뛰어난 슈트 액션에 RPG 특유의 육성하는 재미와 거대 괴수와 벌이는 육중한 전투를 모두 담아낸 노련함은 부족한 스토리 전달력쯤은 개의치 않을 만큼 매우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