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프리코네는 ‘소아온’ 같은 정석 가상현실물이다
2020.08.21 16:30게임메카 이새벽
작년부터 국내에서 꽤 많은 팬을 끌어모은 모바일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 사이게임즈가 만든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이하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다. 안정된 화풍과 호화 성우진,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등이 특징인 이 게임은 2019년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상륙한 이래 흥행을 기록 중이다.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강점인 게임이지만, 스토리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은 하늘에서 기억상실 상태로 추락하며, 처음 보는 캐릭터가 실은 전부 알던 사이라는 언급이 나오질 않나, 갑자기 게임 속 세계가 실은 가상현실이라고 하질 않나, 느닷없는 설정이 복선도 없이 수시로 나온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내가 대체 뭘 빼먹었길래 스토리를 못 따라가는가 싶은 정도다.
이러한 전개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사실 이 게임은 과거 서비스를 종료한 다른 게임의 후속작이며, 스토리 역시 전작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작을 모르는 게이머라면 이번 작품의 스토리도 따라가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에 이번 주에는 망해버린 전작에서 과연 어떤 스토리가 진행됐고, 지금 서비스 중인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1년 만에 문 닫은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
일반적으로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 중인 게임을 프리코네 혹은 프린세스 커넥트라고 부르지만, 뒤쪽의 Re:Dive를 빼먹으면 안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프린세스 커넥트는 전작 명칭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진격의 바하무트, 그랑블루 판타지, 섀도우버스 등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사 사이게임즈의 야심작으로, 지난 2015년 출시돼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이후 2년 후인 2018년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라는 이름의 후속작이 나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는 성우진과 일러스트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게임으로, 사이게임즈도 나름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에 그랑블루 판타지 같이 기존 사이게임즈 스타일을 따라 웹과 모바일 양쪽에서 구동이 가능한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제작됐는데, 바로 이 점이 발목을 잡았다. 웹게임에 기준을 맞춘 퍼포먼스와 인터페이스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모바일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수준 낮은 연출과 복잡한 인터페이스 외에도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캐릭터 개성이 희박했다는 점이다. 프린세스 커넥트는 기본적으로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하고 키우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전면에 내세운 주인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식상한 인상을 줬다. 이러한 문제가 겹치며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은 끝에, 결국 이 게임은 2016년 1월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사이게임즈는 프린세스 커넥트를 완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사이게임즈는 서비스 종료 발표 시점에 이미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수습했으며, 서비스 중 얻은 피드백을 통해 게임이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철저히 분석했다. 그리고 2018년,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후속작을 냈으니 그게 바로 현재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성황리에 서비스되고 있는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다.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는 전작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우선 특수기술 구사 시 나오던 조악한 시각적 연출을 싹 바꿨고, 웹과 모바일을 모두 품으려 했던 메인 화면 인터페이스도 모바일에만 집중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간판에 세운 세 명의 새로운 주인공 캐릭터였다. 전작과 달리 한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성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이게임즈는 이러한 순항 기조를 이어 가기 위해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기반 TV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2019년부터 제작해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트랜스미디어를 예정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서비스 1년 만에 황급히 문을 닫아야 했던 전작에 비추어 볼 때 괄목할 정도로 대성한 셈이다.
이제는 할 수 없는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 무슨 내용이었나?
이처럼 전작의 실패를 딛고 일어난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지만, 사실 이 게임도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스토리다.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는 전작에서 스토리가 이어지고 캐릭터도 대부분 다시 등장한다. 그렇기에 전작을 알지 못하면 스토리를 100% 이해하기 힘들다. 전작이 서비스되지 않은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게이머가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출시 이후 유입됐기에 특히 더하다.
프린세스 커넥트는 2010년대 ‘소드 아트 온라인’ 등을 필두로 인기를 끌었던 가상현실물 문법을 따르고 있다. 가상현실물은 기술이 발달한 근미래에 주인공이 현실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VR게임을 시작해, 고수가 되어 수많은 여성 게이머들과 만나며 친분을 쌓고, 이내 게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음모를 꾸미는 개발자나 운영자 등에 맞서는 내용을 골자로 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프린세스 커넥트는 이러한 가상현실물 왕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주인공 유우키는 어느 날 새 가상현실게임 ‘레전드 오브 아스트룸’을 플레이 해보지 않겠냐는 정체불명 여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여자는 주인공에게 가상현실접속장치를 달아주고, 이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은 얼떨결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많은 여성 게이머와 친분을 쌓게 된다. 이후 주인공은 최정상을 돌파한 여성 플레이어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솔의 탑’에 여성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며 기록을 세우기에 이른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기연이 있다. 사실 주인공에게 게임을 권유한 여자는 이 게임의 개발자 겸 운영자로, 모종의 이유로 주인공에게 특별한 기술이 있는 히든 클래스인 ‘프린세스 나이트’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게임 속에서 특출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은 메인 히로인 파티인 ‘트윙클 위시’ 삼인방과 함께 ‘솔의 탑’을 오르며 소원에 근접해간다. 그러나 탑을 노리는 이 중에는 또 한 명의 개발자 겸 운영자인 센리 마나도 있었으니, 그는 노골적으로 주인공 일행을 방해하며 탑에 집착을 보인다.
사실 ‘레전드 오브 아스트룸’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이는 국제연맹 산하 기관에서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현실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의 프로토타입으로,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환경을 실험하기 위해 게임 형태로 서비스 중인 것이었다. 그런데 기관 연구원이자 개발자이며 운영자인 마나는 자신이 만든 가상현실에 광적인 집착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아스트룸’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소원을 빌기 위해 그 자신이 직접 ‘솔의 탑’을 공략하고 있었다.
