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디아블로 맞수 될 뻔 했던, 코룸
2021.02.15 17:5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1997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가 대히트를 기록하며 국내 게임업계에 액션 RPG 붐이 불었습니다. 이전에도 국산 액션 RPG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디아블로 이후 마우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핵앤슬래쉬 방식 쿼터뷰 시점 게임이 급격히 늘었죠. 물론 디아블로라는 걸출한 벽이 비교 대상으로 가로막고 있었기에 대다수 작품들은 아류작 취급 받으며 조용히 묻혔지만 말이죠.
그러나 그 중에선 상당한 존재감을 뽐낸 작품도 있었습니다. 디아블로를 따라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액션성을 구축해 나간 '코룸' 시리즈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코룸 1은 디아블로와 발매일도 그리 차이나지 않을 뿐더러, 게임성 면에서도 디아블로와는 추구하는 바가 꽤 달랐던 작품이었죠. 코룸 시리즈가 탄생해서 전성기를 맞이한 90년대 중후반 게임잡지 광고들을 모아봤습니다.
1997년 2월, 제우미디어 PC챔프에 실린 코룸 첫 작품인 '코룸: 저주받은 땅' 광고입니다. 게임 배급사에서 개발까지 발을 뻗친 하이콤에서 만든 게임으로, 게임 세계관 소개와 그래픽 등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실 게임을 처음 소개하는 광고 치고는 전달력이 약한데요, 빽빽히 쓰여 있는 세계관과 조그마한 스크린샷만으로는 이 게임이 대체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단 게임 소개에는 2D와 3D의 절묘한 조화, 32비트 가정용 게임기 급 특수효과, 무기에 따라 전투 개념이 달라지는 배틀 시스템 등이 보입니다. 다만 스크린샷은 너무 작아서 진짜 게임의 매력을 전달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다음 달인 1997년 3월에는 좀 더 시선을 끄는 광고가 게재됐습니다. 빨간 망토를 두른 주인공 비트의 일러스트가 크게 나와 있고, 3D 그래픽으로 묘사된 캐릭터들도 보입니다. 3D 캐릭터를 보니 실제 게임 내에서는 조금 더 늘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각도와 배경 때문에 저렇게 보이는 듯 하네요. 참고로 코룸 1, 2편 일러스트는 개미맨과 레드블러드 만화가인 김태형 작가가 담당했습니다.
아래쪽에는 2CD 표시와 함께 게임 사양이 나와 있습니다. 486 DX-66 CPU, 8MB RAM, 윈도우 95 등이 보이는데, 사실 이 게임의 진가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하드디스크 설치 공간을 400MB나 잡아먹었다는 겁니다. 참고로 1997년 초, 대부분의 게임은 설치 용량이 많아 봐야 200MB를 넘지 않았고, 가정용 PC도 1~3GB대 HDD를 사용했기 때문에 윈도우95를 제외한 가용 용량은 그것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당시 400MB를 마련하려면 PC에 깔린 게임 다수를 지워야 하는 가슴아픈 일을 겪어야 하는 게이머들도 많았는데, 우째 사양 표시란에 쏙 빠져 있네요.
1997년 5월호에는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광고가 실렸습니다. '난해하지 않은 RPG, D-B(디아블로)와 겨룰 수 있는 RPG'라는 설명에서 볼 수 있듯, 당시 코룸의 목표는 디아블로에 맞서는 대한민국 대표 액션 RPG였습니다. 실제로 오늘 소개할 3편까지만 해도 국내 한정으로 디아블로와 꽤 비등비등한 접전을 벌였죠. 2000년 들어 디아블로 2가 출시되고 코룸 시리즈가 내리막을 걸으며 그 꿈도 물거품이 되었지만요.
이와 함께 코룸 감상문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유저들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감상문 공모를 시작했는데, 내용을 보니 장단점 비교, 감상, 바라는 점 등 리뷰 형태로 진행되는 공모전이었습니다. 상품 내역이 1등 고급 팬티엄 풀 세트+하이콤 게임 1년간 무료제공이었는데, 당시 하이콤이 창세기전 시리즈부터 투신전, 요정전설,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에반게리온 등 다양한 패키지게임을 유통하던 국내 최대급 유통사 중 하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입맛 돋는 상품입니다.
1997년 7월호에는 해외 출시를 알리는 '이제 세계인의 코룸이 되었습니다' 문구와 함께 감상문 이벤트 마감임박을 알리는 문구도 붙어 있습니다. 이때쯤엔 코룸 시리즈가 충분히 많이 팔렸고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이었기에 장황한 게임설명은 생략하고 이미지만으로 광고를 내도 충분한 시기였습니다.
사실 2편 광고도 소개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코룸 2편 광고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년여를 건너뛰어 코룸 3편이 출시됩니다. 게임 출시를 2개월여 앞둔 1998년 10월, PC파워진에 코룸 3 광고가 처음으로 실렸습니다. 2편과 연계되는 게임으로, 보스였던 자이피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그리고 코룸 시리즈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미소녀 캐릭터도 조작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광고에는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실제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맨 위의 카이엔, 왼쪽의 이슈리아, 아래쪽의 자이피 3인입니다.
11월 광고에는 조금 더 상세한 게임 스크린샷과 캐릭터 일러스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액션RPG로서 그래픽 수준이 한층 발전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플레이 가능 캐릭터가 전사 1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고에서 말한 '놀라운 변화'가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죠.
다음 장에는 전작인 코룸 1, 2편의 합본 판매 광고도 실려 있습니다. 여기서 코룸 2 광고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네요. 잠시 코룸 2 이야기를 하자면 1편보다 진보된 게임성과 그래픽으로 코룸 시리즈의 전성기를 연 작품입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보다 좀 더 치고 빠지기에 특화된 게임성도 호평을 받았죠. 다만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아마추어적 느낌이 상당히 강했는데, 이에 3편에서는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외부 작가를 영입합니다.
12월에는 드디어 발매를 앞두고 더 자세한 정보들을 공개했습니다. 3명의 캐릭터를 바꿔 가며 플레이하는 캐릭터 체인지 시스템, 특유의 커맨드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킨 무한 연계기 시스템, 어드벤처 길드 시스템을 통한 사이드 퀘스트, 네트워크 멀티플레이 지원, 그리고 앞서 설명한 스토리텔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이텔 연재작가였던 이수영의 시나리오 집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귀환병 이야기'와 '쿠베린', 그리고 '낙월소검' 사태를 일으킨 1세대 판타지 작가인 그 분 맞습니다.
이어 1999년 2월에는 발매 후 게임소개 광고가 게재됐습니다. 사실 이 때 코룸 3의 상황은 상당히 안 좋았는데, 하이콤의 부도와 함께 개발이 좌초될 뻔 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룸의 이름값은 재기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고, 하이콤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회사의 명운을 걸고 출시됐습니다. 코룸 3가 흥행에 성공하고 대한민국 게임대상 우수상까지 수상하는 등 기대에 부응해 회사의 운명을 살렸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코룸 시리즈는 1, 2, 3편으로 이어지는 K-액션 RPG의 신화를 썼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외전과 온라인에서 코룸 시리즈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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