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기점으로 '구글 스태디아' 입지가 좁아졌다
2019.06.24 18:06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3월, 구글 스태디아가 처음 세상에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구글의 독주를 염려했다. 크롬 브라우저만 사용할 수 있다면 저사양 PC, 태블릿, 스마트폰 할 것 없이 4K 화질, 60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고, 이 놀라운 기술력에 많은 사람들이 구글이 게임 생태계를 뒤바꿀 수 있을거라 기대하기도 했다. 스태디아가 클라우드 게임을 처음 제시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이 정도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만큼 스태디아가 획기적인 기술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E3 2019를 기점으로 이 같은 독주 체제에 대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 스태디아에 견줄만한 여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몇 서비스는 스태디아에 비해서 훨씬 더 좋고 편한 환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점차 더욱 매력적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눈에 들어오면서 구글 스태디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E3 현장을 뒤집은 MS 'X클라우드'
MS는 올해 E3에서 많은 신작과 함께 차세대 게임기인 프로젝트 스칼렛 등을 공개하며 게이머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하지만 수많은 게임과 별개로 MS의 E3 시연 현장을 달군 것은 다름 아닌 '프로젝트 X클라우드' 였다. 지난 3월에 공개됐으나 스태디아에 밀려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던 X클라우드가 이번 E3 전시장에서 연일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유인즉슨 스태디아에서 출시 전 우려 사항 및 단점으로 지적됐던 사항들을 X클라우드가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X클라우드가 이번 시연 현장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성능 때문이다. 이번 시연엔 '기어즈 4'와 '헤일로 5',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등이 준비돼 있었는데, 게임을 플레이해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입력 지연을 거의 느끼지 못했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인 것이다. 참고로 이번 시연회는 행사장에서 640km 가량 떨어져 있는 샌프란시스코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행사장 내 와이파이를 통해 핸드폰, PC 등으로 게임을 구동하는 방식이었다. GDC 2019에서 구글 스태디아가 시연될 당시 입력 지연 문제로 많은 논란이 생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구글 스태디아에 비해서 게임풀이 넓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현재 스태디아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독점작과 런칭작의 수가 다른 것들에 비해서 적다는 것이다. 여타 서드파티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지원 게임을 늘리고 있지만 독점작은 거의 없는 편이다. 이와 달리 X클라우드는 기존 Xbox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 전부 플레이 가능한 데다가, 각종 신규 독점작들도 예정돼 있다. 흔히 말하는 게임 카탈로그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산 부분은 바로 콘솔이 있는 유저들이 추가로 서비스를 구독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Xbox 콘솔을 X클라우드와 연동시켜 별도 구독 없이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쉽게 말해 Xbox 콘솔이 있다면 무료로 클라우드 게이밍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콘솔인 프로젝트 스칼렛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스칼렛을 구매한 유저들은 해당 콘솔을 자체 데이터 서버로 운용해 X클라우드와 똑같은 서비스를 공짜로 즐길 수 있다. 구글 스태디아는 서비스 이용료와 게임 구매를 별도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안되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 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X클라우드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그런 단점을 완벽히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베데스다와 함께 스태디아 위협하는 선발주자들
MS 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발표가 있었던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베데스다다. 베데스다 '오리온'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네트워크를 최적화 하는 기술로 해당 기술을 사용하면 평소보다 40% 낮은 대역폭에서도 원활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입력지연 문제도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된다. 데이터 센터 입출력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더욱 빠른 정보 전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 오리온은 다른 스트리밍 시스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B2B를 겨냥한 기술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이전에 출시되거나 소개된 바 있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들도 스태디아 못지않은 품질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게 소니 진영의 PS나우다. 북미, 일본, 유럽 등지에서 제한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PS나우는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PC나 PS비타에서도 PS4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꽤 오래전부터 운영되고 있었지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단점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리온을 이용한다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 또한 마찬가지다. 지포스 나우는 지난 2017년에 최초로 발표된 서비스로 2년간 북미와 서유럽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인 서비스다. 한국에는 2019년 하반기 LG유플러스에서 단독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이나 스마트폰, IPTV에서 최고사양 그래픽 카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다른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네트워킹 환경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베데스다 '오리온'을 사용하면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마존 웹 서비스의 '리퀴드 스카이'나 블레이드 사의 '섀도우' 등 다소 낮은 기술력으로 인해 잘 안 알려진 클라우드 스트리밍 시스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 업계의 미래 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구글 스태디아 기술력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스태디아는 남다른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구글 크롬만 깔려 있으면 바로 게임을 실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별도 클라이언트나 프로그램이 필요한 다른 서비스에 비해서 훨씬 편리하다. 유튜브나 구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여러 부가기능도 스태디아 만의 강점이다. 게임풀 문제도 E3 2019에서 공개된 신작들이 다수 합류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는 추세다. 특히, 유비소프트의 구독 시스템인 '유플레이+'가 스태디아를 지원한다고 밝혀, 즐길 게임이 없다는 단점이 조금은 해소됐다.
하지만, MS의 X클라우드를 비롯해 소니, 엔비디아, 베데스다 등이 스태디아와 비견할 만한 성능과 매력적인 요소들로 무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으며 스태디아의 공고했던 입지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 생태계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점으로 크게 바뀔 것은 자명한 가운데, 이처럼 다자간 경쟁구도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게이머 입장에선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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