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만이 아니었다, 봇물 터진 해외 게임사 '근로환경' 문제
2019.05.09 18:26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게임업계의 강도 높은 노동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는 ‘크런치’라는 단어가 대중에도 퍼져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작년에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꿔보자는 각오를 바탕으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 노조가 생겼다. 올해는 업계에서 포괄임금제 폐지가 이어졌고, 두 노조가 회사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게임업계의 살인적인 노동 환경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주요 게임사 여러 곳에서 연이어 크런치에 대한 전, 현직 직원의 고발이 이어지며 노동 이슈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너티독, CD프로젝트레드, 락스타게임즈의 강도 높은 노동 환경이 지적되었고, 올해에는 상반기가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주요 게임사 곳곳에서 크런치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마치 작은 구멍이 났던 둑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하다.
바이오웨어, 에픽게임즈, 네더랠름까지, 번지는 크런치 이슈
언급되는 게임사의 이름값도 만만치 않다. 첫 타자는 바이오웨어다. 바이오웨어는 올해 1월에 출시한 ‘앤썸’이 참패를 면치 못하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강도 높은 크런치가 ‘앤썸’이 참패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다. 관련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해외 게임 전문지 Kotaku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갈피를 못 잡고, 주요 개발진이 연이어 퇴사하는 상황에서 게임을 완성해야만 했던 험난한 과정 속에 제작진 내에는 우울증과 불안이 전염병처럼 퍼졌다고 전해진다.

‘포트나이트’로 작년에 서양 시장을 강타한 에픽게임즈도 크런치 논란에 휘말렸다. 해외 게임 전문지 폴리곤이 에픽게임즈 전, 현직 직원을 취재해 1주일에 평균 70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100시간 넘게 근무한 사람도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아울러 주말 근무를 거부한 직원을 해고한 경우도 있다는 제보가 공개되며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모탈 컴뱃 11’을 출시한 네더렐름도 업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QA 테스터로 일했던 아이작 토레즈는 PCgamer를 통해 ‘1주일에 90시간에서 100시간 동안 일했으며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라며 ‘차를 가져온 직원 중에는 운전하며 졸까 봐 회사 쇼파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인지도 있는 게임사 여러 곳에서 연달아 ‘크런치’ 이슈가 터지며 게임업계 노동 환경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게임사에서 직원들에게 크런치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연이어 나올 정도다. ‘에이펙스 레전드’를 만든 리스폰엔터테인먼트, ‘패스 오브 엑자일’ 개발사 그라인딩기어게임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온라인 기반 게임 다수를 서비스 중인 블리자드 등이다.
리스폰엔터테인먼트는 ‘에이펙스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가 게임 내 문제 해결과 신규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간 열심히 구축해온 스튜디오 문화와 우리 팀의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로드맵, 제작 일정, 업데이트 빈도 등을 논의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직원들을 크런치에 몰아넣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블리자드 존 하이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총괄 프로듀서는 Eurogamer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본적인 방침은 크런치가 없는 팀을 만들자는 것이다. 100%는 아니지만 10년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며 팀 중 일부 정도가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라며 “8시간에서 10시간을 일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 그 시점에서 수익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크런치를 고수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꽤 잘해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첫 파업에 돌입한 라이엇게임즈, 부당대우 참지 않겠다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은 북미와 유럽의 노동 이슈는 ‘크런치’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원에 대한 부당대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7년에는 너티독이 사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너티독에서 7년 간 아트 직군에서 일한 데이비드 블라드가 트위터를 통해 상사에게 당한 성희롱에 시달렸고, 인사팀과 이 문제에 대해 상담한 직후 해고됐다고 폭로하며 논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작년에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개발사 퀀틱 드림이 장시간 근무와 추가근무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문제와 함께 사내에 성희롱 문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인종차별적인 농담도 있었다는 고발이 이어진 것이다. 관련 사건이 보도된 지 1년이 지난 현재도 이에 대한 퀀틱 드림과 직원 간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부당대우를 참지 못해 파업에 돌입한 곳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라이엇게임즈다. 라이엇게임즈는 직원들과 사내 성차별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와중 라이엇게임즈가 근로계약서에 포함된 ‘회사에 소송을 걸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회사와 소송 중인 직원에게 소송이 아닌 개인중재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 사건은 사내 성차별 이슈로 고조되었던 노사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라이엇게임즈는 신입사원부터 근로계약서에 포함된 ‘소송 불가’ 조항을 없애겠다고 밝혔으나, 직원 측이 요구했던 ‘현재 소송 중인 직원에게 개인중재를 강요하지 말 것’과 기존 직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라이엇게임즈 직원은 6일(현지 기준) 파업에 돌입했고, 150여 명이 참여했다.

