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이제 없는... 포립과 주사위의 잔영
2020.03.16 18:28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2019년 초, 모바일게임 ‘주사위의 잔영’이 돌연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글로벌 서비스까지 취소해 게이머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주사위의 잔영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소프트맥스 온라인 플랫폼인 포립(4LEAF)에서 브라우저에서 서비스 된 동명의 게임을 모바일에서 부활시킨 작품으로, 출시 전부터 올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비록 결과물이 기대치에 못 미쳤음에도 팬심으로 버텨 온 게이머가 많았기에 이 같은 서비스 종료 통보가 더욱 충격적이었었죠.
원작 주사위의 잔영은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사업상의 이유로 석연찮게 서비스를 중지한 비운의 작품으로 불립니다. 당시 소프트맥스는 별도 클라이언트를 통해 실행되던 포립을 넷마블이나 한게임 같은 종합 게임 포털 웹사이트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를 위해 주사위의 잔영 서비스를 일시 중지한 후 더욱 업그레이드 된 주사위의 잔영 2를 출시할 계획이었죠. 팬들 마음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오리지널 포립과 주사위의 잔영을 당시 잡지 광고로 되짚어 보겠습니다.
PC챔프 2001년 4월호 광고입니다. 2000년 12월 창세기전 3: 파트 2를 출시한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끝맺음과 동시에, 그 생명력 및 팬 문화를 온라인으로 옮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포립입니다. 창세기전 3 파트 2 게임 내에도 포립 브라우저를 포함시켜 놓은 것만 봐도 포립은 신규 서비스라기 보다는 소프트맥스 팬들을 위해 새롭게 마련된 놀이터와 같았습니다.
포립은 초기 베타 때만 해도 아바타 채팅 프로그램 수준이었으나, 2001년 초 추가된 미니게임 ‘주사위의 잔영’을 통해 본격적인 종합 게임 커뮤니티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위 광고에 소개된 것처럼 포립은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꾸미고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였으며, 주사위의 잔영은 창세기전 캐릭터들을 수집해 말판 위에 놓고 주사위를 굴려 진행하는 보드게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포립 아바타들이 소환 마법 수련을 위해 창세기전 캐릭터들로 던전 탐험을 벌인다는 내용이었죠.
방어-지능-공격으로 구성된 캐릭터 파티를 움직여 가며 주사위로 상대방과 겨루고, NPC를 물리치고, 최종적으로 한 곳을 향해 간다는 주사위의 잔영은 당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게임성, 초보 유저도 운만 잘 따라주면 고수를 이길 수 있는 랜덤성, 각종 아이템을 잘 활용해 상황을 역전시키는 전략성 등이 인기 요인이었지만, 무엇보다 룬의 아이들과 창세기전을 기반으로 한 높은 캐릭터성이 빛을 발했죠.
위 사진들은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8, 9, 10월호 잡지에 실린 포립과 주사위의 잔영 광고들입니다. 광고 콘셉트만 봐도 확실히 게임성보다는 아기자기한 포립 세계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마법도시 켈티카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네냐플 마법학원이나 세미나실에 들어가 각종 활동을 하는… 그야말로 한국판 해리 포터 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포립은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구조였고, 이를 극복하고자 클라이언트가 아닌 웹포털화를 진행하는 와중에 주사위의 잔영 서비스가 종료됨에 따라 당시 아름다웠던 추억은 막을 내렸습니다. 결국 포립 웹사이트는 2009년 최종 서비스를 종료했고, 훗날 소프트맥스 개발자 출신들이 세운 스튜디오 포립을 통해 개발된 모바일게임 주사위의 잔영 역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관짝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간혹 그 때의 포립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유지됐다면, 테일즈위버와 주사위의 잔영을 앞세운 대형 IP로 발돋움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