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향 스튜디오 넘어서는 시설, 펄어비스 오디오실
2020.05.14 10:57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18년, 검은사막 리마스터는 두 가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픽, 그리고 사운드다. 특히 사운드 분야에서는 컴퓨터로 제작한 미디 음악이 아니라, 독일 국립할레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교향악단과 함께 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웅장하고 실감 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평가다.
이는 국내 게임음악 분야에서 최고라 일컬어지는 류휘만 음악감독이 이끄는 펄어비스 오디오실의 작업 결과물이다. 류휘만 감독은 과거 어뮤즈월드에서 CROOVE라는 닉네임으로 EZ2DJ를 제작한 원년 멤버였다. 이후 펜타비전에서 디제이맥스 포터블 시리즈와 테크니카 음악을 만들었으며, NHN에서 C9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당시 PD였던 김대일 의장과 연을 쌓으며 펄어비스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류휘만 감독과 10여명의 오디오실 직원들이 만들어낸 고품질 사운드는 신작 섀도우 아레나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게임메카는 펄어비스 류휘만 음악감독 및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나 섀도우 아레나의 사운드 철학에 대해 들어 보았다.
더욱 발전한 오디오실, 역대급 사운드 만든다
인터뷰에 앞서, 펄어비스 오디오실을 짧게나마 탐방할 수 있었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에는 전문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음향 장비가 갖춰져 있는데, 영화 작업에 주로 쓰이는 폴리(Foley) 레코딩 스튜디오도 올해 중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류 감독은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한국 게임회사 중 규모가 특히 큰 편이고, 투자도 많이 한다”며, “펄어비스 차기작(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들의 경우 콘솔을 기본 플랫폼 중 하나로 하고 있기에 사운드 역할이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섀도우 아레나 개발에서, 오디오실은 거의 모든 사운드 소스를 새로 녹음했다. 검은사막과 세계관도 겹치는 데다 검은사막 리마스터에서 녹음한 고품질 사운드 에셋이 많기에 어느 정도 공유가 가능해 보이지만, 섀도우 아레나만의 색을 갖추기 위해 모든 작업을 새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류 감독은 “섀도우 아레나 개발 초창기엔 검은사막 효과음 에셋을 사용한 버전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검은사막은 MMORPG다 보니 효과음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고 호환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화 되어 있다. 전반적인 소리가 멋지긴 한데 캐릭터에 녹아드는 정도는 아니다. 한편 섀도우 아레나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집중하기에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르다. 현재 섀도우 아레나에는 검은사막 사운드 소스는 아예 없다”라고 밝혔다.
사운드 작업에 있어,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외부 스튜디오 및 전문가들과도 적극 협업했다. 대표적인 부분이 글로벌 버전 음성 녹음에 있어 더 위쳐3, 갓 오브 워, 데스스트랜딩,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 등 AAA급 타이틀 보이스오버 녹음 제작을 진행한 영국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한 것이다. 박종찬 디자이너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성우를 쓴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경험이 풍부한 곳에서 해보자는 의미에서 외국 스튜디오와 협업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섀도우 아레나의 경우 녹음 작업 중 코로나19 여파를 크게 받았다. 특히 외국 회사들과 협업하는 데 있어서 많은 지장이 있었다. 중국어와 영어 녹음 당시 현지와 화상회의를 연결해 가며 작업을 했는데, 커뮤니케이션 시간이 오래 걸려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경우 상해 지역 락다운이 해제된 시점에 녹음을 진행해서 성우와 스태프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작업했기에 그나마 나았지만, 동기간 사태가 심각했던 영국에선 성우들에게 개인 장비를 각각 지급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대사 하나하나를 녹음했다고 한다.
섀도우 아레나 사운드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
이제껏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리마스터, 검은사막 모바일 등 MMORPG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한편,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사막 세계관을 따르긴 하지만 PvP중심 액션 게임이다. 류 감독은 플랫폼이나 게임 장르에 따라 사운드의 역할이 다르다며 “섀도우 아레나 음악들은 검은사막이라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섀도우 아레나의 특징은 캐릭터성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검은사막처럼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를 사용하기에 보다 깊이 있는 캐릭터 설정이 반영됐다. 설정을 전달하는 방법은 비주얼이나 스토리텔링, 게임 외적 표현 등 다양하다. 사운드 역시 한 축을 담당한다.
박종찬 디자이너는 “게임 내 모든 캐릭터는 독자적인 효과음을 가지고 있다. 효과음만 들어도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면서 캐릭터 별 사운드 콘셉트를 설명했다. 예를 들면 마법사 캐릭터인 헤라웬은 조용조용한 대사 톤과 살짝 약하게 보이는 기합소리를 낸다. 반대로 자이언트인 슐츠의 경우 산에서 도를 닦은 짐승의 포효 같은 소리를 지른다. 검으로 기를 모으는 액션이 많은 연화는 칼을 사용할 때 잔음이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지만, 느리고 안정적인 공격을 펼치는 조르다인의 검 소리는 꽤나 묵직하게 퍼진다. 이처럼 뚜렷한 색깔을 지닌 음성과 효과음으로 인해 섀도우 아레나 캐릭터들은 더욱 개성 있게 살아 움직인다.
배경음악의 경우 캐릭터가 아닌 스테이지에 초점을 맞췄다.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사막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영감에서 비롯된 음악들이 종종 있다. 실제로 일부 음악은 검은사막 리마스터 음악 작업 당시 드리간 대륙용으로 사용하려고 작곡한 음악을 섀도우 아레나 콘셉트에 맞춰 수정해 삽입하기도 했다.
출시 후 음악 작업 계획에 대해 류 감독은 “배경음악은 스테이지 별로 추가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욕심이 많은 편이라 검은사막 개발 초창기에 캐릭터(클래스)별로 배경음악을 만들고자 제안했는데, 김대일 의장에게 혼났다. 캐릭터 별로 음악을 만들면 신규 대륙 등이 추가될 때마다 그만큼의 음악을 새로 만드는 곱셈 형태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섀도우 아레나에서도 음악적 욕심 보다는 음악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류휘만 감독은 “개인적으로 가요나 영화음악 등이 아닌 게임음악을 하게 된 것은 게임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음악게임 때나 지금이나, 게임음악에는 무언가 남다른 것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어떤 장르 게임이건 거기에 맞는 재미있고 멋진 음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의 최신 기술과 노력이 응집된 사운드는 5월 21일, 스팀 앞서 해보기로 출시되는 섀도우 아레나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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