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도입 후, 부쩍 흥미진진해진 LCK
2021.02.22 17:35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이번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과 기대를 받으며 시작했다. 담원 게이밍이 작년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거니와, 올해는 LCK에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는 의미 있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까지 진행된 2021 LCK 스프링 1라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그만큼 흥미진진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순위경쟁이 매주 계속됐으며, 한타 일변도로 흘러갔던 작년과 달리 팀 별로 다양한 승리 공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제도의 시작으로 리그 인기 상승이 더욱 절실해진 현재, 더 없이 좋은 상황이다.
무패 팀도, 전패 팀도 없는 치열한 순위경쟁
이번 2021 LCK 스프링 1라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초반 예상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특히나 하위권 팀이 상위권을 잡아먹는 업셋이 굉장히 자주 일어났다. 그 증거로 몇 시즌 연속으로 심심찮게 볼 수 있던 라운드 전패 팀이 없으며, 반대로 무패 팀 역시 없다. 심지어 승수가 비슷한 경우도 많아서 세트 득실 관리도 매우 중요해졌다. 젠지, 한화생명, DRX가 6승, T1, KT가 각각 4승, 아프리카 프릭스, 농심 레드포스, 프레딧 브리온이 나란히 3승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누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이번 대회 대표 업셋 경기는 바로 14번째 매치였던 담원 기아와 프레딧 브리온의 경기였다. 해당 경기에서 브리온은 담원을 무려 2 대 0으로 완파했다. 사실상 신입 선수로만 구성된 프레딧 브리온이었기에 업셋을 기대한 팬은 거의 없었으나, 그런 예상을 뒤엎고 멋지게 담원을 셧아웃시켰다. 담원이 이 경기 이후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면, 해당 경기에서 브리온이 보여준 경기력은 규격 외였던 셈이다. 실제로 브리온은 KT와 리브 샌드박스를 꺾으며 충분한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주전력이 대거 이탈하며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DRX,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한화 등이 명백히 상위권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 성공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낸 T1과 최악의 스토브리그를 보낸 KT가 나란히 중위권에 있다는 점 등도 이번 1라운드가 얼마나 예상 밖으로 흘러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브리온 외에도 하위권에 있는 리브 샌드박스, 농심 레드포스, 아프리카 프릭스 등이 잊을 만 하면 한화나 T1 같은 팀에게 승리를 거두고 있어 상위권이라고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매 경기 몰입감도 높아지고, 반전도 많아졌기에 보는 재미가 배가된 건 당연하다.
조커픽의 향연, 돌아온 운영의 중요성
밴픽 구도와 메타가 매주 변하고 있는 부분도 이번 라운드가 유독 재밌는 이유 중 하나다. 일단 1주차부터 작년엔 나오지 못했던 신규 챔피언인 요네, 사미라, 세라핀, 렐 등이 모두 기용되기 시작되면서,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특히, 사미라는 카이사와 함께 주요 원딜 픽으로 등극하면서 1주차부터 비공식 펜타킬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에도 아펠리오스, 자야, 갈리오, 오른 사이온, 그라가스 등 다양한 캐릭터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며 매주 다른 양상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메타픽 뿐만 아니라 우디르, 자르반같은 조커픽도 종종 등장해 유용하게 쓰였다. 우디르의 경우 새롭게 생긴 아이템인 터보화공탱크의 엄청난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바탕으로 아예 3주차부터는 조커픽이 아니라 주류픽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해외 리그에서도 밴픽 창에 오르내릴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자르반은 콩콩이 룬과 함께 서포터 라인에 출연했으며, 이를 잘 다루는 젠지 '라이프' 김정민이 나올 때마다 상대 팀이 저격 밴을 할 만큼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 두 챔피언 말고도 정글에 문도 박사, 케인, 트런들 등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서포터로 하이머딩거가 나와서 LCK 첫 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모든 조커픽들이 게임 내에서 크게 활약한 것은 아니지만, 선수와 팀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픽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노력들은 LCK를 더욱 재밌게 만듦과 동시에 황부리그 다운 경쟁력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게임을 깊게 보는 팬이라면 올 시즌 들어서 운영의 중요성이 상승한 것도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작년과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운영보다는 한타가 좀 더 중시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아무리 운영을 잘하더라도 싸움으로 뒤집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선 대규모 한타에서 지더라도 운영으로 뒤집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강팀일수록 운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운영은 오래전부터 LCK의 장점이었기 때문에 오래된 팬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세, 가을까지 이어갈 수 있기를
위에서 말한 내용은 단순히 보는 '재미'를 넘어서 경기의 질이 향상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팀과 선수가 새로운 승리 공식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점을 유지하는 한 팀이 있지만 어느 한 팀도 무력하게 지지 않을 만큼의 저력을 보유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올해 LCK는 흥행이 절실한 상태다. 프랜차이즈 도입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자본이 투입됐으며, 이런 변화가 리그 전체의 질적 향상과 결부되지 못한다면 결국 '프랜차이즈 왜 도입했냐'라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라운드에서 LCK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 분위기를 다음 2라운드는 물론, 서머와 롤드컵까지 이어가서 e스포츠 종주국, 롤 챔피언으로서의 기상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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