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용과 같이는 일본 내수용 게임이었다
2020.01.02 13:56게임메카 이새벽
최근 발매를 앞둔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이 여러모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용과 같이 시리즈의 인지도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야쿠자가 나오는 어드벤처’ 정도로만 아는 사람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게임 자체보다도 과거 AV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일화가 더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과연 세가 간판 타이틀 중 하나인 용과 같이는 어떤 게임일까? 야쿠자 게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용과 같이 시리즈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일본 성인 남성을 타깃으로 했던 용과 같이
비록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만, 용과 같이는 세가의 간판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은 일본 환락가 이면에서 벌어지는 야쿠자의 우정과 음모를 그린 갱스터 드라마로, 소재를 보면 알겠지만 일본에서 인기 있는 소위 ‘임협물(야쿠자들의 의협심을 소재로 한 장르)’ 문법을 따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높은 인기를 끌어 캐릭터 피규어는 물론 영화화까지 진행되기도 한 작품이다.
다만, 일본에서의 높은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특히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 초기부터 용과 같이는 일본 성인 남성을 목표로 한 게임으로, 해외에는 발매하지 않고 일본에 집중한다는 기획 방향을 내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보면 조금 이상한 방향성인데, 여기에는 2000년대 초반 세가가 겪은 부진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0년대, 세가는 수많은 콘솔 기기와 게임 타이틀을 개발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콘솔 시장에 소니 PS가 끼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세가는 입지를 잃기 시작했다. 이에 차세대 콘솔 드림캐스트에 사운을 걸고 승부에 나섰지만, 결국 여기서 패해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시절 드림캐스트의 실패로 2001년 세가는 치명적인 재무 위기에 처했고 거의 문을 닫을 뻔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세가는 모기업의 지원과 대규모 정리해고로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콘솔 기기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에만 힘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감은 간신히 살아남은 게임 개발 부문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드림캐스트의 실패에는 쉔무 등 주력을 기울인 시리즈 부진도 문제였다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콘솔 뿐 아니라 자사의 소프트웨어 프랜차이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었다.
실제로 드림캐스트 실패 후 세가는 게임 소프트웨어 라인업에 있어서도 상당한 감축을 해야 했다. 2002~2003년 세가는 앞서 언급한 쉔무는 물론, 슈팅 버추어 캅, 3D 로봇대전 전뇌전기 버추어 온 등 다수 시리즈 제작을 중단했다. 여기에 버추어 파이터와 사쿠라대전 등 2005~2006년 끊긴 시리즈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게임만 남기고 나머지 전통 있는 시리즈를 모두 동결시킨 셈이었다.
그 대신 세가는 다음 세대를 끌어 나갈 신작 기획에 착수했는데, 야쿠자 어드벤처 용과 같이도 바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다만 용과 같이는 그 중에서도 특이한 기획을 가지고 있었다. 외국인과 여성, 어린 게이머를 배제하고 철저히 내수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본 성인 남성 게이머만 확실히 잡자는 꽤나 필사적인 전략이었다.
세가 게임스 CCO이자 용과 같이 시리즈 개발 총감독인 나고시 토시히로는 일본 IT 정보 사이트 크리에이티브 빌리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묘한 개발 방향이 나오게 된 이유를 전했다. 당시 그는 세가의 해외 진출은 물론, 외국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드는 데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나고시는 일본인이 자료로만 접힌 서양 소재로 게임을 만들어봐야 작위적 모조품이 나올 뿐이며, 이는 서양인이 어설프게 만든 일본 영화처럼 비웃음만 살 뿐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나고시 토시히로는 세가가 어설픈 서양 배경 게임으로 무리한 해외 진출을 노리기 보다는, 일본인에게 맞는 소재의 게임을 만들어 자국 시장에 탄탄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는 다른 미디어 상품을 살폈고, 야쿠자 영화가 유행 중인 것에 집중해 이를 게임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야쿠자를 소재로 한 게임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 기획은 태초부터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에서 조폭 영화가 그랬듯, 일본에서도 야쿠자 영화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였다. 야쿠자 영화는 주로 일본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외국인과 여성과 어린이에게는 썩 어필하기 힘들었다. 이에 세가 내부에서도 이러한 회의론이 있었다.
