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 ˝데스 스트랜딩, 직원들도 이해 못했었다˝
2019.11.30 18:15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올해를 넘어 역대 최고의 게임이다', '거대하고 혁신적이다', '기이하며 엉망진창이다', '보편적인 재미가 떨어진다'. 모두 데스 스트랜딩을 향한 세간의 평가다. 이처럼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지만, 공통된 의견은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코지마 히데오가 드디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온전하게 만들어 냈다는 평가와 함께 게임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거장'이라 불리고 있다.
그런 코지마 히데오가 게임이 출시된 지 3주 만에 한국을 찾았다. 30일 강남 JBK 컨벤션홀에서 '데스 스트랜딩 월드 스트랜드 투어'에 참석한 코지마 히데오는 게임 내에서 수없이 울려퍼진 '좋아요' 대신 '따봉'이란 말을 외치면서 친근하고 푸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를 만나 '데스 스트랜딩'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마다 다양한 느낌을 받는 게임인 것 같다. 코지마 감독이 플레이어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코지마 히데오(이하 코지마): 인터넷이 생기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서로 비방하고 모방하면서 연결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거 같다. 이 게임을 하면서 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의 좋은 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사회 생활을 하면서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나와 같은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는 것 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게임 발매 후 세계 각지 반응에 대해서 어똫게 생각하는가?
코지마: 매우 새로운 게임이었기 때문에 초반부엔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생각했던 연결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다. 걱정했던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감흥을 느껴줘서 고마웠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게임과 영화를 연결했다고 생각했다.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게임의 재미를 느꼈다는 것을 SNS 반응 등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Q. 게임 내에서는 '좋아요'만 되고 '싫어요'는 안 된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는가?
코지마: 인터넷엔 '좋아요'도 있지만 '싫어요'도 있는 게 당연하다. 나는 그걸 깨고 싶었다. 사실 직원들도 '좋아요'만 있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따뜻함을 느끼는 것 같아서 좋다.
Q. 모든 콘텐츠는 시대에 맞는 전달 방식이 요구되는데, 게임에서도 세대 차이에 다른 전달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지?
코지마: 젊은 층부터 제 동년배까지 모두 플레이 하는 게임인 만큼 공통된 주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주인공 노만 리더스는 워킹 데드를 보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하고, 매즈 미켈슨은 3, 40대, 린지 바그만은 5, 60대가 좋아하지 않는가. 그분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주제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Q. 투어의 마지막 장소로 서울을 정한 이유가 있는가?
코지마: 유럽과 미국을 돌고 일본에 갔다가 아시아로 향하는 계획이었는데, 아시아에서 서울이 제일 뜨거운 도시인 만큼 투어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2019년까지 300편 넘는 영화를 봤는데, 살면서 제일 감명깊게 본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이 부분도 고려했다.
Q. 게임 내의 캐릭터를 구성할 때 배우를 먼저 결정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코지마: 캐릭터 성격을 먼저 설정하고 배우를 결정하는데, 그 이후 배우에게 캐릭터를 맞춰 나가는 작업을 진행한다. 일반적인 감독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Q. 제작 과정에서 배우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가?
코지마: 한 번은 퍼포먼스 캡처를 하는 도중 매즈 미켈슨과 노만 리더스가 담배를 피는 것을 봤다. 전신에 캡처 장비를 착용하고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둘이 눈을 마주모고 웃으며 '아 나만 이상해 하는 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는 듯 한 모습이 재밌었다.
Q. 데스 스트랜딩 기획서를 처음 공유했을 때 팀원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코지마: 처음엔 세계관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샘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려주니 '이게 뭐야'라고 했다. 게임적인 면에서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물건을 배달하고 이동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이걸 이해 시키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사실 메탈기어를 처음 만들엇을 때도 그랬다. 쏘지 않고 먼저 숨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를 믿고 만들자고 하니 1년 반 정도 지나서야 다들 수긍했다. 마지막까지 반대한 사람은 없었고, 형태가 생기고 나서는 점차 나아졌다.
Q. 데시마 엔진을 사용해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는가?
코지마: 게릴라 게임즈가 면밀하게 도움을 주고 같은 팀처럼 협력해 줬기 대문에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 게릴라의 데시마 엔진은 오픈월드에 잘 어울리는 훌륭한 엔진이지만, 데스스트랜딩이 원하는 색감을 만드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호라이즌이 원하는 것과 달라서 두 팀이 많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만들었다.
Q. 데스 스트랜딩을 통해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코지마: 처음에 말씀을 드렸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사람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연결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런 게임은 많다. 나는 더 나아가 이를 현실과도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도로 공사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 사람들 덕분에 내가 편하게 생활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떠올리게끔 말이다.
Q. 컷신은 원하는 만큼 넣었나?
코지마: 부족하진 않았고,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필요한 만큼은 넣었다고 생각한다. 컷신이 길다고 하는데, 저는 컷신이 없는 게임도 좋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런 게임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점과 점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기에 필요한 만큼 컷신을 넣었다. 더불어, 이번에 출연해 준 배우들의 팬 여러분들도 샘의 등만 보기 보다는 연기하는 표정도 보고 싶지 않을까 해서 컷신을 공들여 제작했다.
Q. 유명한 영화광인데, 이 게임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친 영화를 세 개만 꼽아 본다면?
코지마: 3개로 좁히기는 힘들 것 같다. 매일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모두 들어갔다. 이 게임을 만들면서 직원들에게 꼭 보라고 한 영화도 없었다. 다만, 비슷한 분위기 영화인 '어나힐레이션(국내명 서던리치: 소멸의 땅)'이란 영화를 같이 본 적은 있다.
Q. 이 정도 규모의 게임을 3년 만에 만든 노하우가 궁금하다
코지마: 전 회사에서도 3년 정도 기간을 두고 게임을 만들어 왔다. 데스 스트랜딩의 경우 내부 스튜디오에서 모든 것을 다 총괄하기 땜누에 문제가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컷신 같은 경우도 대부분 게임 회사는 외주를 주는데, 저희는 직접 만들다보니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광대한 오픈 월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이 나오진 않는다. 덕분에 다소 컴팩트하게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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