마나는 자신이 만든 세계에 매료된 동시에 하나의 콤플렉스를 품고 있었다. 그에게는 게임 속 세계에서 기사에게 보호받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주가 돼 동화 속 주인공처럼 모험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그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게임 세계를 강탈해 이상적인 아바타로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만 그 스스로도 이 소원을 부끄럽게 여겨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고 있었다.
결국 ‘솔의 탑’ 최정상에서 마나는 주인공 일행과 만나 대적하고, 패배한다. 하지만 마나는 쓰러진 척하고 있다가 주인공의 동료인 ‘트윙클 위시즈’ 일원인 치유사 유이를 세뇌해 자기 소원을 대신 빌게 만든다. 프린세스 커넥트에서는 여기서 선택지로 유이가 주박을 떨치는 것과, 그대로 당해서 마나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게 되는 루트가 나뉜다. 이후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는 유이가 마나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는 것을 정식 루트로 삼고 진행된다.
문제는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존재로 살고 싶었던 마나가 빈 소원이 '모두와 이 세계에서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 였다는 것이다. 이에 VR 세계를 통제하는 인공지능은 모든 게이머의 정신을 서버에 묶어 로그아웃 할 수 없게 만드는 동시에, 게이머가 실제 세계에 대한 기억을 잊고 아스트룸이 실제 세계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 탓에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초기에는 이 세계가 게임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캐릭터가 모르고 있다.
식육마와 배신자 등, 새로운 주인공들을 내세운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앞서 언급했듯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몰개성적인 간판 캐릭터들이었다. 이에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는 특이한 콘셉트의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다소 자극적인 설정과 스토리로 관심을 끌었다. 처음부터 함께 했던 미소녀가 사실은 배신자였던 데다, 배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악당과 자폭해 동귀어진을 꾀한다는 등의 전개까지 나올 정도다.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이야기 시작은 이렇다. 비록 주인공은 모든 기억을 잃고 솔의 탑 정상에서 추락했지만, 서버를 관리하는 인공지능 및 몇몇 관리자들이 손을 쓴 덕에 간신히 죽음을 면했다. 이후 주인공은 가이드를 자처하는 엘프 소녀 콧코로, 괴력의 소유자이며 몬스터를 잡아먹는 취미가 있는 페코린느, 입이 험한 고양이 수인 마술사 소녀 캬루를 만나 함께 여행한 끝에 솔의 탑 인근 도시 랜드솔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주인공은 여러 사건과 해프닝을 겪으며 과거에 알았던, 그러나 지금은 기억을 잃은 탓에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소녀들을 하나씩 다시 만나간다. 또한 소녀와 인연이 쌓일수록 주인공은 과거는 물론 현실세계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되찾는다. 실제 게임 내에서 캐릭터를 강화할 때 필요한 아이템이 ‘메모리 피스’인데, 이는 캐릭터들이 주인공과의 인연을 매개로 조금씩 과거와 현실에 대한 기억을 되찾아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설정의 반영이다.
그 중에도 전작에 등장하지 않았던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간판 캐릭터 페코린느는 유독 특이한 배경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사실 페코린느는 레전드 오브 아스트룸 개발에 막대한 후원금을 냈던 어떤 나라의 공주이며, 그 덕분에 엄청난 성능을 지닌 전용 아이템들로 무장한 채 시작한 초특급 사기 캐릭터였다. 그리고 자주 배가 고파지는 바람에 괴물도 잡아먹는 특유의 식탐 또한 고성능 아이템인 ‘왕가의 장비’의 부작용이었다.
물론 이렇게 기억을 모아도 페코린느를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막연한 기시감을 느낄 뿐 정확한 과거를 기억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몇몇 캐릭터들을 만나며 주인공은 어느 정도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게 되고, 다시금 동료를 모아 마나를 쓰러뜨릴 계획을 세우게 된다. 다만 마나도 아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으니, 이미 위험인물인 페코린느를 제거하기 위해 암살자를 붙여 둔 상태였다. 그 암살자가 바로 다른 간판 캐릭터인 캬루다.
캬루는 애초에 현실세계에서도 마나를 동경하는 가출 소녀였는데, 게임 내에서는 아예 그의 심복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페코린느 암살 지령을 받고 움직이던 중 우연히 주인공 및 페코린느와 조우해 동료가 됐고, 이후로도 암살 실행 시기를 재며 함께 행동한다. 그 와중 정이 들어 언제 암살을 해야 하나 갈등하고 있으며, 이 내적갈등이 마나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세뇌를 당해 주인공 일행을 잠시 적대하게 되기도 한다.
이후 주인공 일행은 캬루를 보듬어 용서하고 함께 마나에 맞서게 된다. 다만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스토리는 아직 진행 중이며, 한국에 서비스 중인 버전은 일본 및 대만보다 업데이트 속도가 늦기 때문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다만 주인공 일행이 페코린느를 필두로 함께 마나를 쓰러뜨리는 1부 분량까지는 해외 서비스 버전을 통해 공개됐고, 2부에서는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와 보다 긴밀히 이어지는 흑막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렇듯 따지고 보면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결코 적잖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게임 내에서는 전작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개성 있는 신규 간판 캐릭터들을 필두로 한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많은 게이머가 새로 유입됐지만, 이제 와서 지난 스토리를 알기 쉽지 않으니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모쪼록 전체 스토리를 아우르는 추가 정보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