게임업계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요 토픽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완성도 높고,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 누군가의 고통과 눈물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났다면 이 역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게임 개발과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워라밸을 같이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라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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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이시 마쿠토X12019-05-10 11:31
신고삭제개발이 늦어져도 좋으니까 제발 크런치 같은 악폐습이 없는 착한 개발환경에서
직원들이 1주일에 많아봤자야 50시간 정도만 일할수 있는 분위기를 갖고 게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us****2019.05.09 20:09
신고삭제'크런치(Crunch)'가 없는 게임이 존재할 수가 있을까. 장인정신, 너드정신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마감 기한인 프로젝트 스케쥴도 정해놓지 않았던 블리자드, 블리자드 노스도 크런치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언제까지고 한 게임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탄생한 게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1, 디아블로2 다.
특히 디아블로2 같은 경우에는 개발기간이 3년 가까이에 근접하고 있었고. 블리자드 본사측에서 제동을 걸며 마감기한을 예정했기에 1년이 넘는 크런치 상태에서 정말 막바지 크런치에 접어들고 게임을 발매했다.
데이비드 브레빅도 디아블로2는 아쉬운, 미완의 게임이라고 했지.
요지는 '크런치'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개발자의 사정과 퍼블리싱사의 사정, 스폰서 있으면 스폰서 사정 뭐 기타등등 여러가지를 따지자면.... 아니 순수하게 개발자의 욕심만 놓고 보더라도 '크런치'를 피할 수는 없다.
문제는 크런치가 아니라 게임 시장의 수익 분배 그 자체다.
디아블로2를 그렇게까지 성공시키고도 쪽박 찼던 블리자드, 금액 문제로 아예 사라져버린 블리자드 노스.
그렇게 크런치를 하고 고생고생 해서 게임을 만들어놔도 대우도 없고 들어오는 돈도 없다는 거지.
분명히 게임의 유통과정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
아니면 게임이라는 자체가 돈이 안되는 아이템이거나...
meme k2019.05.10 22:32
신고삭제게임자체가 돈이 안될리가 없죠.
대중문화중에서도 무지막지하게 벌어들이는게 게임분야임.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언론에서 온갖 띄워주던 kpop보다 비교 조차도 안되게 많이 벌어들이는게 게임이구요.
부의분배가 잘 안이뤄지는거겠죠. 근데 그건 게임분야만 그런게 아니라..
요즘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
meme k2019.05.10 22:35
신고삭제우리나라 최상위권 부자들...
재벌가 회장들 같이 상속부자가 아니라, 자수성가한 부자들이나 50대밑으로 젊은 부자들 대부분이 게임회사 ceo들이죠. 우리나라에서 개천에서 용나려면 it쪽밖에 답이 없는거죠.
이젠 그마저도 이미 고인물이 되버려서.. it쪽도 자수성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만요.
leeori2019.05.09 22:53
신고삭제무엇을 상상하던 국내가 더 심함. 주 70시간이면 무난하네.
