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폐업, 국내 오락실 뿌리까지 마른다
2019.03.11 16:22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최근 2~3년새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과거에 비해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센터(오락실)이 부쩍 늘어난 것이 확연히 보인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부터 중소형 개인 업소까지. 전국 번화가마다 아케이드 게임센터가 없는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일각에서는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추락한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아케이드 제 2의 붐’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몇 달새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아케이드 게임센터 폐업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주로 개인 영업 중소 게임센터들이지만, 철권 성지 ‘그린게임랜드’처럼 수십년 넘게 유지돼 온 유명 게임센터마저 하나둘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처음엔 몇 개 업소의 경영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자 하니 사태가 심상치 않다. 최근의 폐업 러시는 그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 국내 오락실 산업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 걸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아케이드 게임 개발 뿐 아니라 아케이드 게임센터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하나의 산업군이 뿌리부터 말라죽어가고 있는 와중이다.
일단 자기 소개 간단히 부탁드린다
폭스비: 현재 망월사 아케이드원 점장인 폭스비라고 한다. 아케이드 게임인 ‘EZ2AC’를 개발하다 외부 상황이 어려워져 개발팀이 해산되어, 작년 8월부터 아케이드 게임센터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아케이드 게임센터 폐업이 잦은데, 업계 분위기와 현황이 어떤가?
폭스비: 최근 10년간 아케이드 게임 업계에서 '어렵다'는 표현이 나온 적이 그닥 없었는데, 요즘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쉽게 접한다. 2000년대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많은 게임센터들이 폐업을 하고 불황을 겪었다지만, 그 흐름에서도 남아 있던 게임 센터는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영업 방식을 유지하던 게임센터들이 최근 몇년 전부터는 알게 모르게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앞으로 영업 형태를 바꾸거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가게도 상당수다. 아케이드 게임기 A/S와 유통을 담당하는 곳인 을지로 대림상가도 지금은 인적이 드물고 매우 조용하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최악인 줄 알았는데, 지금이 그 때보다 더 심한가?
폭스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양적으로 따지면 바다이야기 사태가 더 크겠지만, 지금은 최악의 경우 한국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궤멸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상으로는 가장 큰 위기이고 불황이라 할 수 있다.
그 원인이 뭔가?
폭스비: 가장 근본적 이유를 따지라면 아케이드 게임 자체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센터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까스로 매출을 지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첫째 코인노래방, 둘째 인형뽑기(프라이즈), 셋째 스틱형 비디오 게임, 넷째 철권, 다섯째 리듬게임이 그 요소들이다. 이것들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폐업을 고려하는 가게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럼 일단 첫 번째 원인인 코인노래방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예전 코인노래방이 오락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였나?
폭스비: 가게 위치에 따라 달라지겠다만, 매출의 40%~60%를 담당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게임센터 경쟁이 심했던 노량진의 경우 4~5개의 업소 주로 취급하는 게임은 각각 달랐지만, 코인노래방 매출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오락실의 좁고 낡은 부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현대적이고, 넓고, 좋은 시설을 갖춘 코인노래방 전문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그 수는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손님들은 오락실 코인노래방을 찾지 않게 됐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인형뽑기인가?
폭스비: 정확히는 코인노래방 붐이 사그라들기 이전부터 인형뽑기 붐이 시작됐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트렌드였다. 적은 비용으로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놀이들과는 다르게 인형이라는 확실한 전리품이 있기에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좋았다. 결국 매출이 줄어가는 코인노래방 부스나 게임기를 일부 정리한 후 인형뽑기 기기를 배치하는 곳이 많아졌고, 엄청난 수준의 매출 향상이 있었다. 당시가 아케이드 게임업계 제 2의 붐이라고 불리던 때로, 인형뽑기와 코인노래방 붐이 겹치던 때에 시기를 잘 탄 게임 센터들은 매출이 어마어마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선두로 일반 게임센터도 많이 오픈했고 전체적으로 양적인 향상이 많이 이루어지던 때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오락실 개업은 코인노래방 붐이 꺼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극단적으로는 매출의 최대 80%까지 인형 뽑기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게임센터들을 보면 1층은 인형뽑기 존, 2~3층이 일반 게임 존인데 1층 매출로 2~3층을 유지했다고 보면 된다.
그런 인형뽑기 붐도 요즘은 많이 가시지 않았나?
폭스비: 그렇다.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A급 상권에 있는 인형뽑기 매출 위주의 오락실들이다. 그 이유는 시장 구조의 한계다. 양적인 향상은 쉽게 이루지만 질적인 향상은 그에 못 따라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일본 대형 게임 센터들을 보면 오랜 기간 동안 인형뽑기를 메인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붐이 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 국내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인형뽑기에 가장 중요한 ‘상품’이다. 일본의 경우 시기별로 새로운 인형뽑기 전용 상품이 지속적으로 개발 공급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법적인 문제로 경품 상한액이 5,000원으로 제한된데다, 퀄리티 자체도 떨어졌다. 일부 업자들은 저질 상품이나 이미테이션 굿즈를 대량으로 취급했고, 만족감 낮은 상품을 뽑은 소비자들은 굳이 인형뽑기를 해야 할 메리트를 못 느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 드리겠다. 스틱형 비디오 게임이 아케이드 폐업의 원인이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폭스비: '월광보합'이라는 것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많게는 몇 천 가지의 고전 게임들을 한가지 팩에 담아 즐길 수 있는 기판이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버젓이 업소에서 가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고, 본인 또한 운영하는 게임장에서 가동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월광보합이 인기를 끌다 보니, 게임센터 업주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찾게 된 것이다. 이제는 포털 오픈마켓에서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들이 ‘월광보합’을 플레이하는 장면이 나왔다.
