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솔져스, 갓 태어난 새를 살려주세요
2020.12.10 17:46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백전백승을 거둔다고 해서 무조건 명장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적을 무찌른다 하더라도 아군 희생이 많다면 그것은 상처만 남은 승리일 뿐이다. 화려한 전공보다 부하 장병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겨야 충무공 이순신처럼 역사에 길이 남는 명장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살펴볼 퍼즐 장르 인디게임 플라잉 솔져스에서 플레이어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명장이 되어야 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닌데 명장 운운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겠지만, 알에서 갓 태어난 ‘조류’ 신병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솔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주 임무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목은 각종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어 위험하지만, 플레이어의 번뜩이는 기지만 있다면 무사 생환은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신병, 날개는 폼인가?’
플라잉 솔져스는 새를 주인공으로 하는 퍼즐게임이라는 점에서 앵그리버드를 연상케 한다. 게임 진행을 위해 플레이어의 두뇌회전을 요구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앵그리버드 등장 조류는 직접 몸을 날려 숙적인 녹색 돼지가 세운 건물을 박살낼 만큼 호전적이지만, 플라잉 솔져스에 나오는 새들은 직업이 군인인 주제에 전투력이 0에 가깝다.
신체 양쪽에 두 날개가 달려있음에도 날기는커녕 제자리 뛰기도 못하는 조류 ‘신병’들의 지휘관이 된 플레이어는 이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솔해야 한다. 문제는 시작지점에서 목적지까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뾰족한 철 구조물이 깔린 낭떠러지, 갑자기 꺼지는 발판, 전기가 흐르는 바리케이드 등, 야트막한 언덕조차 넘지 못하는 새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환경이다.
게다가 플라잉 솔져스의 새들은 오로지 직진 밖에 모른다. 지휘관인 플레이어의 인도가 없으면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거나, 불나방처럼 전기가 흐르는 바리케이드에 몸을 던져 ‘펑’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유혈 표현은 없지만, 털만 날리며 공기처럼 사라지는 새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려온다.
이 같은 참극을 막기 위해서는 새들이 알에서 부화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손수 안전한 경로를 마련해놓아야 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구조물은 뜀틀, 통행금지 표지판, 트렘펄린, 선풍기, 쿠션, 스피드업, 자물쇠 달린 문 등 총 7가지인데, 스테이지마다 사용할 수 있는 종류와 개수가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진행하면 할수록 함정 구조도 복잡해져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으아니, 차! 왜 이게 추락하는 거야”
플라잉 솔져스 퍼즐요소의 매력은 눈대중이 통하지 않는 세밀함에 있다. 여기서 잠시 앵그리버드를 살펴보자. 녹색 돼지가 세운 구조물을 철저히 무너뜨리려면 새를 강하게 날리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확한 각도와 세기, 타이밍으로 구조물의 무게중심이 되는 부분을 조준해 맞춰야지만 녹색 돼지들의 구조물을 함락할 수 있다. 플라잉 솔져스 역시 앵그리버드처럼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뜀틀을 밟은 새들은 항상 일정한 거리와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한다. 그런데 코앞에 있는 낭떠러지만 피하겠다고 아무 위치에나 뜀틀을 배치하면 상공에 떠있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업적 달성에 실패하거나, 다음에 만나는 장애물 위치까지 날아가 ‘펑’ 소리와 함께 사라지기도 한다. 뜀틀을 밟으면 몇 칸 정도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지 머리에 입력시켜 놓고 있어야 한다.
게임 진행에 따라 새로 만나게 되는 새들의 특징도 정확하게 숙지해야 한다. 게임 내에는 일반 병사, 특공 부대원, 특수 부대원 등 3가지 새가 등장하는데, 이동속도와 활강거리 등에 큰 차이가 있다. 비교적 활강거리가 긴 일반 병사 기준으로 생각해 특공 및 특수 병사 이동경로에 뜀틀과 트램펄린을 배치하면 ‘펑’하며 털만 날리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제자백가 중 병가의 대표 저서인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너를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는 의미인데, 플라잉 솔져스에 딱 맞는 사자성어다. 전장에 위치한 함정들을 자세히 파악한 다음, 휘하에 있는 새와 사용 가능한 구조물들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큰 희생 없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짧지만 짜릿한, 제값은 충분히 한다
플라잉 솔져스의 단점은 짧은 플레이타임이다. 퍼즐 장르가 얼마나 익숙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45개 스테이지 모두 전원 생존 및 별 3개를 획득하는데 길어야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초반 스테이지, 새로운 새와 구조물을 접하는 구간은 튜토리얼 형식으로 매우 간단해 김이 새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플레이어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치밀하게 설계된 퍼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플라잉 솔져스는 추천할 만한 게임이다. 애초에 언어장벽이 그리 높은 편인 게임은 아니지만, 한국어 지원을 더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PC 패키지게임 상점에 나왔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