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모바일게임계의 경이로운 변화 5가지
2020.12.28 18:42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최근 몇 년 간 게임계에 있어서 모바일 플랫폼은 대세 중 대세다. 특히 국내에선 모바일게임의 경향이 전체 게임업계의 트렌드를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올해 모바일게임 업계에는 큰 변화가 여럿 감지됐는데,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경향들이 나타나며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2020년 모바일게임계에서 찾을 수 있었던 독특한 변화 5가지를 소개한다.
자동전투에 지친 게이머, 수동 게임 찾기 시작
편의성을 추구하는 모바일게임에서 자동 전투, 자동 조작은 빼놓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재밌게도 올해 큰 인기를 얻은 게임들은 대부분 수동조작을 위시한 게임들이다.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마구마구 2020', '피파 모바일', '어몽어스'같은 게임 외에도 '원신'이나 '가디언 테일즈'같은 RPG가 그 예다. 2020년에는 이 같은 게임들이 유독 많이 출시되고 매출과 인기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수동 조작 게임들이 여느 때보다 많이 출시된 1차적 원인은 기기 사양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모바일에서 구동하기 어려웠던 고사양 게임들을 충분히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카트라이더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재빠른 조작과 반응이 필요한 게임을 모바일로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게이머들이 모바일 조작 체계에 충분히 익숙해진 것도 한 몫을 더했다. 코로나 19로 모바일게임 인구가 한층 더 증가한 가운데, 이처럼 PC 원작을 거의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얻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모바일의 자동 조작과 자동 전투에 신물이 난 유저들이 수동 조작을 내세운 게임을 찾기 시작했고, 게임사에서도그 수요을 파악했다고도 볼 수 있다. RPG인 가디언 테일즈나 원신이 대표적 사례다. 두 게임은 본래라면 자동 전투의 비중이 높은 RPG지만, 두 게임 모두 수동 전투로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게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테스트를 시작한 '디아블로 이모탈' 같은 게임을 보면 이 같은 경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에상된다.
게임계에서 자취를 감춘 미소녀 모에화 열풍
2019년, 모바일게임계를 덮친 키워드는 바로 미소녀 모에화였다.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페이트 그랜드 오더처럼 미소녀를 앞세운 수집형 RPG가 성공을 거두자 이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우후죽순 출시됐었다. 하지만 올해는 미소녀 모에화 신작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물론 예쁘장한 캐릭터를 내세우거나 수집형 요소를 강조한 게임은 많았지만, 이전처럼 미소녀 캐릭터만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은 많지 않았고 설령 나왔다 하더라도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그나마 주목받은 게임이 있다면 '걸카페건' 정도가 유일하다.
사실 2019년, 한창 유행을 타고 나온 미소녀 모에화 게임들은 전반적인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각종 주변 물건이나 역사를 닥치는 대로 미소녀화 했지만, 캐릭터 하나만 보고 게임을 하기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실제로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처럼 탄탄한 게임성을 내세운 작품을 제외하면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로 인해, 게임사들도 게임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형태의 미소녀 캐릭터를 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내년엔 과연 어떤 새로운 형태의 미소녀 게임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비즈니스 모델, 배틀 패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회의론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그간 모바일게임 쪽에선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게임사와 유저들 모두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 떠올랐으니, 바로 배틀 패스다. 본래 배틀 패스는 접속량이 비교적 일정한 PC 게임, 그것도 FPS나 배틀로얄 장르에 주로 도입됐으나, 요즘에는 모바일에서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입되고 있다. 심지어는 A3 스틸 얼라이브나 라그나로크 오리진 같은 MMORPG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배틀 패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확률형 아이템보다 대중적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금체계이기 때문이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랜덤박스보다 배틀 패스가 훨씬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게임사 입장에서도 배틀 패스는 플레이어의 접속률을 유지하면서 소과금 유저에게 보다 합리적인 상품을 권할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시즌 별로 계속 과금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세계적인 추세인 구독형 과금 모델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갈라진 형제의 유대, 리니지를 이겨낸 바람의나라: 연
한 때 국내 게임업계에는 리니지M이 워낙 굳건히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보니 '모바일게임의 최고 순위는 2위'라는 낭설이 돌기도 했다. 이후 리니지2M이 출시된 이후 두 리니지 형제가 나란히 1, 2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V4가 잠깐이지만 리니지2M을 꺾고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발생하더니, 결국 지난 7월, 바람의나라: 연이 출시 후 1주일 만에 구글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며 리니지 형제의 두터운 유대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바람의나라: 연은 10월까지 매출 순위 2위와 3위를 왔다 갔다 하며 계속해서 리니지 형제를 위협했고, 나중에는 세븐나이츠2도 한 차례 2위에 올랐었다.
이는 리니지 형제가 독식하던 매출 구조를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바람의나라: 연은 배틀 패스 및 패키지 상품 같은 소과금 유저 위주 전략을 취했는데, 이는 많은 게임에게 확률형 아이템과 헤비 과금 유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12월 시점에는 다시 리니지 형제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견고할 것만 같았던 철옹성에 꽤 큰 균열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사라지는 경계선, 크로스 플랫폼
과거엔 철저하게 분리되었던 PC와 모바일게임의 시장 경계가 2020년 들어 많이 옅어졌다. 올해는 유독 PC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이 많이 나왔다. 과거에는 블루스택이나 녹스 같은 앱플레이어를 사용해 PC로 모바일게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아예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따로 출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로선 작년 말에 출시된 리니지 2M이 그 포문을 열었으며, 'V4'가 PC 버전을 별도로 제작했다. 지난 11월 출시된 '미르 4'도 마찬가지다. 원신은 PC를 넘어서 콘솔과의 크로스 플랫폼도 시도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역시 모바일 기기의 고사양화가 PC에 어느 정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년 6월에 나왔던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폐지 조치 또한 이런 상황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됐다. PC 온라인과 모바일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사양 차이와 결제 한도가 사라졌으니, 크로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내년 출시가 예정된 '오딘: 발할라 라이징'도 PC 클라이언트를 별도로 제공할 예정이라는 것을 보면 향후 출시될 대작 모바일게임 대부분이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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