이에 나고시 토시히로는 역으로 아예 해외 시장은 물론이고 여성과 어린이도 포기하고 대상층을 확실히 설정해야 한다고 사업부를 설득했다. 결국 이 설득이 통해, 그는 회의적인 반응 속에서도 용과 같이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세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용과 같이는 2005년 출시 3개월 만에 일본에서만 23만 장을 판매했고, 이듬해인 2006년에도 추가로 34만 장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완전 신규 IP인데다 타겟층이 극히 좁았던 것을 고려하면 대성공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용과 같이의 잠재성을 확인한 세가가 결국 해외 출시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2016년부터 꾸준히 공식 한국어 버전이 출시되고 있고, 일본 성인 남성만 확실히 잡겠다던 나고시 토시히로가 국내 팬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할 정도니, 시리즈 초기의 배타적인 방향성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끊이지 않는 야쿠자 미화 논란, 왜?
사연이야 어쨌건, 용과 같이는 야쿠자라는 소재를 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이 게임에는 게임성에 대한 찬사와 동시에 범죄자 집단인 야쿠자를 미화 묘사한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실제로 용과 같이는 각종 범죄 이슈와 자주 연관되기도 했다.
용과 같이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등에 응룡 문신을 한 야쿠자 키류 카즈마는 비록 범죄자지만 의협심이 투철한 사내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여자인 호스티스 사와무라 유미가 야쿠자 보스 중 하나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처하고, 이를 본 키류의 친구인 니시키야먀 아키라가 야쿠자 보스를 살해하게 된다. 게임은 키류가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대신 보스 살해의 죄를 뒤집어쓰고 수감되는 데서 시작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후 출소한 키류 카즈마는 친구 니시키야마 아키라가 전과 달리 냉혹한 성격의 야쿠자 보스로 성장했으며, 애인이었던 사와무라 유미는 행방불명 상태인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더해 그는 출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쿠자 조직의 100만 엔이라는 거액이 홀연히 사라지는 음모에 휘말리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과거에 알고 지냈던 인물들이 서로 배신하고 죽이는 사건 속에서 실은 사라진 100만 엔의 행방이 자신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키류 카즈마는 사건을 해결하던 중 야쿠자 보스 자리에 오르고, 사라진 100만 엔과 엮인 탓에 사망한 애인의 딸 사와무라 하루카를 키우게 된다. 그러나 용과 같이 2에서 한국 출신 범죄조직이 연루된 사건으로 또 한 번 피바람이 불면서 키류는 범죄자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이후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 자기가 자란 고아원을 운영하고 하루카를 키우며 살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 이후 시리즈의 내용이다.
이러한 메인 스토리에 더해 용과 같이는 서브 스토리로 일본 뒷골목 범죄계에 있을 법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유흥업소 아가씨의 사연을 듣고 스토커를 물리치거나, 조직 보스의 딸과 눈이 맞아 쫓기는 양아치 등의 사건들이다. 다만 주인공이 야쿠자다 보니 실제 냉혹한 범죄자의 삶을 다루는 사실적 갱스터 드라마 보다는, 의협심으로 낭만화 된 야쿠자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용과 같이 시리즈는 줄곧 야쿠자 미화 논란에 휩싸여왔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은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강직하고 의리 있게 묘사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키류 카즈마는 야쿠자지만 무고한 사람을 때리지 않고, 금품을 갈취하지도 않으며, 적이라 해도 정당한 명분 없이는 결코 먼저 치는 일이 없다. 또한 친구라면 자기 목숨을 걸고도 지켜주는 의인이기도 하다.
게임 내에서 이러한 야쿠자들의 의리와 강직함은 공무원이나 외국계 범죄자들과는 크게 대비된다. 공무원들은 보통 무능하거나 부패했고, 아예 일부 악한 야쿠자와 결탁해 돈세탁을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한국계 범죄집단인 ‘진권파’ 등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 테러를 계획하는 등 악랄한 테러리스트로 묘사되기도 힌다. 이러한 공무원과 외국계 범죄자들의 추한 모습은 키류 카즈마를 비롯한 멋진 야쿠자의 모습과 시리즈 내내 대조를 이룬다.
