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버그만 고치면 바로 '만원의 행복'
2020.04.27 18:17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엑스컴 시리즈 팬이라면 코 앞에 있는 적을 향해 쏜 총알이 빗나가는 것을 보며 머리를 쥐어 뜯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감나빗(빗나감)’이나 ‘1%의 기적’ 같은 농담이 있을 만큼 상식을 벗어난 명중률로 방심할 턴을 주지 않았던 엑스컴 시리즈가 신작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이하 키메라 스쿼드)’로 돌아왔다.
키메라 스쿼드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덜 매운 떡볶이’라 할 수 있다. 체감상 대폭 상승한 아군의 명중과 회피 확률, 그리고 11명의 분대원이 보유한 독특한 스킬 덕분에 난이도는 낮아졌지만, ‘돌격 모드’, ‘유닛 기반 턴’ 등 신규 시스템이 시리즈 특유의 전략성을 보존했다. 시리즈 입문을 망설이던 이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입문작이며, 기존 팬에게는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신작인 것이다. 각종 버그와 크래시가 덜 만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외계인도 우리 분대였어! 11명의 ‘다종족’ 분대원들
전면전부터 게릴라 활동까지, ‘사령관’의 지휘 하에 외계인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엑스컴 부대는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이후 5년, 인류는 지구에 남겨진 하이브리드, 외계인과 공존하며 평화를 만끽하지만 이에 반감을 품은 세력들도 있다. 엑스컴 부대는 종족간 공존공영의 상징인 ‘31시’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산하에 다양한 종족으로 이뤄진 ‘키메라 스쿼드’를 편성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것이 게임의 줄거리다.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의 주역은 총 11명으로 이뤄진 엑스컴 산하 ‘키메라 스쿼드(분대)’다. 사자, 뱀, 염소가 섞인 신화 속 동물 ‘키메라’의 이름을 딴 본 분대에는 과거 전쟁에서 활약한 인간 병사부터 침략 전쟁에 앞장섰던 외계인까지 제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얼핏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어려운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게임 중간중간 제시되는 등장인물간 대화를 보면 농담을 주고받는 등 의외의 친분을 과시한다.
대원들은 게임 진행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합류하게 된다. 각각의 대원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데, 드론을 활용해 지원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 ‘터미널’, 육중한 몸을 이용해 적진 한가운데로 육탄 돌격하는 스킬을 보유한 외계인 ‘엑시옴’ 등 외모만큼 독특한 스킬이 눈에 띈다. 대원들은 견습요원부터 최고요원까지 5단계 계급을 거치는데, 진급할 때마다 보유 스킬의 성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도 있다.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지는 구간도 있어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육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11명의 분대원이 제각기 다른 스킬을 보유한 만큼, 상황에 맞는 분대원 활용이 중요하다. 가령 적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스테이지에서는 자칭 지구인인 거대한 뱀 ‘토크’가 매우 유용하다. 달아나는 적들을 하나씩 스킬 ‘텅 풀’을 활용해 끌어들인 다음, 몸을 휘감아 포박하면 손쉽게 미션을 완료할 수 있다. 폭발물 전문가인 ‘클레이모어’는 다수의 적이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을 경우 굉장한 파괴력을 뽐낸다. 외계인 ‘버지’는 ‘정신 공격’을 구사해 적을 기절시키거나 같은 편끼리 싸우게 만들 수 있다. 지원 유닛의 비중이 커져 의무병인 ‘터미널’이 파티 편성에 강제되긴 하나, 모든 캐릭터가 키워 놓으면 제 몫은 한다.
전작에서는 열심히 키운 병사가 전투 중 부상을 당할 시, 한동안 작전에 대동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병사들이 한대도 맞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반면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에서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어도 다음 전투에 즉각 투입할 수 있게 돼 승리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경우 ‘흉터’가 생겨 능력에 디버프가 부여되기에, 대원들을 너무 막 다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흉터’는 약간의 훈련을 통해 교정 가능하다.