즉, 소비자들이 월광보합 등 고전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에, 일반 오락실에서 많게는 500원이나 투자해가며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참고로 국내의 경우 SNK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월광보합 판매 업자들한테 모두 내용 증명을 보내 최근에는 판매가 거의 중단된 수준이다.
그럼 월광보합 뿐 아니라 일반 고전게임류 매출도 확 줄었나
폭스비: 원래 낮았기에 '확'이라는 표현을 쓰긴 어렵지만, 고전 게임류의 매출 비중이 높던 업소들이 있었다. 그런 곳들은 타격이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그래서 영업 형태를 바꾼 곳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네 번째 요소인 ‘철권’으로 넘어가겠다. 사실 요즘 ‘철권’은 오락실이 아닌 집에서 즐기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폐업한 그린게임랜드도 비슷한 이유로 폐업한 것으로 안다.
폭스비: 가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 ‘철권’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에서 그 이상 됐다. 코인노래방과 인형뽑기가 맥을 못 추는 사이 ‘철권’ 매출이 그만큼 따라와 줬다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후퇴했다. 대표적으로 ‘철권 태그 2’ 당시의 매출이 100이라고 가정한다면, ‘철권 7’ 이후로는 50, 지금은 많이 쳐줘도 10이다. 게임센터마다 차이가 있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될 수 없지만, 대충 이 정도 체감이다.
과거 ‘철권 태그 2’의 경우 한 조(두 대)를 묶어 판매했지만, 철권 7은 한 대 단위로 판매됐고, 출고 당시 가격은 1,280만원이었다. FR 업데이트 비용은 400만원 내외였고, 판당 과금 로열티는 40원이다. 참고로 지금은 ‘철권7 FR’ 케이스 구하려면 대당 400만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시점에 400만원을 주고 ‘철권7’을 구입하더라도 본전을 찾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아케이드의 경우 업데이트도 느리지 않은가.
폭스비: 이미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얼마 전 스팀 시즌2 업데이트를 묶어 ‘철권 7 FR ROUND2’가 발매되었다. 참고로 그 ROUND2도 한국에서는 발매 여부가 미정인 상태다. 프로게이머들의 SNS 언급 등을 보면 게임은 스팀으로 플레이하고, 가끔 즐기는 선에서 아케이드를 하는 정도가 아닐까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무릎 선수와도 SNS에서 이 건으로 대화를 간단히 나눈 적이 있지만, 아케이드판 ‘철권’을 플레이할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부분에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실제로 제가 운영하는 게임 센터의 ‘철권’ 손님도 같은 느낌이다. 몇 판 즐기는 정도로만 오는. 그도 그럴 것이 스팀은 초기에 게임 값과 DLC만 구입하면 되지만 오락실에서는 판당 500원을 내야 하잖나.
그린게임랜드가 많은 말을 남기지 않고 폐업했지만, 사실은 할 말이 정말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업계 사람들은 '폐업 시기를 잘 잡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더 늦었다면 출혈이 상당했을 것이다. 지금은 ‘철권’ 손님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아케이드 ‘철권’ 시장이 좋아질 모멘텀이 있냐 하면 그건 단언컨대 아니다. 일본에서 같은 제작사의 다른 프랜차이즈인 '건담vs건담'은 아케이드를 좀 더 중점적으로 메리트를 주고 있는데, 철권은 그렇지가 않다. 사실, 일본에서는 ‘철권’ 아케이드 유저 비중이 적기 때문에 스팀을 중시하는 개발사의 입장도 납득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이 한국 아케이드 게임센터 폐업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된 점은 유감이다.
다섯번째 요인인 리듬게임으로 넘어가 보자. 리듬게임엔 딱히 불황이 찾아온 것 같진 않은데, 뭐가 문젠가.
폭스비: 지금 당장은 리듬게임에서 큰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게임 개발자 입장으로서 보는 국내 아케이드 리듬게임 시장은 먹구름이다. 일단 국내 리듬게임 유저(특히 10대) 유입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지 않고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게임적 장치를 통해 전체적 매출은 유지하고 있지만, 유저 풀이 알게 모르게 줄고 있다는 점만큼은 사실이다.