물론 주인공이 야쿠자인 이상 용과 같이가 어느 정도 낭만 야쿠자 드라마, 이른바 ‘임협물’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일본을 본딴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게임에서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용과 같이 시리즈 총괄 나고시 토시히로는 2011년, 일본 오테마에 대학 강연에서 다른 갱스터 소재 게임 GTA 시리즈를 예로들며, 자신이 제작한 용과 같이는 일반적인 갱스터물과 다르다고 말했다. 용과 같이의 주인공은 강한 도덕 코드가 있으며, 자기 방어나 누군가를 지켜야 할 때를 빼면 싸우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즉 게임 내에서 폭력과 범죄는 능동적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야쿠자 미화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용과 같이 팬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다만 여담으로, 용과 같이는 실제 야쿠자 문제로 몇 번 곤욕을 치른 적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유명 개그맨이자 용과 같이 6에 출연한 미야사코 히로유키가 범죄 조직에 연루됐다거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외전 ‘저지 아이즈’는 출연한 배우 피에르 타키의 마약 복용 탓에 모델링 수정을 위해 판매가 중단된 적도 있었다. 이러한 점들은 게임 외적인 사고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야쿠자 게임에 따라붙은 악운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다.
막장 드라마, 시대극, 그리고 좀비까지… 엄청나게 확장해 가는 프랜차이즈
용과 같이 시리즈는 2005년 출시된 첫 게임을 시작으로 2016년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에 이르기까지 도합 여섯 작품이 출시됐다. 주요한 내용은 전설적 야쿠자 키류가 주변인들을 지키기 위해 돈과 정치가 엮인 더러운 음모에 휘말린다는 것이다. 물론 매 게임마다 휘말리는 사건과 흑막은 다르나, 자기 야심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뛰어든다는 점은 같다.
그렇게 키류 카즈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는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로 일단은 막을 내렸다. 이 작품 말미에서 키류는 일본 정재계가 엮인 거대한 사건에 또 한 번 휘말리고, 주변인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사회적 신분을 말소한다.
그러나 용과 같이 시리즈가 이미 일본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키류 이야기와 별개로 계속 다양한 작품이 출시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세가는 다양한 외전 및 리메이크를 추가 제작했다. 이 중 용과 같이 극 시리즈는 리메이크에 해당한다. 스토리 전개에 변화가 조금씩 생기긴 했으나, 전체적인 내용은 동일하다.
한편, 2008년 발매된 ‘용과 같이 켄잔!’과 2014년의 ‘용과 같이 유신!’은 시대극 테마 외전이다. 용과 같이 캐릭터 모델을 에도 시대 배경 스토리에 덧입힌 것이 주된 내용으로, 미야모토 무사시나 사카모토 료마 같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 용과 같이 캐릭터로 묘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게임 내용은 실제 역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 다른 외전인 ‘용과 같이 OF THE END’는 엽기 콘셉트를 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출시된 이 게임은 일본에 정체불명의 좀비가 출몰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에 자위대는 좀비로 가득 찬 도시를 외부와 격리시키는 장벽을 세우고, 주인공 키류 카즈마를 비롯한 야쿠자들이 좀비 떼를 물리치고 살 방법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정식 넘버링 작품도 새로 발매를 앞두고 있다. 오는 1월 16일 출시되는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지난 시리즈의 주인공 키류 카즈마가 죽음을 가장하고 칩거에 들어간 이후, 새로운 야쿠자 주인공인 카스가 이치반이 겪게 되는 비정한 배신과 음모를 다룬다. 또한 이전 시리즈와 달리 배경이 도쿄가 아닌 요코하마가 된 점도 주요한 변경점이다.
이렇듯 용과 같이는 현대 일본의 환락가를 무대로 벌어지는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정식 넘버링 시리즈도 계속 이어 나가는 동시에, 주요 캐릭터들을 따온 다양한 외전으로 프랜차이즈 인지도를 계속 높여 나가고 있다.
홍보는 성인 지향이지만, 생각보다 건전한 게임
위에서 소개한 대로, 용과 같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건전한 게임이다. AV배우를 홍보에 썼다지만 성적인 요소가 심하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고, 시민 착취나 폭행도 없다. 오히려 야쿠자를 너무 의리 있고 강직한 인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에는 정당한 명분이 존재한다. 즉, 게임에 너무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껏 용과 같이 시리즈는 꽤나 자극적인 홍보로 게임 이름 알리기에 집중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서히 게임 본연의 재미를 알리는 데 집중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번 용과 같이 7에서는 게임 콘텐츠를 주력 홍보 요소로 내세우고 있으며, 나고시 총감독 방한 시에도 이러한 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용과 같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얼마나 더 인지도를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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