분대원이 11명으로 고정된 만큼, 전작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한국인 병장 김철수’처럼 나만의 분대원을 만들어 키우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특성과 스킬, 훨씬 수월해진 부대원 관리 등이 이를 상쇄한다.
실제 경찰특공대의 사건 현장 진입을 충실히 재현한 ‘돌격 모드’도 인상적이다. 평범하게 현관문을 열고 사건 현장에 진입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폭발물로 벽면을 부수거나 환풍구, 창문, 보안문 등 변칙적인 방법도 구사할 수 있다. 단, 변칙적인 방법을 구사하려면 특정 유닛을 이용하거나, 별도 아이템을 장착해야 한다. 가령 벽면을 돌파할 경우 폭발물 전문가 ‘클레이모어’, 환풍구 이용은 뱀 ‘토크’가 가능하다.
진입 방법에 따라 적으로부터 받게 되는 대미지가 다르며, 진입 순서에 의해서도 대원들이 사용 가능한 아이템, 스킬, 버프 효과 등도 상이해 임무 시작 전 파티 구성은 물론, 다음 장소로 넘어갈 때마다 캐릭터 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사건 현장 돌입을 결행하면 슬로우 모션 상태에서 적을 요격할 수 있는데, 위험도가 높은 적들을 먼저 사살하면 보다 쉽게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는 높은 전략성과 몰입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악명 높았던 낮은 명중률 역시 전작보다 많이 상향된 느낌이다. 초반을 벗어나 캐릭터 육성이 일정 수준에 오르게 되면, 명중률 80~90%는 흔히 볼 수 있다. 수치뿐만 아니라 체감상으로도 전작보다 최소 10% 정도 잘 맞는다 느껴진다. 여전히 앞에 있는 적에게 총을 겨눴음에도 명중률이 100%가 뜨지 않고, 명중률 93%에도 불구하고 빗나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긴 하지만, 이는 적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최소한 대등한 상태가 됐다고 느끼게 된다.
다만, 난이도가 쉬워지기만 해선 ‘엑스컴’이라 할 수 없다.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에서는 개별 유닛 단위로 턴이 교차돼 전장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팀 단위로 턴이 교차했던 전작처럼 강력한 적에게 공격을 집중시키거나, 위기에 처한 아군을 엄호하는 등의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 속도 증폭을 사용해 턴을 더 자주 돌아오게 하는 적은 특히 위협적인데, 아군 유닛 턴 사이사이에 많게는 2~3회 정도 공격 기회를 가져 순식간에 분대원이 전멸해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낮아진 난이도에도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이 유지된 것은 유닛 단위 턴 덕분이다.
각종 버그와 크래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참는다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는 독특한 배경 스토리와 특성, 스킬로 캐릭터성을 부각하고, 낮아진 난이도를 대신해 ‘돌격 모드’, ‘유닛 단위 턴’ 등 신규 시스템으로 전략에 깊이를 더했다. 기존 팬들은 물론 신규 유저 유입도 기대할 수 있을만한 외전 게임인 것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게임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덜 만든 게임’처럼 느끼게 만드는 각종 버그와 크래시가 문제다. 공중부양 스킬을 맞지 않았음에도 땅에 발을 붙이지 않고 있다던가, 총을 쥔 손 모양새가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분대원에게 장착한 아이템이 다른 종류로 변경된다거나, 아예 삭제되기도 한다. 아울러 게임 진행이 아예 멈춰버리거나, 강제 종료되는 등 치명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본 기자의 경우 2시간마다 게임이 강제 종료되는 등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동저장 시스템이 잘 구현돼 있어 게임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임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정가가 2만 4,400원에 불과하며, 오는 5월 2일까지 50% 할인된 가격인 1만 2,200원에 구매할 수 있기에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각종 오류에 대한 패치만 잘 이루어진다면, 단돈 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게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