특히나 일본 아케이드 리듬게임들이 점점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그래도 외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점점 갈라파고스화되는 느낌이 있다. 게임 콘텐츠들이 좀 더 일본 젊은이, 일본 마니아층들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국한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한국 출시를 하지 않는 게임도 있다. 국내 일반적인 젊은 게이머들이 일본 리듬게임을 했을 때 재밌게 즐길만한 콘텐츠가 얼마나 있냐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
폭스비: 마니아층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본에서는 일본 리듬게임에서 굳이 소위 '오타쿠'가 아니어도 즐길만한 콘텐츠가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일본 리듬게임은 1020을 넘어 30대를 타깃으로 하는 라이선스 곡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인데, 마치 일본 서브컬쳐판 '토토가'라 비유할 만 하다. 이런 부분들이 한국의 사람들에게 폭 넓은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일본 역시 세가와 코나미를 선두로 내수 시장 경쟁이 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선을 더 끌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국산게임들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지만, 절대적인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따라갈 수 없어 아쉽다.
국내 업주 입장에서 온라인 플레이 과금이나 업그레이드 비용 같은 것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은데?
폭스비: 처음 코나미의 플레이 과금 체계는 업그레이드 비용을 없애는 대신 판 당 과금을 받는 형태로 진행하겠다는 가정 하에 도입됐다. 업주들은 과금 외에는 추가 비용이 없다는 말을 믿었다. 하지만 최근 기판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상당한 지출이 요구되고 있기에 불만이 심한 상태다. 과금 이외에 추가 비용이 발생되지 않을 것을 감안하여 '노마진' 수준의 영업을 했던 곳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폐업을 고민하던 오락실들에게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 외적으로 아케이드 게임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은 뭐가 있을까?
폭스비: 위에 언급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대안인데, 최근에는 VR게임이나 방탈출 등 즐길거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반 게임센터가 VR게임장으로 업태를 변경한 곳도 있고, ‘비트세이버 아케이드’ 등 VR 게임기를 들여놓은 곳들도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사람들이 오락실을 오냐 마냐의 문제지, 기존 오락실의 구조를 무너트리는 형태는 아니기에 추측만 가능할 뿐 구체적인 영향을 설명할 수는 없겠다.
아케이드 게임장이 무너지는 다양한 원인을 설명했는데, 최근 생겨나는 무인 오락실들도 이런 비용부담적 측면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봐도 무방할까?
폭스비: 그렇다. 무인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상당히 늘어났다. 사실 게임센터는 인건비가 적게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한 업종이었는데, 매출이 워낙 줄어들다 보니 그 조금의 인건비 조차도 부담할 수 없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작년까지 제 2의 아케이드 붐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프랜차이즈/일반 업소들이 생기면서 경쟁이 심해졌을 것 같은데,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폭스비: 최근 오픈한 업소 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만, 제가 개발하던 게임 유통사도 게임 센터 오픈이나 기기 유통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가만 지켜보면 과거엔 한달에 한두 곳은 신규 오픈을 하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최근 체감되는 오락실 붐은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센터가 프랜차이즈별로 20~30개 정도 각지 굵직굵직한 상권에 오픈하면서 체감되는 숫자가 컸던 것 같다.
유저 체감와는 반대로, 작년부터 오락실 창업 붐이 잦아들며 치킨게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매출이 감소하다 보니 한 코인에 2회 게임을 제공한다거나 하는 고육지책을 냈다. 서비스나 환경 등을 좋게 하는 품질 경쟁이 아닌, 단순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곳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 업소들은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다. 특히 위에서 설명한 갑작스러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업소라도 돈을 잘 벌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라 안타깝다.
영업도 어려워지고 치킨게임까지 시작된 마당에, 대형 게임 프랜차이즈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건가?
폭스비: 이런 이야기 하면 프랜차이즈들이 싫어할텐데, 앞서 코인노래방과 인형뽑기 붐이었던 시절에 그야말로 엄청 많이 벌었다. 지금도 매출이 반타작이 나긴 했지만 유지는 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엄청난 수익을 본 후라 지금 상황이 반갑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심지어 가속화될 경우 대형 오락실 체인까지 무너질 것 같은데
폭스비: 그렇다.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 바로 그 때인데, 프랜차이즈 오락실이 무너지는 시점이 진정한 아케이드 게임센터의 암흑기가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그런 시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다수 직영을 하거나 가맹점엔 본사에서 기기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에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업계 불황이 장기화된다면 분명 곪아온 문제가 터질 것이다.
종합해 보면 산업 발전을 위한 중심축 없이 대안만 찾던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버블이 꺼지는 느낌도 든다. 여기에 외부적 상황까지 긍정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이 상황이 장기화/가속화되면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어떻게 될까? 업계가 살아날 방법(자의적이건, 외부 바람이건)은 없는 걸까?
폭스비: 코인노래방과 인형뽑기가 90년대에도 있었지만 갑자기 트렌드가 될 줄은 몰랐듯이, 모든 것은 우연이 일치하여 발생하기에 '반짝'할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긍정적 요인이 부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결론은 '붐'은 아니더라도 좀 더 내실을 다진다면 안정화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온다고 생각한다. 상품이 되었건 게임이 되었건, 국내 젊은층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공급될 수만 있다면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궤멸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더 큰 자본이 뜻을 가지고 VR이나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거나 지원하는 결단을 내리면 좋겠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원봉사와도 같은 일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답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 ‘펌프 잇 업’ 같은 국산게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리즈를 유지하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유통과 개발 업계 어디선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