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국산 애니
2021.04.12 17:56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예나 지금이나 대형 자본을 투입해 새 IP를 만드는 경우엔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분야로 미디어믹스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0년대 말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날아라 슈퍼보드 등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해서 게임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게임들이 하나둘 등장함에 따라 자연스레 게임을 염두에 둔 대형 애니메이션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작이 바로 KBS 창사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녹색전차 해모수, 그리고 국산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자된 영혼기병 라젠카 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4·3 운율이 맞네요. 이 둘은 초기부터 게임 제작을 발표해 왔는데, 그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후속작 개발에 나섰지만 둘 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비슷하네요.
첫 번째 광고는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2월호에 게재된 녹색전차 해모수 게임 광고입니다. TV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3D 액션 RPG라는 문구가 인상적인데요, 실제 3D 그래픽은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평가에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당시 꽤 인기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광고 문구는 원작에 대한 무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지만, 음성지원도 원작 성우들을 그대로 기용했습니다. '전 게임 생생한 음성지원'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실제로 게임 내 대사 대부분이 풀 더빙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많이 부족한 그래픽을 메워줍니다. 물론 성우분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엉성한 게임 화면 간 격차로 인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4월호에도 광고가 또 하나 실렸습니다. '3월 29일 출시확정' 문구와 함께 보다 자세한 게임 내용들을 볼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캐릭터 모델링만 봐도 1년 전 나온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대충 1997년작 전사 라이안과 비슷한 수준인데, 당시 해외에서는 사일런트 힐 2나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피파 99 등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아무튼, 녹색전차 해모수 게임은 원작과는 별개로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7월 들어 갑자기 후속작 개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RPG 요소를 대폭 삭제하고 횡스크롤 슈팅게임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발표가 됐지만, 이후 아무런 출시 소식 없이 그대로 묻혔습니다. 여기에 당시 소개 기사가 남아 있네요.
두 번째 게임은, 국산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였던 영혼기병 라젠카 입니다. 녹색전차 해모수는 원작 만화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라젠카는 완전한 오리지널 콘텐츠였죠. 그렇기에 제작발표 당시부터 OST를 그룹 N.E.X.T가 정규앨범 4집으로 내고, 프라모델 진출까지 선언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본진인 애니메이션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함에 따라 미디어믹스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오죽하면 훗날 영혼기병 라젠카를 회상할 때 유일하게 성공한 것은 N.E.X.T 4집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게임은 1999년, 애니메이션이 종영한 뒤 1년여 만에 출시됐습니다. 어찌저찌 게임을 완성하긴 했지만, 시기적으로 라젠카에 대한 관심이 식다 못해 바닥을 칠 때 출시됐기에 딱히 화제를 모으지 못한 채 묻혔습니다. 당시 게임잡지에 광고나 소개글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완성도 역시 처참할 정도였다는 평이 전해집니다. 로봇 게임임에도 로봇을 딱 2번 조종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뒷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그리고 1999년 8~9월, PC파워진에 새로운 광고 하나가 실립니다. 라젠카 II라는 후속작으로, 부활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메시지와 함께 꽤나 멋들어진 3D 로봇 모델링이 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름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반으로 라젠카 조종을 좀 더 강조할 계획이었던 것 같지만, 결국 후속작 계획은 취소되어 이 작품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위 두 작품은 게임으로서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후속작 계획 역시 취소됐지만, 국산 애니메이션 업계의 신선한 도전이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차라리 지금이었다면 모바일 등으로 좀 더 부담없고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많이 본 뉴스
- 1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4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5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6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7 ‘미드 안 주면 던짐’ 롤 챔피언 선택 방해 대응책 낸다
- 8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
- 9 PS 스토어 ‘몬헌 와일즈 유사게임‘ 주의보
- 10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