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코 6, 나 독재자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2019.04.05 18:34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트로피코’ 시리즈는 식민지 총독에서 시작해 현대까지 장기집권을 누리는 독재자 ‘엘 프레지덴테’가 돼 작은 섬나라를 운영하는 게임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가 되는 게임이라는 말에 혹해 ‘트로피코’ 시리즈를 시작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게임을 즐기다 보면 민주주의와 자유를 무척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트로피코’ 시리즈는 ‘독재를 하기 가장 어려운 독재게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사람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기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게 시리즈 최신작 ‘트로피코 6’가 많은 관심 속에 지난 3월 29일 출시됐다. 5년 만에 돌아온 위대한 독재자 ‘엘 프레지덴테’는 우리에게 독재의 실체를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이 진짜 독재자다! – 이상편
본격적인 ‘트로피코 6’ 플레이에 앞서 독재자의 마음을 갖추기 위해 분신인 ‘엘 프레지덴테’ 외모에 많은 신경을 썼다. 기자는 근래 가장 유명한 독재자를 모티브로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했다. 자신만의 ‘엘 프레지덴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출시 초기여서 그런지 머리모양이나 의복 등이 다양하지 못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트로피코 6’의 최대 장점은 가장 현실에 가까운 독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엘 프레지덴테’의 시작은 여느 독재자들의 시작과 다르지 않다. 식민지 총독으로 시작했으나 인민의 지지를 얻어 억압적인 제국주의를 물리친 위대한 영웅! 특히 독립을 돈이 아닌 전쟁으로 쟁취했을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독립 이후 진정한 국가원수가 되면 본격적인 독재행위를 할 수 있다. 세계대전 시대부터 현대 시대까지 이 작은 섬나라는 강력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 ‘엘 프레지덴테’는 이들을 잘 조율해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을 펼치는 정파 지도자가 눈에 심히 거슬릴 것이다. 위대한 독재자라면 소심하게 매수 따위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암살을 하자. 정국이 조금 어렵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게 계엄령을 선포하자.
위대한 독재자인 만큼 휘황찬란한 궁전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궁전은 이런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또한 세계 유명 건축물들을 약탈해 내 나라의 랜드마크로 세울 수 있다. 동상과 선전물과 함께 독재자의 위엄을 한껏 높여준다. 유명한 독재자처럼 핵무기와 항공모함을 개발해 강대국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진짜 독재자다! – 절망편
이처럼 ‘트로피코 6’는 독재를 위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시리즈 1편부터 5편까지 등장했던 모든 요소들을 눌러 담은데다가 새로운 요소들까지 있으니 독재를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독재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독재라는 점이 문제다. 독재자의 로망 같은 요소들을 모아놓았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 모두 행할 수 없다. 장난감 사이사이에 독이 묻은 단검이 섞여 있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만약 마음 내키는 대로 독재를 한다면 강대국의 침략에 패망하거나,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기자 역시 게임을 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바 있다.
또한 콘텐츠가 풍부해진 만큼 게임 진행 역시 복잡해졌기에 난이도가 전작들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식민지 시대부터 치밀한 계획 하에 칙령, 연구개발, 건설 등을 진행해야 하지 않으면 다음 시대를 플레이 하는데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 특히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식민지 시대를 넘어서는 것도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를 통치한다는 점은 ‘트로피코 6’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스케일이 큰 독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신경 써야 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아져 마니아까지도 당황스럽게 한다. 대형 교각과 터널, 케이블 등이 추가됐음에도 여전히 불편한 교통 시스템도 군도 통치를 어렵게 만든다.
지극히 현실적인 독재 게임의 결정판
‘트로피코’ 시리즈는 신작이 나오더라도 그래픽과 시스템 몇 가지만 조금씩 변화할 뿐 기본적인 골격은 항상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절대 실망을 안기지 않는 게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트로피코 6’는 1편부터 5편까지 장점들을 모두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은 없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게임이었다.
독재는 절대 쉽지 않다. 평생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도 편히 죽음을 맞이한 독재자들도 있지만,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독재자들이 더 많다. ‘트로피코 6’는 이러한 현실을 너무나 잘 반영해 독재가 정말 어려운 길임을 알려주는 매우 교육적인 게임이다. ‘트로피코 6’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서 독재지향적인 정치성향을 가졌다고 오해하지 말자.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수호자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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