황혼의신2019.05.10 03:05
신고삭제크런치가 나쁜게 아니면 다른 업종의 회사들도 죄다 도입했겠죠. 공장근로자도 그냥 70시간 강제 근무 시켜도 되는거고 편의점 알바도 수습 고용한다음 한달마다 짜르고 이런게 지금 게임사들이 하는것입니다. 지금 게임사들 관련 올라오는거 보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이는 반드시 고쳐야 되는 상황입니다. 말 안들으면 그냥 짜르고 해외 불법 이민자들 뽑고 월급 조금만 주면 되고요. 어차피 노동법 개무시하니까요. 저작권 따지면서 정작 인턴들 아이디어나 디자인만 가져다 쓰고 로열티 주기 아까우니 버리고. 결코 정상적인 노동 시장이 아닙니다. 에픽 같은경우 개발자들을 위한척 하면서 정작 갑질 심하고 매일 크런치하는 회사인것으로 폭로 됬죠. 사람의 뇌라는게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점점 손상이 되는데 아마 이게 점점 더 오래되면 게임 분야 개발자들은 문제 생길 것 입니다.
퍼플울프2019.05.10 10:36
신고삭제근무환경이 개선되어야 근로자들의 업무의욕이 향상될 것이고 그래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장2019.05.10 10:49
신고삭제국내나 국외나 근로환경 열악하네요. 얼른 개선 해줘야 더 좋은 게임이 나올텐데요
타카이시 마쿠토X12019.05.10 11:31
신고삭제개발이 늦어져도 좋으니까 제발 크런치 같은 악폐습이 없는 착한 개발환경에서
직원들이 1주일에 많아봤자야 50시간 정도만 일할수 있는 분위기를 갖고 게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진지보이2019.05.10 12:21
신고삭제정말 힘들죠.ㅠㅠ
karengj2019.05.10 13:05
신고삭제게임업계는 주 60시간으로 허용해줘야할듯 싶다. 솔직히 직장인들은 알겠지만, 다른업계도 52시간 수치적으로만 강요하지 실제로는 오히려 '수당'도 못받는 52시간이 되어 아직까진 실속없는 52시간 제도임은 다들 안다.
써니2019.05.10 13:36
신고삭제여기나 저기나 정말 힘들겠네요. 근로환경 개선에 신겨 좀 씁시다!
모노블로스2019.05.10 15:22
신고삭제와.. 1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했으면 정말 쪽잠만 자고 계속 일했다는건데... 살아계시긴한가요..?
darkeuro2019.05.10 15:40
신고삭제돈은 제대로 받기는 하는건가?
그것도 안되면 정말 암울한건데.
금빛기사2019.05.10 17:11
신고삭제게임회사들도 근로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hst1112019.05.10 17:32
신고삭제게임업계 근로환경이 많이 나쁘다는것을 알려주는 거죠 그 만큼 블랙회사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것 같네요 어쨌든
잘 해결 되었으면 좋겠네요
엉클베리2019.05.10 17:47
신고삭제게임업계 근로환경도 좋지 못한 현실이군요
sakikkun2019.05.10 18:24
신고삭제주 70시간 야근수당 다 붙여줘라 5배씩
미르후2019.05.10 18:31
신고삭제근문 환경은 개선은 되어야 하겠지만.. who가 게임을 규제를 할려는 것 때문에 게임계 이중고를 ~~
민블리2019.05.10 22:32
신고삭제게임회사가 하는일이 엄청많다던데
파렴치한22019.05.12 21:26
신고삭제게임메카의 김미희기자님도 크런치모드인거 같아.. 기사가 너무 자주 올라와.ㅠㅠ
힘내라고는 말 못하겠고 좀 쉬면서 하셍요
까마귀2019.05.13 09:16
신고삭제예전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크런치를 해왔지만
지금은 월급을 받을려고 온 사람들이 적당히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일하기 때문에
개발기간은 길어지고 재미는 없어지는거
비ㅣ비빅2020.05.23 17:44
신고삭제크런치가 나쁜게 아니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동숲은 직원들 업무환경 생각해서 출시기간 1년 미뤘고 이번에 대박쳤는데요 그건 뭐냔말임
걍 게임 출시는 운빨임 시기가 좋았고
크런치는 그저 게임회사 직원들 몸 갉아먹는 수단과 방법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